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62) 전 국정원장에게 금품로비를 한 의혹을 받는 건설업자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는 13일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리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황보연(62) 전 황보건설 대표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2013고합609).
재판부는 "정상적인 인출 방법이 아니라 적자상태를 숨기기 위해 허위 재무제표를 사용해 대출을 받는 등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인 용도로 썼다는 증거가 충분하다"며 "은행들이 황보건설의 재무상태가 적자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거액을 대출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황보건설이 황씨가 소유한 1인 회사여서 횡령으로 인한 피해도 황씨에게 돌아간다는 사실 등을 고려해 양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2009년 2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황보건설과 황보종합건설의 법인자금 26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분식회계로 적자상태를 숨긴 뒤 40억여원의 은행대출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황씨는 2009년 7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원 전 원장에게 순금과 미화 3만 달러 등을 전달하고 홈플러스 연수원 신축 과정에 힘을 써달라는 청탁을 한 의혹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