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관이 가압류 목적물을 채무자가 그대로 점유하게 했더라도 집행관의 점유도 계속되는 것으로 목적물에 멸실·훼손이 발생했다면 집행관의 관리자인 국가도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9부(재판장 최진수·崔珍洙 판사)는 23일 가압류 신청사건의 채무자였던 배모씨(56·죽세품 판매업)가 국가를 상대로 "집행관이 습기에 약한 대나무 가공 제품들을 물이 새는 창고에 보관케 하는 등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상품가치가 없어졌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0가합213)에서 "국가는 9천4백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집행관이 유체동산의 가압류집행을 하며 채무자에게 가압류목적물을 보관시켜 채무자의 점유가 계속되더라도 집행관의 점유 또한 계속되는 것으로 가압류 목적물이 멸실·훼손되지 않도록 할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보존의무가 있다"며 "물이 새는 지하에 목적물을 보관케 하고 채권자가 임의로 목적물을 옮겨갔는데도 방치하는 등 목적물에 대한 보존·점검의무를 게을리한 직무집행상 과실로 가압류 목적물이 멸실·훼손된 만큼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하지만 "가압류목적물을 보관하는 원고에게도 보관장소가 부적절하다는 사실을 집행관에게 통고하지 않고 목적물의 멸실·훼손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 손해를 확대시킨 책임이 있다"며 국가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배씨는 95년9월 (주)삼성건업에 대한 채무로 점포에 진열 중이던 죽제품들에 대해 가압류 결정을 받게 됐는데 집행관이 습기에 약한 죽제품을 물이 새는 지하에 보관케하는 등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하자 국가를 상대로 지난해 1월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