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비리 혐의로 기소된 신격호(95) 총괄회장에게 법원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다만 고령과 건강 문제 등을 이유로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김상동 부장판사)는 2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 총괄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35억원을 선고했다. 또 신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에게는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2016고합1055). 함께 재판에 넘겨진 장남 신동주(63)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장녀 신영자(75)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는 징역 2년,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7)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계열사들을 총수 일가 사유물로 여긴 채 합리적 의사결정 없이 독단적으로 사익 추구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회사를 위해 일한 임직원에게 자괴감과 박탈감을 줘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신 총괄회장은 법 질서를 준수하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경영할 책임이 있었음에도 사유재산 처럼 처분한 행위는 용납되기 어렵다"며 "신 회장도 신 총괄회장을 보좌해 그릇된 지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범행에 가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 회장이 아버지의 뜻을 거절할 수 없다해도 범행 실행 과정에서 지위에 따른 역할을 무시하기 어렵다"며 "회장에 취임해 공식적으로 롯데를 대표하는 지위에서 영향력과 역할에 따라 범행을 중단할 수 있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아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신 총괄회장 등의 주요 혐의 중 '영화관 매점 사업 몰아주기'를 업무상 배임으로 인정했지만 신 전 부회장에 대한 '공짜 급여' 등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선고 직후 롯데그룹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롯데그룹 임직원들은 더욱 합심해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 총괄회장은 신 전 이사장과 서씨, 서씨의 딸이 운영하는 회사에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임대해주는 방식으로 롯데쇼핑에 778억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함께 서씨와 딸에게 고문료 등 명목으로 롯데 계열사로부터 총 117억여원 규모의 허위 급여를 지급하게 한 혐의도 받았다. 또 2009년 보유 중이던 비상장주식을 롯데그룹 계열사 3곳에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30% 할증해 매도하는 방식 등으로 941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와 차명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을 신 전 이사장과 서씨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증여세 858억여원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달 1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신 총괄회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3000억원을, 신 회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1000억원을 구형했다. 신 전 부회장에게는 징역 5년, 신영자 이사장과 서씨에게는 각각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한편 신 회장은 지난 14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65·구속기소)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관련 청탁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공여한 혐의로 징역 4년에 추징금 70억원이 구형된 상태다. 이 사건에 대한 선고는 내년 1월 26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