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에게 물품대금을 받기 위한 소송을 맡기려고 자신이 가진 대금채권을 양도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같은 채권양도가 신탁법상 신탁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수탁자로 하여금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신탁은 무효'라는 신탁법 제6조가 유추적용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재판장 윤강열 부장판사)는 의류업체인 A사가 의류소매업자 유모씨를 상대로 낸 매매대금 청구소송(2014가합576267)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조선족 출신인 의류납품업자 최모씨는 2013년 8월 자신이 유씨에게 갖고 있는 1억400만원의 물품대금채권을 A사에 양도했다. A사는 물품대금과 지연손해금을 달라며 유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씨가 조선족으로 한국어에 능숙하지 않은 등 소송 수행에 제약이 있어 A사로 하여금 소송을 제기하도록 하기 위해 유씨에 대한 물품대금채권을 양도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최씨와 A사가 채권양도에 대한 대금을 별도로 정하지도 않았고, A사의 대표이사가 재판이 진행되던 중 '유씨에 대한 승소판결을 받아 대금을 회수하면 최씨를 통해 중국의 의류제조업체에 돌려주기로 했다'고 진술한 점도 이 사건 채권양도 계약이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송행위를 하게 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 채권양도는 그 채권양도가 신탁법상의 신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신탁법 제6조가 유추적용되므로 무효"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