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의원이 의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채 홀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뒤 여행경비 등을 청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8부(재판장 최병덕 부장판사)는 5일 서울 관악구의회 김모(43) 의원이 의회의장을 상대로 낸 해외연수결재거부취소 및 비용결제거부처분소송 항소심(2008누4666)에서 1심과 같이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관악구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규정을 보면 의장은 10인 이상의 의원이 공무국외여행을 하고자 할 경우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다음 허가여부를 결정해야 하나, 10인 미만의 의원의 경우에는 심사위의 심사를 거치지 않고도 허가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이 단독으로 공무국외여행을 신청한 것에 대해 의장은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않고도 허가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김 의원의 공무국외여행신청을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않고 불허했다는 사유만으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관악구의회 의원 공무국외여행규정은 의원이 △외국의 중앙정부차원의 공식행사에 정식으로 초청된 경우 △3개 국가 이상의 중앙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개최하는 국제회의에 참가하는 경우 △의장의 명에 의해 공무로 국외여행을 하는 경우 만을 '공무국외여행'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김 의원이 영국 킹스턴시를 방문한 목적은 영국의 지방의회제도 및 교육, 사회복지제도를 시찰하고 관련인사와 교류 및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지만 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공무국외여행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의장이 김 의원의 공무국외여행 신청을 불허한 것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관악구의회 의원인 원고는 2007년4월 자신이 소속된 총무보사위원회에서 실시한 미국·캐나다 공무국외여행에 불참했다. 그 후 영국 킹스턴시의회로부터 초청장을 받게 되자 위원회별 단체 공무국외여행 대신 개별적으로 공무국외여행을 가고 싶다며 의장에게 '해외비교시찰계획서' 제출하면서 여행허가를 신청했다. 의장은 의원총회를 열어 원고의 해외비교시찰의 건을 논의한 결과 부결되자 원고의 공무국외여행을 불허했다. 이에 불복한 김 의원은 개인비용으로 영국 런던 및 킹스턴시 연수를 다녀온 뒤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