은행이 아파트 담보대출을 하면서 당사자 확인을 소홀히 해 주인이 아닌 사람에게 대출을 했다면 대출금의 50%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9단독 허명산 판사는 지난달 11일 미국 이민자 이모씨가 "은행이 대출자 확인을 소홀히 해 내 행세를 한 노모씨에게 대출을 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하라"며 우리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1가단387063)에서 "대출금 5000여만원 중 50%인 2500여만원을 이씨에게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했다.
허 판사는 판결문에서 "금융기관은 담보대출 등을 할 때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확인하는 실명확인의무에서 나아가 공인인증서나 휴대폰 인증 등으로 본인임을 확인하는 등 고도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대출 담당자가 본인임을 확인하고 작성한 '채무관계인 본인 확인서' 아랫부분에 신분증 실명 확인할 때 표시하도록 한 부분이 공란으로 돼 있는 점 등을 볼 때 본인 확인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허 판사는 이씨가 다른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노씨의 대출금 채무를 갚았으므로 민법 제742조의 비채변제 규정이 적용된다는 우리은행의 주장에 대해 "이씨가 아들의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제3의 은행에서 추가 담보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선순위 근저당권채무를 변제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