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가 채무자의 채무초과 사실을 안 상태에서 금전 소비대차 계약을 맺었더라도, 그 계약이 기존 채무변제를 쉽게 하려는 것이라면 사해행위(詐害行爲)에 해당하지 않아 다른 채권자가 취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지난달 22일 S보증기금이 "채권자가 채무초과인 채무자와 소비대차계약을 맺은 것은 채무자의 재산을 감소시킨 것이어서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므로 취소해달라"며 조모(60)씨를 상대로 제기한 배당이의등 소송 상고심(☞2010다103376)에서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취소하고 배당금을 수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경매절차에서 평등하게 배당받기 위해 집행권원을 필요로 하는 채권자의 요구에 따라 채무자가 그 채권자에 대한 기존채무의 변제를 위해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취지가 기재된 공정증서를 작성해준 경우에는 자신의 책임재산을 특정 채권자에게 실질적으로 양도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조씨가 채무자 문모씨에 대해 실제 채권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심리한 후에 이 사건 소비대차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하는데, 이러한 점에 대해 심리하지 않은 채 소비대차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한 원심판단에는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씨는 2009년 2월 그동안 금전거래가 있던 채무자 문씨와 대여금을 정산해 5억400만원을 빌려주는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 미이행시 즉시 강제집행을 받더라도 이의가 없다"는 내용의 공정증서를 작성했다. 2009년 6월 강제경매개시 결정이 내려졌고, 같은 해 8월 문씨의 부동산이 낙찰돼 S보증기금과 조씨를 비롯한 채권자들은 배당액 4700여만원을 각각 받았다. S보증기금은 조씨가 경매에 참여하게 돼 배당액이 줄어들게 되자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