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위반을 이유로 제기된 이송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에 대해서도 항고할 이익이 있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이는 대법원 판례와 다른 것이어서 최종 결론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민사1부(재판장 박재우 부장판사)는 최근 A사가 낸 이송신청 기각결정에 대한 항고사건(2020라630)에서 1심과 같이 기각 결정했다.
서울 강남구에 본점을 두고 있는 스포츠의류 판매사인 A사는 B씨와 강원도 속초시에 매장을 내기로 하는 대리점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계약관련 분쟁에 대해선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제1심 관할법원으로 하는 관할합의도 했다. 그런데 이후 양측간 분쟁이 발생했고, B씨는 A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춘천지법 속초지원에 제기했다. A사는 관할합의에 따라 해당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이송해달라고 신청했지만, 속초지원은 관할합의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효라며 A사의 이송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A사는 즉시항고했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관할위반을 이유로 하는 이송신청에 대해서는 항고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은 "당사자가 관할위반을 이유로 이송신청을 한 경우 이는 단지 법원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밖에 없는 것"이라며 "따라서 법원은 이 이송신청에 대해서는 재판을 할 필요가 없고, 설사 법원이 이 이송신청을 거부하는 재판을 했다고 해도 항고가 허용될 수 없으므로 항고심에서는 이를 각하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대법원 69마1191 결정, 93마524 전원합의체 결정, 2020마5754 결정 등).
하지만 이번 항고심 재판부는 이와 달리 항고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적법한 관할권 가진 법원
찾아가는 과정 보장돼야
재판부는 "헌법 제27조 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법원이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을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기각하거나 이를 무시하고 본안재판을 진행할 경우 헌법 조항에 따른 법률이 정한 곳의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침해의 문제도 생길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않고 이송신청 자체는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송신청에 관한 기각결정은 민사소송법 제39조(이송결정과 이송신청의 기각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에서 정한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법원이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당사자의 이송신청에 관해 결정의 형태로 기각한다면 실질적으로는 중간적인 재판의 성격이지만 형식적으로는 결정에 의한 절차이므로 이에 관한 불복절차를 허용함이 타당하다"며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명시적인 재판과 이에 대한 불복절차를 통하여 적법한 관할권을 가진 법원을 찾아가는 과정은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사건 관할합의 조항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재판관할의 합의 조항에 해당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14조 1호에 따라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1심의 이송신청 기각결정은 정당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