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추심업체가 채무자 가족에게 채무변제각서를 쓰게 하는 등 변제약정을 맺는 행위는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채무자의 가족에게까지 무리하게 책임을 지우는 무분별한 채권추심행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서울고법 민사4부(재판장 朴一煥 부장판사)는 20일 A사가 김모씨(73)를 상대로 "아들의 빚을 대신 갚으라"며 낸 보증채무금 청구소송 항소심(☞2004나16244)에서 원심대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용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 제2조제10호가 규정한 채권추심업무는 '신용정보제공·이용자인 채권자의 위임을 받아 신용불량자에 대한 재산조사, 변제의 촉구 또는 채무자로부터의 변제금 수령을 통해 채권자를 대신해 채권(상법상의 상행위로 인한 금전채권에 한한다)을 행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며 "채권추심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취지는 변호사 자격이 없는 신용정보업자에게 일반적인 법률행위를 대리할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데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변제금의 수령'이라는 행위를 넘어 채권자를 대리해 채무변제, 대물변제를 하거나 '채무자'이외의 자와 변제약정 등을 하는 행위는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며 "비록 채권자의 위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A사는 지난 2002년 김씨의 아들 유모씨가 사실상 대표로 있던 B사에 1억7천여만원을 빌려줬다 빚을 갚지 못하자 채권추심업체에 채권추심을 위임했으며, 이 업체는 연대보증했던 유씨의 소재가 파악되지않자 어머니 김씨를 찾아가 '아들의 채무를 대신 변제하겠다'는 서약서를 받아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