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서의 기재내용이 단순한 오기라도 수정입찰서 추가제출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박병대 수석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넥상스 프랑스 에스에이에스(Nexans France SAS)사가 “입찰서의 공장접속수 기재는 단순한 오기이므로 수정제출한 입찰서로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입찰절차진행금지가처분신청사건(2009카합229)에서 기각결정을 내렸다.
세계 1위의 해저케이블업체인 넥상스사는 국내업체인 엘에스(LS)전선과 일본의 제이-파워시스템사(JPS)와 함께 지난 2008년11월 한국전력공사가 실시한 ‘진주~제주간 직류연계 건설사업’ 입찰에 참가했다.
입찰안내서에는 주요기술규격 사항으로 광통신케이블의 공장접속수를 2개 이하로 하도록 돼 있었으나 넥상스사는 7개로 기재해 제출했다. 숫자를 잘못 기재한 것이다. 넥상스사는 입찰마감시한이 지난 후 이 부분을 수정한 입찰서를 다시 제출하면서 수정을 요청했지만 한전은 이를 거부했다.
한편 JPS사는 입찰참가자격 미충족을 이유로 탈락하고 입찰은 넥상스사와 LS전선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하지만 넥상스사는 결국 숫자오기로 인해 기술평가심사단계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아 탈락했고 LS전선이 최종선정돼 지난 2월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넥상스사는 “수정제출한 입찰서로 심사를 진행하거나 재입찰 수순을 밟아야 한다”며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넥상스사가 입찰마감시한 이후 제출한 수정입찰서는 추가제출이 허용되는 서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넥상스사는 “오기가 있는 입찰서는 입찰유의사항의 ‘입찰안내서의 주요 요건을 위배한 입찰서’에 해당한다”며 자사의 입찰참가자격을 부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LS전선의 ‘단독입찰’로 보아 재입찰을 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입찰안내서 중 광통신케이블 공장접속수에 관한 주요기술규격사항은 입찰서의 형식적 요건이라기보다는 형식적 요건의 완비를 전제로 한 입찰서 내용의 평가기준에 해당한다”며 “한전이 넥상스의 입찰참가자격을 인정해 입찰절차를 진행한 것이 경쟁입찰의 취지를 잠탈하는 중대한 하자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