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을 세척만 해서 팔던 농업회사가 싼값에 공급되는 농사용 전기를 썼다가 아낀 전기료의 2배 이상을 위약금으로 물게 됐다. 법원은 농산물 세척은 농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의정부지법 민사단독 이우희 판사는 최근 한국전력공사가 구리시에 있는 S농업회사 대표 박모씨를 상대로 낸 사용료 청구소송(2012가단41656)에서 "S농업회사는 한국전력에 전기료와 위약금 등 2600여만원을 내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박씨는 농산물 세척에 농사용 전기를 사용해도 계약을 위반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전기공급약관에는 농사용 전력의 적용 범위에 대해 열거하면서 농작물 세척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박씨가 작물재배용으로 (값싼)전기를 신청해 놓고 농작물 세척에 사용한 것은 전기사용계약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 판사는 "박씨는 종류별로 전기사용을 구분하는 약관 내용을 한국전력이 설명해 주지 않아서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상 수도사업자는 거래의 신속을 위해 약관에 대해 설명할 의무를 면제받고 있다"며 "한국전력이 약관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약관 내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을 대리해 승소한 법무법인 서울의 이규선(56·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는 "농사용으로 공급하는 전기는 사용료를 보통의 10분의 1수준으로 받는다"며 "만약 농업용 전기를 받아서 다른 곳에 쓴다면 많이 남는 장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구리시에서 S농업회사를 운영하던 박씨는 양파 등 농산물을 사들여와 세척해 팔며 전기는 보통보다 저렴한 농사용을 신청해 사용했다. 한국전력은 S농업회사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는 것을 알게 된 뒤 계약종별을 바꿀 것을 권했고, 박씨가 응하지 않자 지난해 1월 전기공급계약을 해지하고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