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재무제표의 오류가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회계처리가 적정하다'는 감사 의견을 냈던 회계법인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김영학 부장판사)는 A건설사가 B회계법인을 상대로 "3억원을 지급하라"며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5가합575957)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A사는 2011년 8월 C건설사가 시공 중이던 경기도 고양삼송지구 택지개발사업 조성공사 가운데 토목 및 시설공사를 관리하는 도급계약을 맺고 공사대금 일부인 9억7400여만원을 어음으로 받았다. 그런데 C사는 2012년 3월 경영악화로 기업 회생 절차를 밟았고, A사는 어음 지급이 거절되면서 손해를 입었다. 이후 C사가 지배회사의 260억원대 채무에 대해 지급보증을 했는데도 2010년도 재무제표에 잠재적인 부채로 기재하지 않은 점 등이 드러났다. A사는 C사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B회계법인이 C사 재무제표에 대해 낸 '적정 의견'의 감사보고서를 믿고 현금이 아닌 어음을 받았다며 B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부정이나 오류에 의한 재무제표의 중요한 왜곡표시가 사후에 발견됐다는 사정만으로 감사인인 회계법인이 감사업무 수행·판단을 하는데 부적절했다거나 전문가로서 감사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는 감사인이 '전문가적 의구심'을 바탕으로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업무를 수행하고 그 결과에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지 회사의 재무상태나 경영성과가 양호함을 보장하거나 재무제표에 중대한 왜곡이 없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제출된 증거만으로 B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부실감사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