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장 앞에서 검은 리본을 매고 장송곡을 트는 등의 시위를 했다면 시위자는 예식장업주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건물을 임차해 예식장을 운영하는 조모(47)씨가 "건물주가 공사를 진행하면서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며 예식장 앞에서 검은 리본을 매고 장송곡을 트는 등의 시위를 한 김모(51)씨 등 14명과 김씨 등이 속한 (주)S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1다2517)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최근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 등이 확성기를 이용하거나 육성으로 구호를 큰 소리로 반복적으로 제창하고 함성을 지르고 근조휘장을 머리 등에 두르거나 피켓에 매달고 곡소리를 내는 등의 방법으로 시위를 했는데 이는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의 균형성, 긴급성이나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서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피해자에게 있고 이 사건에서는 원고의 재산상 손해가 실제로 발생했다고 보기 부족하지만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모욕 및 업무방해 행위로 인해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들은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 등은 2008년2월부터 3월 사이에 10여 차례에 걸쳐 원고가 운영하는 서울 강북구 M예식장 앞에서 행사가 많은 주말 오후에 'K상사와 원고는 미불임금 12억원을 즉각 청산하라'는 내용의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검은 리본 등을 묶고 장송곡을 틀어 원고영업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에 원고는 "정신적·재산적 손해에 대해 9억4,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고 1·2심은 "시위로 인해 원고가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시위가 사전에 경찰서에 신고한 내용대로 이뤄졌고 시위과정에서 특별한 위법이 없었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