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박태준 부장판사)는 12일 법원행정처 재판참여사무관으로 근무하다 자살한 지모씨의 부인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부지급처분취소소송(2011구합26480)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씨는 공무상 과로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 유발됐고, 그 때문에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 빠져 자살했다"며 "공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망 무렵 직장 동료와 가족, 담당 의사에게 했던 말이나 상관과 면담 내용 등을 볼 때 새로운 업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불안감 및 극심한 심리적 압박감으로 우울증과 불면증 증세를 보였다"며 "과거 정신 질환이 없고, 아내와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한 점 등에 비춰 보면 공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외에 자살할 만한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집 안방에서 가족과 함께 잠을 자던 중 새벽에 갑자기 자살을 했고 잠옷을 입은 상태였으며, 유서를 남기지 않은 점 등으로 보면 사망 당시 지씨의 인식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이 상당히 낮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원고는 남편 지씨가 지난해 1월 법원행정처 사무국으로 발령받은 지 한 달여 만에 아파트에서 뛰어 내려 사망하자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보상금 지급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하자 같은 해 8월 소송을 냈다.
한편, 대법원은 지씨 사망 이후 재판참여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7월 법원행정처 재판사무국 민사과에 사무관 1명, 실무관 1명으로 구성된 재판지원부를 신설해 민사과 업무의 4분의 1을 분담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