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증서의 작성 때 대리권 유무의 심사는 공증인의 직무상 의무이므로 채권자는 채무자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해야할 주의의무가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강신욱·姜信旭 대법관)는 지난달 31일 이모씨(60) 등 3명이 삼성중공업(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2001다64486)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정증서상의 집행인낙의 의사표시는 공증인가 합동법률사무소 또는 공증인에 대한 채무자의 단독 의사표시로서 성규의 방식에 따라 작성된 증서에 의한 소송행위이고, 공증인법 제31조1·2항은 대리인의 촉탁으로 공증인이 증서를 작성할 때에는 대리권을 입증할 증서를 제출하게 해야 하고 그 증서가 인증을 받지 아니한 사서증서인 때에는 그 증서 외에 권한 있는 행정기관이 작성한 인감증명서 또는 서명에 관한 증명서를 제출하게 해 증서가 진정한 것임을 증명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대리권유무의 심사를 공증인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따라서 공정증서 작성에 있어 대리권 유무의 심사는 공증인의 직무상 의무라고 할 것이므로 채권자에게는 채무자 대리인의 대리권 유무를 조사해야할 주의의무가 없다"며 "무권대리인의 촉탁에 의해 집행력 있는 공정증서가 작성된 경우 그 공정증서는 무효이므로 채권자로서는 공정증서가 무효로 되는 불이익을 받음으로써 족한 것이고, 거기에서 더 나아가 채권자가 채무자 대리인의 대리권 유무에 관한 조사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이 같은 전제 아래 피고에게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