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대리점 업주가 고객인 보험가입자에게서 받아 관리하던 현금카드로 대출을 받았다면 보험회사에 관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대리점에 대한 회사의 사용자책임은 보험모집과 관련된 것에 국한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 이현복 판사는 보험가입자 홍모씨가 보험대리점업주 최모씨와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9900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1가단474585)에서 "최씨는 홍씨에게 6900만원을 지급하라"며 11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삼성생명보험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보험업법 제102조에 의한 사용자책임을 인정하려면 보험모집에 관한 것이거나 모집행위와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며 "최씨의 불법행위는 보험 모집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모집이 완료된 후 홍씨와 개인적 친분 관계를 유지하면서 해당 보험의 유지·관리를 위임받아 사무처리 하면서 저지른 배임행위"라고 밝혔다.
보험업법 제102조 1항은 '보험회사 그 임직원·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이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756조 사용자책임의 특별규정으로써 보험 모집의 경우 민법보다 우선 적용된다.
이 판사는 또 "민법 제756조 사용자책임을 인정하려고 해도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업무집행행위거나 업무집행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며 "홍씨가 최씨와 단순한 가입자와 보험대리점 영업자의 관계를 넘어 개인적으로 친해진 뒤 최씨에게 자신의 계좌에서 언제든 돈을 입출금할 수 있는 현금카드를 맡긴 것이 불법행위의 직접적 계기가 됐는데 이는 실체적으로나 외관상 삼성생명의 업무집행과 관련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홍씨는 2000년 지인의 소개로 최씨를 만나 보험에 가입한 후 친분을 쌓았다. 홍씨는 최씨에게 보험계약의 유지·관리를 맡기면서 자신의 주민등록증, 도장, 통장 등을 건넸고, 최씨는 홍씨를 위해 송금 업무를 대신 해주는 등 도움을 줬다. 홍씨는 2002년 2월 삼성생명에서 현금카드를 발급받은 후 최씨에게 관리를 맡겼는데 최씨는 이 카드로 ATM기기 등을 이용해 8년여간 총 380회에 걸쳐 6900만원을 대출받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홍씨는 최씨를 형사고소하는 한편 최씨와 삼성생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