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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교통사고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치료받다 자살했다면…
교통사고를 겪은 운전자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한 불안 증세를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교통사고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달 11일 사망한 A 씨의 유족 B 씨가 현대해상을 상대로 낸 보험금 소송(2021다270555)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평소에 정신질환 없었고 주치의도 ‘사고로 우울장애’ 진단 대법원 "교통사고로 인한 장애가 원인" "보험금 지급해야" B 씨는 2016년 1월 자신의 어머니인 A 씨를 피보험자로 해 현대해상과 운전자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이 보험계약에는 '피보험자가 교통사고로 발생한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특약이 포함됐다. A 씨는 2017년 9월 오후 11시경 승용차를 운전하다 도로에 나타난 고양이를 피하던 중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당시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A 씨는 사고로 연기가 나는 차 안에서 구조될 때까지 갇혀 있었고, 이 사고로 뇌진탕, 경부 척수 손상, 추간판탈출증 등 상해를 입었다. 이후 A 씨는 2017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경까지 병원에서 상세 불명의 우울병 에피소드, 상세불명의 불안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받았다. 치료 과정에서 A 씨는 두통과 불안 증상을 계속 호소했고 연탄을 피우거나 처방 약을 과다복용하며 자살까지 시도했다. 2018년 4월 A 씨는 한 대학병원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입원치료를 받았고 퇴원 후에도 내원해 '비오는 날 몸이 떨린다. 사고가 난 날 비가 왔다'고 말하고, 불안 증상과 수면 중 이상행동에 관한 증상을 호소했다. 그러다 A 씨는 같은 해 5월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한 남편을 간병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 씨는 현대해상에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 씨의 주치의는 사실조회를 통해 "A 씨는 교통사고로 발병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치료받았고, 재발이나 악화 방지를 위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남편의 교통사고나 자살 당시의 비가 내린 날씨가 A 씨를 다시 자극해 생긴 정신병리에 따라 자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밝혔다. 재판부는 "정신질환 등으로 자살한 경우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나이와 신체, 정신적 심리 상황, 자살 시점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싼 주위 상황, 자살의 시기와 동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하고, 사실심 법원은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했다고 볼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됐다면 함부로 부정할 수 없다"면서 "만약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를 추단하려면 다른 의학적·전문적 자료를 근거로 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 씨는 교통사고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주요우울장애를 앓게 됐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치료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외상의 부정적 경험을 자극할 수 있는 외부적 상황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자살했으며, 주치의도 자살과 관련성을 갖는 주요우울장애의 악화 가능성도 제시했다"며 "A 씨가 교통사고 이전에 정신질환을 겪었다거나 자살을 시도했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는 사정까지 보태어 보면 A 씨가 교통사고로 발생한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했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원고승소 판결했지만, 2심은 원고패소 판결했다. 원고를 대리한 권종무(45·사법연수원 38기) 법률사무소 권앤율 대표변호사는 "주요우울장애와 자살과의 관련성에 관해 주치의가 전문가로서 전문지식에 기초해 충분한 검토를 거쳐 밝힌 의학적, 과학적 견해인 주치의의 소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라며 "합리적인 사유 없이 주치의의 의견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판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교통사고
보험금
자살
박수연 기자
2022-09-04
금융·보험
민사일반
소비자·제조물
[판결] 비트코인 채굴기 식히려 24시간 돌리던 선풍기서 화재
비트코인 채굴기의 열을 식히려는 용도로 24시간 내내 돌리던 선풍기에서 모터 과부하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선풍기 제조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선풍기가 한 달 넘게 계속 켜져 있어 과열됐을 수 있다며 제품 결함으로 인한 화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 최성수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선풍기 제조업체 A 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소송(2022가단5014915)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현대해상화재보험과 보험 계약을 맺은 B 씨는 지난해 8월 A 사가 제조한 공업용 선풍기를 구매해 인천 부평구에 있는 한 건물 안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B 씨는 이 선풍기를 비트코인 채굴기와 함께 24시간 내내 작동시켰는데, 같은 해 10월 화재 사고가 발생해 집기 비품과 재고자산, 건물 등이 불탔다. 당시 소방관들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선풍기의 모터 연결 전선 부위에서 발생한 과부하 등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은 B 씨에게 같은 해 12월 손해보상금 가지급금으로 5000만 원을 지급한 뒤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선풍기의 결함으로 인해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며 A 사를 상대로 제조물책임과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최 부장판사는 "물품을 제조·판매하는 제조업자는 그 제품의 구조·품질·성능 등에 있어서 유통 당시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에 비춰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판매해야 할 책임이 있고, 이러한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한다"면서 "한편 고도의 기술이 집약돼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결함을 이유로 그 제조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경우 그 제품의 생산과정은 전문가인 제조업자만이 알 수 있어서 그 제품에 어떠한 결함이 존재했는지, 그 결함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는 일반인으로서는 밝힐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 소비자 측이 제품의 결함 및 그 결함과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기술적으로 입증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워 그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했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그 제품에 결함이 존재하며 그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추정해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다"고 밝혔다. 이어 "먼저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선풍기가 그 제품의 구조·품질·성능 등에 있어 그 유통 당시의 기술 수준과 경제성에 비춰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오히려 각 증거에 따르면 해당 선풍기는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선풍기가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했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이 입증됐는지 여부에 관해,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같은 사정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오히려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B 씨 등은 선풍기 구매 이후 화재 사고 발생 시까지 30일이 넘는 기간 동안 건물 안에서 비트코인 채굴기와 선풍기를 24시간 가동한 사실이 인정되며, 이는 선풍기가 과열될 가능성이 있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정상적 사용 상태를 전제로 한 현대해상화재보험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지난 4일 항소했다.
선풍기
화재
제품결함
이용경 기자
2022-07-29
금융·보험
형사일반
[판결] "미리 사둔 주식 방송서 추천… '스캘핑 행위' 유죄"
증권전문가가 미리 사둔 특정 주식을 증권방송프로그램에서 추천하고 주가가 뜨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전량 매도해 시세차익을 거두는 이른바 '스캘핑'은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파기환송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18도13864). 2009년께부터 한국경제TV에서 증권방송전문가로 활동한 A씨는 2011년 10월 초부터 2012년 1월 초까지 방송에서 추천할 특정 종목 주식을 저가에 미리 매수한 뒤 한국경제TV 정규방송에서 자신의 주식 매수 사실을 숨긴 채 추천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인터넷 증권방송카페 유료회원들에게도 인터넷 증권방송이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이같은 주식들을 매수하도록 추천한 뒤 주가가 오르면 곧바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들을 파는 이른바 '스캘핑'을 통해 210만여주를 거래해 부당한 이득을 거둔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A씨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밖의 거래와 관련해 부정한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 내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를 할 목적이나 그 시세의 변동을 도모할 목적으로 위계를 사용해 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했다. 1,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환송했다. 하지만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증권의 매수 추천'은 투자자에게 특정 증권을 매수하라는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 해당해야 하는데, A씨의 행위가 증권의 매수 추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재상고심에서 또다시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증권의 매수 추천'은 투자자에게 특정 증권이 매수하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소개해 그 증권에 대한 매수 의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며 "한국경제TV 방송의 파급력 등을 고려할 때, A씨가 방송에 출연해 B주식 등 3개 종목을 소개한 내용이나 밝힌 의견은 투자자에게 해당 종목의 매수 의사를 불러일으킬 만하다고 평가할 수 있어 증권의 매수 추천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방송을 시청하는 일반 투자자에게 B주식 등 3개 종목을 자신이 미리 매수해 보유하고 있고 추천 후에 이를 매도할 수도 있다는 증권에 관한 자신의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은 채 증권의 매수 추천을 한 공소사실이 인정되므로, 자본시장법 제178조 1항 1호에서 정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와 자본시장법 제178조 2항 '위계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환송판결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가 방송에서 추천한 C주식에 대해서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나머지 인터넷 증권방송,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주식을 부정거래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원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스캘핑 행위의 개념요소인 '증권의 매수 추천'의 의미를 밝히고, 어떠한 행위가 '증권의 매수 추천'으로서 자본시장법 제178조 1항 1호에서 정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한 행위' 또는 같은 법 제178조 2항에서 정한 '위계의 사용'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스캘핑
금융투자
증권
부당이득
박수연 기자
2022-06-12
금융·보험
형사일반
주식 사놓고 방송에서 매수종목으로 추천한 애널리스트
케이블TV 증권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리 사둔 특정종목 주식의 매수를 권하는 수법으로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투자전문가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징역 8개월과 1억900만원의 추징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2014도6910). 재판부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은 채 증권의 매수를 추천하는 행위는 자본시장법 제178조 1항 1호에서 말하는 '부정한 수단, 계획,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개인적인 이해관계는 밝히지 않은 채 객관적인 동기에서 그 증권을 추천한다는 인상을 주어 거래를 유인하려는 행위는 같은 법 제178조 2항에서 정한 '위계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자문업자, 증권분석가, 언론매체 종사자, 투자 관련 웹사이트 운영자 등이 특정 증권을 장기투자로 추천하기 직전에 먼저 산 다음, 추천 후 그 증권의 시장가격이 상승할 때에 즉시 차익을 남기고 매도하는 이른바 스캘핑(scalping) 행위를 하는 경우, 그 행위가 명백하게 거짓인 정보를 시장에 흘리는 방법으로 그 특정 증권을 추천하는 것이라면 이는 정상적인 자본의 흐름을 왜곡시켜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해친다"면서 "설사 그 증권 자체에 관한 정보는 거짓이 아니어서 자본의 흐름을 왜곡시키는 것은 아니라도, 이러한 스캘핑 행위가 용인되면 자본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신뢰가 훼손되고 시장 내의 각종 투자 관련 조언행위가 평가 절하됨으로써 양질의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하려는 유인이 감소해 자본시장에서의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해치고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으로부터 이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죽 벗기기'를 뜻하는 스캘핑이란 용어는 북중미 인디언이 적의 시체에서 머리가죽을 전리품으로 챙기던 행위에서 유래했다. 증시에서는 2~3분 단위로 단타매매를 계속하는 투자기법 또는 투자자문업자가 특정종목을 추천하기 직전 자기 돈으로 매수했다가 주가가 오르면 팔아치워 이익을 보는 행위를 의미한다. 김씨는 케이블TV 모 경제전문채널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며 증권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망 종목을 추천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김씨는 2009년 1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차명계좌를 통해 90개 종목을 117회에 걸쳐 방송 전에 먼저 산 다음, 그 주식을 유망 주식으로 소개해 주가를 띄운 후 되팔아 부당하게 시세 차익을 얻은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2심도 김씨의 유죄를 인정해 같은 형을 선고했다.
증권방송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부당이득
스캘핑
탄타매매
투자자문가
애널리스트
신지민 기자
2017-04-13
금융·보험
민사일반
[판결] 과당매매 손실… 증권사·직원 배상해야
증권사 직원이 수수료 수익을 올리려고 무리하게 주식매매를 반복해 고객에게 손해를 끼쳤다며 증권사와 직원이 연대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정은영 부장판사)는 A씨가 유안타증권과 이 증권사 직원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5가합552022)에서 최근 "B씨와 증권사는 공동해 1억41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0년 11월 B씨의 권유로 신용거래 계좌를 개설하고 3억원을 예탁했다. B씨는 예탁금으로 주식매매를 했지만 계속 손실이 발생했다. 그러자 A씨의 요구에 따라 B씨는 2013년 6월 3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차용증을 작성해 주었다. 하지만 손실이 계속 늘어 2014년 11월 예탁금 잔액이 1600여만원으로 줄어들자 A씨는 "B씨는 약정대로 3억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내면서 예비적 청구로 "유안타증권과 B씨는 과당매매 등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 제55조에 따라 약정은 무효"라며 약정금 지급을 청구하는 A씨의 주위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고, 대신 예비적 청구인 과당매매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만 인정했다. 자본시장법 제55조는 금융투자업자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해 건전한 거래질서를 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로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투자자가 입은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후에 보전해 주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증권사 직원이 충실의무를 위반해 고객의 이익을 등한시하고 무리하게 빈번한 회전매매를 함으로써 고객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과당매매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며 "과당매매행위를 한 것인지 여부는 단기매매가 많이 이뤄져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등 주식매매 반복이 전문가로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B씨가 주식거래를 시작한 2010년 11월부터 종료한 2014년 11월까지 당일매매로 2400여만원의 수익이 발생했지만 수수료 및 제세금 1600여만원을 제외하면 실제 수익은 800여만원에 불과하고 월 평균 매매회전율(운용사의 주식거래금액을 운용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얼마나 자주 주식을 사고 팔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 1000%가 넘는 기간도 2011년 6개월, 2012년 4개월, 2013년 2개월에 달한다"며 "B씨의 반복적인 주식 매매는 주식거래의 전문가로서의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없는 과당매매로서 고객인 A씨에 대한 충실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도 일임매매(투자자가 증권회사에 유가증권의 종목선정, 종목별 수량·가격·매매 등을 전부 맡기는 것) 초기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만연히 B씨를 믿고 장기간 동안 주식거래를 해 손해를 확대시킨 잘못이 있다"며 B씨와 유안타증권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과당매매
자본시장법
유안타증권
충실의무위반
증권사직원
이순규 기자
2016-09-19
금융·보험
민사일반
[그건 이렇습니다] 사고 인한 중고차 시세 하락 배상 여부는
자동차는 크든 작든 사고 전력이 있으면 중고차 시장에서 제 값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데요, 최근 법원에서는 사고로 인한 차량의 중고차 시세하락(격락손해)분을 '통상손해'로 볼 것인지 '특별손해'로 볼 것인지를 놓고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격락손해를 통상손해로 보게 되면 일반적으로 상대 차량의 보험사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특별손해로 보면 가해차량 운전자가 사고 당시 피해차량에 격락손해가 발생할 것을 예견가능했다는 점이 증명돼야만 배상을 받을 수 있어 큰 차이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차량 충돌사고 등 불법행위로 물건이 훼손된 경우 수리가 가능하면 그 수리비를, 수리가 불가능하면 그 교환가치의 감소분을 통상손해로 봅니다. 자동차 사고는 통상 수리가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격락손해는 통상손해가 아닌 특별손해로 취급하게 되는 것이죠. 다만 사고의 정도가 중하고 엔진룸 등 자동차의 중요부위가 파손된 경우에는 교환가치 감소액을 손해배상범위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의 정도가 경미하고 트렁크 등 자동차의 성능에 직접인 영향이 없는 부위가 파손된 경우에는 교환가치 감소액은 손해배상 범위에서 제외되는 것이 원칙입니다(2012다115298). 그러나 수리가 아무리 완벽하더라도 중고차 시장에서 사고 전력 차량은 푸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손상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등 때문입니다. 최근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격락손해를 통상손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하급심 판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자동차 사고 피해차량 소유자인 A씨 등 13명이 가해차량 보험사인 KB손해보험을 상대로 "차량수리 후에도 사고 이전과 동일한 상태로 원상회복 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낸 소송에서 격락손해를 통상손해로 인정해 "KB손해보험은 4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2014가단5181612). 재판부는 "고가이고 상당히 오랜기간 사용할 뿐아니라 중고거래시장이 확립돼 있는 자동차의 경우 합리적이고 통계적인 방법으로 중고거래시장에서 교환가치 하락분을 산정했다면 통상손해로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 사고차량의 경우 사고 및 수리 규모에 따라 10~30% 정도 감액된 금액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통계적으로 교환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이 명백한 이상 이를 통상손해가 아니고 특별손해라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반면 같은 법원의 다른 재판부는 B씨 등 7명이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2015가단5270724)에서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따라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이 재판부는 "피해차량은 모두 수리가 가능한 경우에 해당하고 그 수리비 이외에 교환가치의 하락으로 인한 손해는 불법행위로 인한 통상손해가 아니라 특별손해에 해당한다"며 "사고 당시 가해차량 운전자가 피해차량의 교환가치가 감소할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교통사건 전문가인 한문철(56·17기) 변호사는 "새 차이면서 파손부위나 수리비 등이 광범위하거나 상당한 경우에 법원이 격락손해를 인정하는 추세"라며 "다만 법원이 지정한 곳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받은 자동차 감정평가 결과는 인정받지 못하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 변호사는 또 "법원은 자동차 감정비용을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고가의 차량이나 트럭 등은 소송을 통해 격락손해를 구할 실익이 있지만 격락손해가 수백여만에 불과하다면 감정비용이 더 비쌀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중고차
중고차시세하락
중고차사고차량
통상손해
특별손해
격락손해
이순규 기자
2016-08-29
금융·보험
전문직직무
[판결] 개미들에게 '비법 전수'… 알고보니 '허당'
"주식 고수가 되는 비법을 알려주겠다"며 개미 투자자들을 유인해 인터넷 주식 프로그램 사이트 회원비로 억대의 금품을 받아 챙긴 자칭 '주식 고수'에게 법원이 받은 돈을 모두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정종관 부장판사)는 13일 강모씨 등 5명이 A 인터넷 주식 프로그램 사이트 운영자인 방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2014나2019187)에서 1심을 깨고 "사이트 이용계약을 취소하고 강씨 등이 기존에 지급한 회원비와 승급비 1억7000여만원을 돌려주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강씨 등 회원들이 방씨의 주식 투자 능력에 대한 착오를 일으켜 사이트 이용계약을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계약 취소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방씨는 강씨 등과 사이트 이용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에 비교적 작은 규모의 주식투자를 했을 뿐이고 해당 투자에서 오히려 손실을 입기도 했다"면서 "방씨의 종전 주식투자 규모 및 수익률 등을 봤을 때, 강씨 등은 방씨의 주식투자 능력 및 이 사건 투자기법을 통한 높은 수익률의 달성 가능성에 대해 착오를 일으켰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강씨 등은 수익률 향상을 위한 증권거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인터넷을 뒤적이다 우연히 방씨가 개설한 주식 프로그램 사이트를 알게 됐다. 방씨는 "오랜 연구 결과 주식투자 분야에서 수학적, 통계적 기법을 이용한 주식차트 이해법 등의 독자적인 투자기법을 구축했다"고 선전하며 "회원 가입비과 승급비를 내면 5단계 회원등급별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원고들은 최소 2600여만원에서 많게는 4300여만원에 이르는 가입비와 승급비를 냈다. 하지만 방씨의 말과 달리 별다른 투자기법이라 할만한 내용이 없자 가입비 등을 되돌려 달라며 소송을 냈다. 강씨 등은 재판과정에서 "알고보니 방씨는 주식 관련 전문 자격증이나 전문 과정을 이수한 적이 없는데도 스스로를 주식의 최고 고수라 자칭하며 사이트에 가입하도록 속였다"고 주장했다. 앞서 1심은 "'고수'라는 것은 특정인의 성과나 업적에 관한 사실이 아니라 그에 대한 의견 내지는 평가에 불과하므로 방씨가 강씨 등을 기망했다고 볼 수 없을뿐만 아니라 관련 서적 출판이나 자격 취득 등의 경력이 없다고 곧바로 전문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주식투자
개미투자자
계약취소사유
주식사기
인터넷주식프로그램
장혜진 기자
2015-08-27
금융·보험
[판결] 펀드 損賠청구소멸시효 기산점은 "환매일"
투자자가 펀드 최종 만기일에 예상보다 큰 투자 손실을 입었다면 당시 금융사의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불법행위를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김인겸 부장판사)는 임모씨와 친인척 5명이 "금융상품을 판매하면서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우리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2014나33415)에서 원고일부승소한 1심을 취소하고 3일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소송은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인 3년이 지난 2013년 9월에 제기돼 이미 권리가 소멸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씨 등은 각 펀드의 최종 환매일인 2008년 11월까지 투자원금 손실 손해를 입었고, 이것은 각 펀드가 예정하고 있는 위험이 현실화한 것이므로 늦어도 환매일에는 이러한 위험성과 함께 피고가 위험성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 됐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씨는 2009년 1월 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 직원으로부터 8000원만을 지급받기로 하는 각서를 받기도 했는데, 이는 펀드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를 해 손해를 입은 것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씨 측은 "2012년 7월 위험성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면서 비로소 은행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에 해당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지만 기각당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대로라면 피해자가 금융이나 법률 전문가가 아닌 한 불법행위의 단기 소멸시효는 진행하지 않는다는 결과에 이르게 돼 소멸시효의 제도적 취지를 몰각시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법원 관계자는 "펀드 만기로 손해가 최종 확정 된 당시에 투자자가 이미 펀드의 위험성과 금융사의 설명의무 위반을 알 수 있었다는 취지의 판결"이라며 "이 사건의 경우 추가적으로 각서를 쓴 부분이 인정돼 각서를 쓴 날을 소멸시효 진행 시점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임씨 등은 지난 2007년 투자위험이 높은 중국펀드 등 6개 펀드상품에 82억여원을 투자해 27억여원 상당의 큰 손실을 입었다. 임씨 등은 "우리은행이 투자위험이 높은 펀드에 투자를 권유하면서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2013년 9월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손해액의 30%인 8억1000여만원을 손해로 인정 받았다.
금융사의설명의무위반
위험성설명의무
불법행위소멸시효
소멸시효진행시점
투자자손해배상
장혜진 기자
2015-04-09
교통사고
금융·보험
민사일반
보험사가 '대포차' 前주인의 보험계약 해지요청 지체했다면
보험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대포차의 보험계약 해지요청을 지체해 대포차를 사들인 사람의 보험 가입 기회를 박탈했다면 새 대포차 주인이 운전 중 사고를 냈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2001년 조모씨는 자동차를 샀다. 5년 뒤 조씨는 박모씨에게 소유권 이전등록 없이 차를 팔았고 1년 뒤 박씨는 윤모씨에게 다시 차를 팔았지만 자동차 등록부상 소유주는 여전히 조씨였다. 윤씨는 보험사에 차를 조씨와 함께 사용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조씨 명의로 보험에 가입했다. 2010년 6월 윤씨는 자동차를 팔기 위해 보험사에 "차량이 대포차였고 보험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요청했으나 보험사는 조씨의 계좌사본이 없다는 이유로 해지요청을 거부했다. 2011년 서씨가 차를 샀고, 서씨는 같은 해 3월 운전 중 사고로 사망했다. 울산지법 민사3부(재판장 도진기 부장판사)는 지난달 18일 대포차량을 운전하다 사고를 내 사망한 서씨의 딸(14)이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청구소송(2013가합894)에서 "보험사는 2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동차 소유주와 피보험자가 조씨라고 하더라도 조씨가 아닌 대포차량을 실제로 갖고 있던 윤씨가 보험에 가입했으므로 객관적·외형적으로 자동차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은 조씨가 아닌 사고 당시 운전자인 서씨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며 "그러나 보험사가 윤씨로부터 차량이 '대포차'라는 사실을 전달받았음에도 조씨의 계좌사본이 없다는 등 보험계약 해지와 상관없는 이유로 해지를 미뤄 서씨가 보험계약을 새로 체결할 기회를 박탈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보험에 관한 전문가인 집단인 보험사에게는 고도의 주의의무가 있다"며 "만약 이 사건처럼 보험사가 보험계약의 효력을 부정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을 허용해 준다면 보험회사는 보험사고의 위험을 전혀 감수하지 않은 채 보험료만 취득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게 돼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보험계약
대포차
해지요청
지급거절
삼성화재
2014-01-09
금융·보험
민사일반
'키코'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서 공방
환헤지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로 손해를 본 기업들과 키코를 판매한 은행들이 대법원에서 날선 공방을 벌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인복·박병대 대법관)는 18일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키코 피해 당사자 중 수산중공업과 세신정밀, 모나미 등이 우리은행과 씨티은행, 신한은행, SC은행을 상대로 낸 3건의 소송(2011다53683 등)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변론은 인터넷과 한국정책방송(KTV)을 통해 중계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 우리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던 사건이기 때문에 공개변론을 결정했고, 40여건의 키코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돼 있지만 그 중 키코계약을 무효로 보고 이를 취소할 수 있는지, 은행에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등 쟁점을 두루 갖춘 3건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18일 공개변론에서 다룰 '키코' 사건 3건을 방청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이날 공개변론은 한국정책방송(KTV)과 네이버, 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됐다. ◇키코(KIKO, Knock in Knock out)란= 키코는 기업들이 수출대금의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은행에서 만든 파생상품의 일종이다. 기업과 은행은 풋옵션과 콜옵션 권리를 각각 갖는다. 풋옵션은 환율이 일정 범위 이하로 내려가면 기업 측이 달러를 시장환율보다 높은 환율로 은행에 팔 수 있는 권리이다. 환율이 예상외로 내려가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기업들은 풋옵션을 행사해 수출대금이 낮아지는 위험을 상쇄할 수 있다. 반면 콜옵션은 환율이 일정 범위를 넘어 상승하면 은행이 달러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만기 환율이 약정환율보다 낮으면 기업이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약정환율보다 높으면 손실을 보게 되는 구조다. 2006~2008년 많은 수출 중소기업들은 환율이 지속적으로 내려가자 저환율에 대비해 이 상품에 가입했는데, 2008년 미국의 리먼브라더스 은행이 파산하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900원 후반대였던 환율이 1400원대까지 올라 기업들이 큰 손실을 입는 바람에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2010년 정부가 추산한 키코 피해 규모는 3조1000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중소기업의 피해액은 2조3000억원 가량이다. ◇'불공정 거래' 여부 놓고 설전= 수산중공업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케이씨엘은 키코상품을 만든 은행 측이 애초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품을 설계했음에도 이 부분을 숨겼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이 풋옵션을 행사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적은 반면, 은행이 콜옵션을 행사했을 때 기업이 입는 손해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김용직(58·사법연수원 12기) 변호사는 "키코를 만든 은행은 전문가이고 기업은 금융소비자이면서 비전문가인데, 은행은 자신들의 콜옵션이 기업측의 풋옵션의 2~7배가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여기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대량으로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기 때문에 환율변동 폭이 클 수 밖에 없는데, 환율이 당시 900원대였더라고 하더라도 전문가인 은행은 1100원 이상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은행들이 환율이 오르는 것이 확실시 되는 장기간인 1년에서 3년을 키코계약기간으로 했고, 이 때문에 기업측으로서는 매우 위험한 상품이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SC은행과 시티은행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기업의 풋옵션과 은행의 콜옵션 사이에 불균형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백창훈(56·13기) 변호사는 "은행이 콜옵션을 행사해도 이것을 이익으로 볼 수 없고, 수수료를 받는 것인데 하급심 재판에서 이뤄진 감정에 따르면 키코의 수수료 마진은 0.3~0.8%이며, 이것은 다른 금융상품인 ELS나 펀드에 비해 결코 과다하지 않다는 게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기업들이 수출실적을 부풀리고, 여러 은행을 번갈아가며 환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거래의 의도를 가지고 키코에 가입했다"며 "이같은 투기적 계약에 대해 은행에 책임이 없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며, 자기책임의 원칙에 따라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설명의무 위반인가, 자기책임 원칙인가= 원고 측 참고인으로 나온 김용재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은행은 콜옵션 매도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는데,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업자가 일반투자자에게 장외파생상품을 판매하는 업무를 가장 위험한 업무로 취급하고 있다"며 "이럴 때는 최고로 가중된 고객보호의무가 부과되는 것이고, 은행도 여기에 맞는 설명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계약기간에 대해서도 "키코는 단기는 몰라도 장기로 가면 위험할 수 밖에 없는 상품"이라며 "은행들이 판매한 상품은 모두 1년 이상의 장기로 모두 고위험 상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피고 측 참고인으로 나선 이연갑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를 따질 때에는 고객이 위험을 감수할 의사가 있었는지도 고려돼야 한다"며 "고객은 자력이 충분하지 않은데도 이익을 꾀하려고 위험을 무릅쓰기도 하는데, 투자자에 대한 후견적 역할을 바라는 것은 입법론적으로는 어쩔지 모르겠지만 해석론적으로 봤을 때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대법관들 송곳 질문 이어져= 양 대법원장은 "선물환 계약에서도 기업이 손실을 입는 경우가 생기고, 환변동 보험에서도 상승이익은 수출보험공사가 차지할 때가 있는데, 왜 키코계약에서는 손실을 입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세신정밀을 대리한 김성묵(55·19기) 대륙아주 변호사는 "선물환은 키코처럼 1, 2년씩 묶여있지 않고 3~6개월간 계약하고 환변동 보험도 마찬가지로 몇개월 단위로 설정되기 때문에 큰 피해가 나지 않는다"며 "키코의 경우 은행들이 1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하는 바람에 큰 손실이 났다"고 답변했다. 김신(56·12기) 대법관은 "키코상품이 지금은 없어졌는데, 이것은 기업체들이 도산할 만큼 상품의 위험성이 알려졌기 때문이 아니냐"며 "이 위험을 기업들이 계약체결시부터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했을지, 그리고 이런 위험을 몰랐다면 그것대로 정보 비대칭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백 변호사는 "키코 때문에 도산했다고 주장하는 기업체들을 보면 최대주주들이 회사자금을 빼돌린 게 원인인 회사도 있고, 시장변화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해 도산한 회사도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고 답했다. 양 대법원장은 "법원은 키코사건과 관련해 손해를 입은 사람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결론을 내는 데 있어서서는 순전히 법적인 관점에 따라야 할 것이고, 그 판단에 승복하면서 새로운 질서가 확립되길 바란다"며 마무리했다. 5년 동안 이어진 키코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이르면 9월 늦어도 10월에는 내려질 전망이다.
키코소송
환헤지금융상품
부당이득금
키코판매은행
설명의무위반
자기책임원칙
키코
좌영길 기자
201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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