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15일 언론인터뷰에서 의도적으로 삼성물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의사를 드러내 주가조작을 한 혐의(증권거래법위반)로 기소된 헤르메스투자관리회사에 대한 상고심(2007도11145)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사용인 로버트 찰스 클레멘츠가 인터뷰 초반부에 실제로 삼성물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의 가능성에 관해 강하게 언급한 것은 사실이나 클레멘츠가 한 다른 발언과 전후 맥락에 비춰 삼성물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에 관해 종전에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삼성물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 세력이 있는 것처럼 이 사건 인터뷰를 해 그 내용이 보도되게 하는 방법으로 위계를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4항제1호의 '위계'는 거래 상대방이나 불특정 투자자를 기망하여 일정한 행위를 유인할 목적의 수단, 계획, 기교 등을 말한다"며 "검찰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소정의 '위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헤르메스투자관리회사의 펀드매니저인 로버트 찰스 클레멘츠는 지난 2003년11월부터 2004년3월 초까지 증권거래소 상장법인인 삼성물산의 보통주 777만2,000주, 2004년3월 삼성물산 우선주 8,300주를 매수한 뒤 2004년12월 이 주식들을 전부 매도하는 과정에서 언론을 통해 삼성물산에 대한 인수합병설을 흘려 주가가 오르자 보유주식을 전량 매각해 72억7,8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클레멘츠의 인터뷰는 이미 공지의 사실이던 삼성물산에 대한 인수합병 가능성을 재확인하고 그러한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피고인이 삼성물산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며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세력의 현존여부에 대하여 분명히 모른다고 답변해 이와 같은 발언이 가정적·원론적 답변임을 밝힌 것이어서, 허위나 기만적 요소가 포함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가리켜 일반투자자들을 기망하기 위한 위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