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서비스(AS) 업체와 대행계약을 맺고 가전제품 등을 수리기사도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리기사가 개인사업자로 따로 등록하고 소득세 등도 개별적으로 납부했다고 해도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했다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김우진 부장판사)는 동양매직서비스와 AS 대행계약을 맺고 수리기사로 일했던 김모씨 등 12명이 동양매직서비스를 상대로 낸 퇴직금 등 청구소송(2013나2031913)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퇴직금 등 총 1억4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수리기사의 업무 수행 건수는 회사의 배정에 따라 정해져 기사들이 독자적으로 거래처나 고객을 개척할 수 없었을뿐만 아니라 회사가 기사들의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각종 근무태도와 관련된 지침을 통해 사실상 기사들을 구속했다"며 "서비스 대행계약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기사들이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으므로 김씨 등은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본급이나 고정급 없이 기사들이 실적에 따른 수수료만을 지급 받았고 개인사업자로 각자 등록해 사업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개별적으로 납부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는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했을 가능성이 크고 기사들도 업무수행 과정에서 회사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므로 이런 사정만으로 기사들의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며 "회사는 법정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구와 포항 등에서 동양매직 전자제품 AS 업무를 담당한 김씨 등은 서비스 대행계약이 만료돼 퇴직하게 되자 퇴직금을 달라고 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김씨 등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4년 8월 "동부대우전자서비스와 서비스대행계약을 체결하는 수리기사들도 회사의 근로자로 볼 수 있다"며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