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평소 중요 데이터를 별도로 보관하거나 보안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근로자가 회사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외부로 반출했거나 데이터를 삭제했더라도 해고할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행정1부(재판장 김병식 부장판사)는 건설기계와 토목장비를 공급하는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2014구합100978)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회사가 그동안 업무상 중요 데이터를 따로 보관하는 등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다른 직원들도 자유롭게 개인 소유 노트북과 회사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반·출입하고 승인절차 없이 포맷해 왔으므로 김모씨가 하드디스크를 외부로 반출하고 일부 데이터를 삭제한 것이 징계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는 김씨가 자료 복구 등 업무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김씨가 인사위원회 하루 전 후임자에게 인계를 한 사실, 회사는 이미 하드디스크 복구를 외부업체에 맡겼고 마저 복구하지 못한 데이터가 중요한 업무 자료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 점 등을 볼 때 지시 불복종 또한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1990년 입사한 김씨는 IT파트장으로 근무하던 2012년 11월 회사로부터 퇴사 요구를 받았다. 김씨는 회사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떼어내 집으로 가져갔다. 김씨는 다음 달 7일 회사 관계자와 면담했으나 합의에 실패하자 회사로 들고온 하드디스크를 포맷했다. 김씨가 하드디스크를 포맷한 사실을 안 회사는 김씨의 인트라넷 등 시스템 사용권한을 제한한 뒤 인사위원회를 열고 절도 및 데이터 손괴 등을 이유로 김씨를 해고했다. 김씨는 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사유는 맞지만 해고는 지나치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