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윤승은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독일 가전전시회에서 삼성전자가 만든 세탁기를 파손한 혐의(재물손괴 등)로 불구속기소된 조성진(59) LG전자 사장과 조모(50) 상무에게 11일 무죄를 선고했다(2015고합134). 사건 발생 후 거짓 내용을 담은 해명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보낸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된 홍보담당 전모(55) 전무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 사장이 사건 당일 세탁기 도어를 3회에 걸쳐 위에서 아래로 누른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당시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만으로는 조 사장이 가한 힘의 정도가 도어를 내려앉힐 정도였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매장 직원들의 진술만으로는 조 사장의 행위 직후에 세탁기 도어에 문제가 발견됐다는 사실도 증명되지 않는다"며 "조 사장의 행동 이후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다른 원인으로 세탁기 도어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전 전무 등에 대해서도 "보도자료에 담긴 내용은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이라며 "보도자료를 배포한 전 전무 등에게 거짓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측이 지난 3월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해 명예훼손 혐의는 공소기각한다"고 설명했다.
조 사장 등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 가전매장 2곳에서 삼성전자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3대의 문을 아래로 여러 차례 눌러 문과 본체의 연결부(힌지)를 고의로 부순 혐의(재물손괴) 등으로 올해 2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사건 발생 이후 LG전자가 낸 해명 보도자료에 삼성 세탁기가 유독 힌지 부분이 취약하다는 등의 허위사실이 담겼다고 보고 조 사장과 전 전무에게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