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중 과중한 업무가 원인이 돼 '모야모야병'이 발현 또는 발병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모야모야병(moyamoya disease)은 특별한 이유 없이 뇌 속 특정 혈관(내경동맥의 끝부분)이 막히는 뇌혈관 질환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임수연 판사는 김모씨(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석 조석영 변호사)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소송(2016구단53619)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2013년 10월 A사에 입사한 김씨는 곧바로 거래처인 싱가포르 회사와의 프로젝트 사업을 위해 현지에 3개월간 파견돼 근무했다. 그러던 같은해 12월 김씨는 동료들과 퇴근 후 숙소인 호텔에 들어가 쉬던 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김씨는 싱가포르에서 긴급수술을 받은 뒤 한국으로 옮겨졌는데 모야모야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신청을 했으나, 공단은 "발병 전 급격한 업무환경 변화가 없었을뿐만 아니라 선천성 질병인 모야모야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이에 김씨는 "오전 7시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등 업무가 과중했다"며 "비록 기저질환인 모야모야병이 있었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더라도 압박감 속에 무리하게 일을 함으로써 과로와 스트레스를 받아 병이 발병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비록 김씨에게 기저질환인 모야모야병이 인지됐으나 법원 감정의에 따르면 모야모야병이 일부 유전적 요인이 관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발병 원인이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았다"며 "모야모야병 환자에게 혈압상승을 초래하는 큰 스트레스는 고혈압 환자와 마찬가지로 뇌출혈 발생의 촉발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업무를 담당했을뿐만 아니라 처리해야 할 업무량도 방대해 휴일과 주말에도 일을 해야 했다"며 "업무가 과중했고 발병일에 다가올수록 업무부담이 증가해 김씨에게 뇌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정신적인 과로와 부담, 스트레스를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모야모야병이 발현됐거나 내재해 있던 모야모야병이 자연적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돼 뇌출혈로 발전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