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시효 도과여부는 사고 발생일로부터 사고를 밝혀내 처리하는 날까지가 아니라 발생일로부터 징계를 요구한 날까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노동쟁의에 참가했다가 2008년 1월 징계 해직을 당한 A협동조합 채권관리과 과장 김씨는 2년 여 소송 끝에 징계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아 2010년 11월 복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복직의 기쁨도 잠시, 김씨는 두 달도 채 안 돼 다시 감봉 1월의 징계를 받게 됐다. 징계 사유는 김씨의 부하 직원 윤모씨가 6년 전인 2005년 12월 저지른 횡령사건에 대한 감독 소홀이었다.
복직 후 김씨는 "지금에 와서 다시 징계를 내리는 것은 무효"라며 반발했지만 회사는 "징계처리준칙이 시효 2년을 정한 것은 사고 발생일부터 사고 처리일까지의 기간을 말하는 것"이며 "횡령사건에 대한 특별감사가 있었던 2007년 10월 24일은 아직 사고 발생일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으므로 그 때를 사고처리일로 본다면 징계요구에 무리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A협동조합은 2008년 3월 21일에도 감독 소홀을 이유로 김씨에게 감봉징계를 내리려 했으나 당시 김씨가 노동 쟁위로 해직된 상태라 징계불능 의결을 내렸다.
원심은 징계시효를 '사고처리일로부터 사고발생일까지 소급한 기간'이라고 판단해 회사의 감봉징계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부산고법 민사1부(재판장 문형배 부장판사)는 지난달 11일 A협동조합 직원 김모씨가 A협동조합을 상대로 낸 부당징계취소 소송 항소심(2011나10068)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감봉징계는 무효"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A조합의 징계규정은 '징계시효는 징계의결을 요구한 날 완성된다'고 정하면서도 '시효 2년경과 여부는 사고 처리일을 기준으로 소급해 사고발생일까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정해 사고 처리일이 징계 완성의 기준일인 것처럼 보이게끔 해놨다"며 "그러나 징계시효는 징계권 행사에 제한을 가하려는 취지에서 둔 규정이므로 문언이 명료하지 않은 때는 적용대상자에게 불이익하게 해석해서는 안 되는 만큼 완성 기준일은 김씨에 대해 처음 감봉 징계를 요구한 2008년 3월 21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징계시효는 근로자에 대한 징계사유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일방적으로 근로자를 징계할 수 있었음에도 그 행사 여부를 확정하지 않아 근로자로 하여금 상당 기간 불안정한 지위에 있게 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며 "기업이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징계권 행사를 게을리 해 근로자로서도 이제는 기업이 징계권을 행사하지 않으리라는 기대를 하게 된 상태에서 기업이 새삼스럽게 징계권을 행사하는 것은 신의칙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