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무허가' 인력 업체로부터 캐셔(계산원) 등 직원을 공급받아 간접고용했다면, 이는 불법 파견에 해당하므로 직접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민사1부(재판장 박양준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유통업체에서 캐셔로 근무한 김모씨 등 6명(소송대리인 강호민 변호사)이 ㈜세이브존 아이앤씨 등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2015가합71412)에서 "세이브존은 고용의사 표시를 하라. 노무를 제공하지 못한 이후의 임금 1억8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은 사업주가 고용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하는 자한테서 근로자를 공급받은 경우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김씨 등을 고용한 근로자파견업체는 '무허가' 업체이므로 세이브존은 김씨 등을 직접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대해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할 때까지 임금 상당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며 "세이브존은 직접고용의무를 부담하게 된 날부터 고용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임금 상당액으로 손해배상으로 김씨 등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다만 공평의 관념상 김씨 등이 동일한 근로 원인으로 무허가 업체로부터 받은 급여는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된다"며 "세이브존은 불법 파견업체 폐업 이후부터 발생한 임금 상당액만 지급하라"고 했다.
김씨 등은 2008년부터 근로자파견업체인 C사에 입사에 세이브존으로 파견받아 캐셔직 업무를 수행해왔다. 이후 김씨 등은 매장내에서 파견업체가 아닌 세이브존 관리자 지휘·감독을 받으며 근무했다. 그런데 2014년 9월 C사가 갑작스레 폐업하자 더이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게 됐다. 이에 김씨 등은 실질적인 사업주인 세이브존에 고용을 승계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세이브존 측은 그럴 의무가 없다며 거절했다. 이에 김씨 등은 2015년 3월 근로자지위를 확인하고 임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