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의 무분별한 '비정년트랙 교원' 채용과 차별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되는 가운데 비정년 트랙교수 임용과 관련해 대학측에 상당한 재량을 인정해준 판결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비정년 트랙교원은 고등교육법상 '정년이 규정'된 교수, 부교수,조교수,전임감사 등 정년트랙(tenure track)교원과 달리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교원을 말한다. 대다수의 사립대학은 2년 계약제 전임교원으로 임용한 후 재임용을 1-2회로 제한해 최장 6년까지 근무하도록 한 뒤 임기가 만료되면 당연퇴직시키고 있다.
서울고법 행정3부(재판장 유승정 부장판사)는 지난 28일 영산대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2007누29002)에서 "비정년트랙 교수 표모씨에 대한 대학의 재임용 거부는 적법하다"며 1심을 뒤집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표씨는 2005년3월 부산 영산대 법학부 비정년트랙 교수(조교수)로 채용됐다. 그러나 학교측은 표씨와의 계약기간 2년이 끝나가자 2006년12월 '비정년트랙 교원 중 업적평가 하위 20%를 받은 교원에 대해서는 재계약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을 내세워 표씨의 재임용을 거부했다. 당시 표씨는 하위 20%인 C등급을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원업적 평가결과 하위 20%의 교원은 재임용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교원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재임용도 가능한 것"이라며 "원고측의 교원업적 평가방식이 대학의 자율성이나 재량권의 한계를 넘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절대평가방식에 의하더라도 기준을 지나치게 높거나 낮게 설정해 상당수 교원이 재임용 탈락하거나 어느 교원도 탈락하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며 "절대평가방식이 상대평가방식에 비해 합리적이고 공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비정년트랙 교원 업적평가때 연구업적을 제외하고 교육영역과 봉사영역을 평가대상으로 삼은 것도 문제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학문연구만을 전담하는 교원과 달리 표씨와 같은 강의전담 교원의 경우 학생교육과 학생지도에 관한 사항에 중점을 둬 평가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며 "연구업적평가를 제외하도록 한 영산대 업적평가규정은 위법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재임용심사와 관련해 사립학교법이 규정하고 있는 구체적 평가항목도 예시적인 것이고 모두 심사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며 "교원평가항목의 설정이나 배점, 평가방법 등에 관련해 학교측에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