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혐의와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영준(51·구속기소)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8부(재판장 심우용 부장판사)는 1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전 차관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9400만원을 선고했다(2012고합543).
재판부는 또 자신이 불법사찰의 몸통이라고 주장했던 이영호(48·구속기소)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에게 징역 2년6월을, 이 전 비서관에게서 지시를 받아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사찰 자료 등 증거를 인멸하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종석(42)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에게는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 특수활동비를 횡령해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에 상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인규(56)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44·구속기소)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이 선고됐다. 이 전 지원관은 이날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박 전 차관은 현 정부의 실세라고 알려진 사람으로서 처신을 올바르게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업인허가 명목으로 2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수수했다"며 "인허가 담당 공무원에게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하고 사업 인허가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자들은 공직자의 책무를 저버리고 지위를 오남용해 계획적으로 불법사찰하고 그 증거를 인멸하도록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관련자들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범죄의 예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 전 차관은 2008년 10월 '울주군 활천 일반산업단지' 개발과 관련해 S사로부터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뒤 이영호 전 비서관과 이인규 전 지원관에게 지시해 사업승인권을 갖고 있던 울산시 공무원들을 감사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전 차관은 또 지난 2008년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 6팀원인 고향(경북 칠곡군) 후배 김모씨를 통해 칠곡군수 배모씨를 불법사찰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수는 민선 자치단체장으로 공직감찰 대상이 아니다.
박 전 차관은 2006년 8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파이시티 관련 인·허가 절차가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건설업자인 이동율씨로부터 9회에 걸쳐 1억64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이영호 전 비서관은 최종석 전 행정관을 통해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를 훼손하도록 지시한 혐의(공용물건손상교사 및 증거인멸교사)로 지난 4월 구속기소됐다. 이영호 전 비서관은 2008년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에 대한 불법사찰에 개입한 사실과 2010년 3월 K건업 대표 이모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부산상수도사업본부가 K건업의 경쟁사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사업본부 직원에게 압력을 가한 사실이 드러나 추가기소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민간인 불법사찰 1차 검찰 수사 때 구속기소됐던 이인규 전 지원관은 울산시 공무원에 대한 불법 감찰에 개입한 혐의와 진경락 전 과장과 함께 공직윤리지원관실 특수활동비를 횡령해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에 상납한 혐의를 받아 다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