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지급보증해준다는 대출모집인의 말을 믿고 돈을 빌려줘 손해를 봤다면 은행은 사용자로서 책임을 일부 져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10부(재판장 조규현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A은행이 지급보증해주는 것이라는 대출모집인의 얘기를 믿고 돈을 빌려줬다가 받지못한 최모(52)씨가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2007가합20566)에서" A은행은 최씨에게 8,94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출모집업무 위임계약서상 대출모집인은 A은행에 고용된 것으로 취급하지 않고 대출모집인에 대해 사용자로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대출모집업무가 A은행 창원지점에서 제공한 지점 내 사무실에서 이뤄졌고, 대출모집인의 수입 내지 보수는 A은행에서 지급하는 대출모집 성사에 따른 수수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인 점 등을 볼 때,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에 있는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대출모집인이 은행 창구에 있던 고무 직인을 사용해 허위 지급보증서를 발급하고 은행 로고가 새겨진 배지와 은행에서 제공한 사무실을 사용한 점 등을 볼 때 이를 은행의 사무집행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며 "A은행은 사용자로서 불법행위로 인해 최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단 "최씨 역시 개인 사이의 거래에서 A은행이 지급을 보증하는 것이 정상적인 은행의 업무에 해당하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데도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며 은행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최씨는 2007년 대출모집인의 소개로 전씨를 만났다. 전씨는 모텔건물을 담보로 대출가승인이 난 상태인데 대출 전에 우선 취득세 납부비용이 필요하니 최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최씨는 은행이 지급보증을 해준다는 대출모집인의 말에 돈을 빌려줬고, 빌려준 돈 중 1억6,000만원을 받지 못하자 대출모집인 등과 A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