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홍보팀장이 받은 월급은 추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범죄수익을 분배 받은 것이 아니라 단순 급여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형사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국민체육진흥법상 도박개장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모(35)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1억437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 중 추징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최근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2018도6163).
재판부는 "유사행위를 범한 주범이 공범인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한 경우 이를 범죄수익 분배의 일환으로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국민체육진흥법 제51조 1항 및 3항에 의해 공범인 직원으로부터 그가 주범으로부터 수령한 급여 상당액을 추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범이 단순히 범죄수익을 얻기 위해 비용 지출의 일환으로 공범인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한 것에 불과하다면 공범인 직원에 대해서는 이 같은 규정에 의한 추징이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범죄수익을 분배받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범죄조직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었다거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씨가 받은 급여를 근무기간으로 나누면 한달에 약 200만원 남짓인데, 그에 반해 총책인 최모씨가 취득한 순수익은 44억7000만원에 달해 액수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범행기간 동안 1억4370만원의 급여를 수령한 것이 최씨로부터 범죄수익을 분배받은 것으로 보기 어려워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급여 상당액을 추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최씨 등은 2010~2017년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를 개설·운영했다. 국민체육진흥법은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과 수탁사업자가 아닌 자는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정보통신망에 의한 발행 포함)해 결과를 적중시킨 자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유사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김씨는 2011년 5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이 사이트 홍보팀장을 맡아 팀원들의 실적관리와 사이트 홍보 일을 하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김씨에게 징역 2년 4개월과 추징금 1억4470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김씨가 사이트 운영에 큰 역할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년 6개월로 감형하고, 자신의 명의로 통장을 만들어준 대가로 받은 100만원은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추징할 수는 없다며 추징금도 100만원 감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