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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대법원, "지자체, 무연고자 분묘 관리 소홀하면 유족에 배상"
지방자치단체가 무연고자 분묘 관리를 소홀히 했을 경우 유족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자체는 무연고자로 처리된 망인의 시체에 대해 10년 동안 매장·화장해 봉안할 의무를 부담하고, 그 기간 동안 분묘가 훼손되거나 망인의 유골이 분실되는 것을 방지하면서 이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 씨가 양주시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2021다286000)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29일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의 형은 2011년 12월 양주시의 한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던 중 숨졌다. 경찰이 A 씨에게 사망 사실을 통보했으나 A 씨는 시신을 인수하지 않았다. 양주시는 2012년 3월 A 씨의 형을 무연고자로 처리해 장례를 치른 후 공동묘지에 매장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관할 구역 내 무연고자 시신을 매장하거나 화장한 뒤 10년간 봉안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A 씨는 2017년 7월 뒤늦게 형의 시신을 찾아 이장하려 했지만 표지판이 멸실된 상태였고, 아무런 유골도 발견하지 못했다. A 씨는 "형의 시신이 사라져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양주시를 상대로 30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양주시에 A 씨의 분묘가 훼손되거나 유골이 분실되는 것을 방지할 법률상 주의의무가 없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그러나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구 장사법 제12조 제1항에서 정한 법령상 의무는 시장 등이 무연고자의 시체 등을 일정 기간 동안 매장·화장하여 봉안하는 것에만 한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양주시는 A 씨 등 망인의 연고자가 봉안된 망인의 시체·유골 등을 인수할 수 있도록 분묘가 훼손되거나 망인의 유골이 분실되는 것을 방지하면서 합리적으로 관리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 등에게 무연고 시체 등에 관한 처리 의무를 명문의 법령으로 상세히 규정·부과한 것은 사망한 무연고자의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혹시라도 나중에 확인되거나 연고권을 주장하는 연고자가 일정 기간 내에서 매장·화장·봉안된 무연고자의 묘지 등에서 경배와 추모 등 적절한 예우를 취하거나 시체·유골 등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시장 등 지자체장이 분묘가 훼손되거나 망인의 유골이 분실되는 것을 방지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의무까지 부담한다는 것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분묘
무연고자
장사법제12조제1항
박수연 기자
2023-07-18
민사일반
지식재산권
[판결](단독) 가방의 구성 형태 조합 방법 따라 상품의 형태 좌우
구성 부분을 분해해보면 흔한 형태의 제품이라도 그 결합으로 인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제품이 만들어졌다면 부정경쟁행위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상품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4부(재판장 이광만 부장판사)는 최근 루이비통 말레띠에가 알비이엔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21나2032690)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알비이엔씨는 루이비통에 7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구성 부분을 분해해보면 흔한 형태의 제품이라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 만들어졌다면 보호해야 알비이엔씨는 2017년 9월 '버킷백(양동이 모양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가방 윗부분이 가방을 조이기 위한 조임끈과 조임끈이 관통하는 구멍이 있는 것이 특징)' 형태 가방인 '제니백'을 출시해 인터넷 쇼핑몰과 백화점 등 오프라인매장에서 판매했다. 루이비통은 같은해 11월 자사에서 2017년 3월 이미 출시해 판매하고 있는 버킷백 형태의 '네오노에' 제품과 제니백이 유사하다며 알비이엔씨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므로 3억4000여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제품의 전체적인 인상에 상당한 차이가 있고, 이런 차이를 고려하면 모방한 상품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루이비통에 패소 판결했다. 루이비통 '네오노에' / 알비이엔씨 '제니백'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루이비통의 일부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루이비통의 제품과 같은 개별구성요소의 선택과 결합으로 인해 형성된 제품 형태를 지닌 선행 상품이 출시되거나 유통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가방에서 흔히 사용되고 여러 형태가 다양하게 창작된 물품은 다양하고 많은 공지의 구성 형태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도 상품 형태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루이비통의 제품 형태는 비록 동종 제품의 구성 형태를 조합한 것일지라도 이를 상품의 기능·효용을 달성하거나 그 상품 분야에서 경쟁하기 위해 채용이 불가피한 형태 또는 동종의 상품이라면 흔히 가지는 개성이 없는 형태라고 볼 수 없다"며 "타인의 모방에 따른 부정경쟁행위로부터 보호를 부여할 가치가 있는 정도의 자금과 노력의 투여에 따라 루이비통이 구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알비이엔씨가 제품을 생산·판매한 행위는 루이비통 제품의 형태를 모방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1호 자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므로 루이비통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부정경쟁행위
모방
루이비통
한수현 기자
2022-05-23
민사일반
부동산·건축
[판결] 2014년 고양터미널 화재, 공사 맡긴 CJ푸드빌도 배상책임
지난 2014년 발생한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사건과 관련해 당시 터미널에서 푸드코트 입점을 위해 내부 공사를 진행하던 CJ푸드빌에도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최근 롯데정보통신이 CJ푸드빌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8다268835)에서 "CJ푸드빌 등은 롯데정보통신에 2억2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4년 5월 고양종합터미널 지하 1층에서 푸드코트 입점을 위해 내부 공사를 진행하던 CJ푸드빌은 A업체에 가스 배관공사를 맡겼다. A업체는 이 공사를 B업체에 하도급을 줬고, B업체는 개인사업자인 C씨에게 가스배관공사를 재하도급했다. 사건 당일 C씨가 고용한 배관공이 가스배관 용접 작업을 하다 화재가 발생했고, 소방시설이 전혀 작동하지 않으면서 불이 크게 번져 사망 9명을 포함해 총 6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고양종합터미널 1층에 전산장비를 납품하다 이 화재로 재시공을 하게 된 롯데정보통신은 CJ푸드빌과 A·B업체, 터미널 건물 시설관리업체 등을 상대로 2억4790여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1심은 하도급 업체인 A·B업체와 시설관리업체의 책임만 인정해 이들 업체가 공동해 2억2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지하 1층의 점유자였던 CJ푸드빌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2심은 "CJ푸드빌은 영업준비 공사를 4개 업체에 분할도급했고 공사를 총괄해 관리·감독한 점 등에 비춰보면 화재 발생 당시 지하 1층을 지배하면서 사실상 점유·관리했다"며 "공사 현장에는 천장에 우레탄폼이 그대로 노출돼 화재가 발생하면 연소가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CJ푸드빌이 위험 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CJ푸드빌이 임차인 겸 분할도급인으로서 점유·관리하는 지하 1층에 공작물 보존의 하자가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고, 이 사건의 공동 원인 중 하나가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같은 날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사건과 관련해 상가 임차인들이 CJ푸드빌을 상대로 낸 사건에서도 CJ푸드빌 측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됐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오모씨 등이 CJ푸드빌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다298673)에서 "CJ푸드빌 등은 오씨 등에게 7억18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고양종합터미널 지하 2층 매장을 빌려 영업을 하던 오씨 등은 화재로 인해 집기·비품·재고 등이 훼손됐고, 매장 복구공사 등으로 상당기간 영업을 하지 못했다며 CJ 푸드빌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 사건에서도 1심은 하도급 업체와 시설관리업체 등의 책임만 인정했지만, 2심은 지하 1층의 점유자였던 CJ푸드빌의 책임도 있다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이 판결을 확정했다.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공작물하자
박수연
2022-04-19
민사일반
[판결](단독) 눈썰매장 안전사고… “업주, 5080만원 지급하라”
눈썰매장에서 난 안전사고로 중상을 당한 이용객들에게 썰매장 업주가 5000여만원의 배상책임을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5단독 조규설 부장판사는 A씨와 B씨가 눈썰매장 업주 C씨와 D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가단5215042)에서 최근 "피고들은 공동해 A씨에게 180여만원을, B씨에게 4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 등은 2017년 크리스마스를 맞아 경기도에 있는 한 눈썰매장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슬로프에 있는 눈이 언 탓에 빠른 속도로 하강하며 안전펜스에 부딪친 것이다. 이 사고로 A씨는 얼굴과 갈비뼈에 타박상 등을 입었고, B씨는 발목이 꺾여 족관절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이에 A씨 등은 소송을 냈다. 조 부장판사는 "이 눈썰매장은 배수가 원활하지 않은데 사고 전날 비가 와 기온이 낮아지는 등 슬로프가 얼어 눈썰매의 제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었음에도 적절한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슬로프 하단부는 눈으로 덮여있지 않고 상단에 비해 더 얼어있던 상태로 계속 가속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하단 안전펜스는 추운 날씨에 딱딱하게 돼 충격 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눈썰매장은 위험성에 비례해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며 "이러한 하자로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C씨는 민법 제758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 등도 눈썰매의 제동방법을 정확히 숙지하고 속도를 제어해 자신의 신체를 보호할 주의의무가 있었지만, 이를 게을리해 사고 발생 및 손해 확대에 주요 원인이 됐다"며 "당시 다른 이용객들은 아무도 사고를 입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C씨 등의 배상책임을 4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조 부장판사는 전치 4주의 발목 골절상을 입은 B씨의 노동능력상실률을 치료기간 중에는 100%로, 그 이후부터는 족관절의 운동범위 제한에 따라 12%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전치 2주의 타박상 등을 입은 A씨에게는 재산상 손해 110여만원[=(휴업손해 100여만원+기왕치료비 170여만원)×40%]에 위자료 70만원을, B씨에게는 재산상 손해 4400여만원[=(일실수입 9400여만원+기왕치료비 1200여만원+향후치료비 470여만원)×40%]에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손해배상
안전사고
눈썰매
중상
이용경 기자
2022-03-07
민사일반
[판결](단독) ‘유명 베이커리 식자재 운송’ 지입차량 매매 알선해놓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명 베이커리에 고정적으로 식자재 운송을 할 수 있다며 지입차량 매매를 알선했지만 실제 업무나 급여가 계약조건과 크게 달랐다면 지입차량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최근 A씨가 지입차량 알선업자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단5104382)에서 "B씨는 2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3월 B씨로부터 "대기업 식품업체인 C사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매장에 식자재를 운반하는 업무를 고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2.5톤 트럭을 매입했다. 하지만 A씨는 실제 베이커리 매장이 아닌 C사 소속 다른 브랜드 매장에 식자재를 운송하게 됐고, 근무시간과 급여 등도 B씨가 제시한 광고 조건과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됐다. A씨는 B씨에게 매매계약 조건대로 베이커리 매장에 식자재 운송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B씨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원고일부승소 판결 김 판사는 "A씨가 매매계약을 맺은 실질적 이유는 B씨가 소개하는 중고 차량을 매입해 지입차량 운수회사에 지입하면 유명 베이커리 매장에 식자재 운송을 하는 고정적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며 "차량을 매입해도 베이커리 매장에 식자재를 운송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A씨가 알았다면 매매계약을 맺지 않았거나 다른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B씨가 유명 베이커리 매장에 식자재 운송 일자리를 확보하고 제공할 의무는 매매계약의 목적 달성에 있어 필요불가결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매매계약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아 A씨가 매매계약을 맺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주된 채무"라며 "B씨는 매매계약 내용에 부합하는 주된 채무 중 하나인 일자리 확보·제공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지난 4월 B씨에게 계약해제 의사를 표시해 매매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돼 소급적으로 효력을 잃었다"며 "B씨는 원상회복의무의 이행으로 매매대금으로 지급받은 5800여만원을 A씨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고, A씨는 이미 차량과 사업용 차량번호를 매도해 2800여만원을 회수한 상태이므로, B씨는 그 차액인 2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대기업
식자재
베이커리
알선
이용경
2021-09-23
민사일반
[판결](단독) 대형마트서 철재 스탠드에 머리 다친 어린이… 책임은
대형마트가 쇼핑카트 보관소와 임시매장 가판대 사이에 충분한 여유 공간을 확보하지 않아 어린이가 철제 스탠드에 머리를 부딪쳐 다쳤다면 안전유지 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유지현 판사는 A양의 부모가 홈플러스와 매장관리자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가단26087)에서 최근 "피고들은 공동으로 307만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유치원생인 A양은 2017년 8월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지하 1층 카트 보관소에서 어머니와 함께 카트를 꺼내다 바로 옆 임시매장에 설치된 철제 스탠드 표시봉이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쳐 뇌진탕 등의 부상을 당했다. 이에 A양의 부모는 "홈플러스가 안전유지 의무를 소홀히 했고, B씨 역시 공작물 점유자로서 주의의무를 게을리 해 손해가 발생했다"면서 "치료비 500여만원과 위자료 3000만원 등을 배상하라"며 2020년 7월 소송을 냈다. 유 판사는 "카트 보관 장소는 B씨가 관리하는 임시매장 가판대와 철제 스탠드 표시봉으로 다소 협소한 상태였다"며 "고객에 대한 안전의무를 부담하는 홈플러스는 카트 보관소를 설치·관리함에 있어 고객들이 카트를 꺼내는 과정에서 충돌이나 부상 등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유 공간을 충분히 두고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있는 물건을 제거하는 조치 등을 취해야 함에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안전의무 위반” 이어 "B씨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카트 보관소 가까이에 철제 스탠드를 설치해 사람들이 부딪히거나 스탠드가 쓰러지기 쉬운 상황을 초래했다"며 "철제 스탠드의 점유자인 B씨는 설치·관리에 있어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지 못했으므로 A양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A양의 보호자가 카트 보관소로부터 떨어진 안전한 공간에 A양을 잠시 대기할 수 있도록 조치하지 않은 부주의도 사고의 원인이 돼 홈플러스 측의 책임을 80%로 제한한다"며 "A양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에 대해서는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기 때문에 뇌진탕 치료비로 지출한 7만6640원(기왕치료비 9만5800원의 80%)을 재산상 손해액으로 하고, 여기에 A양의 나이와 성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한 위자료 300만원을 함께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어린이
안전유지의무위반
대형마트
부상
상해
손해배상
홈플러스
이용경 기자
2021-09-16
민사일반
[판결](단독) 청소용역업체 직원 절도사건으로 용역계약 해지 했더라도
유통회사가 청소 용역업체 직원의 절도사건을 이유로 용역계약을 해지했더라도 해당 직원이 관련 소송에서 승소해 계약해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면 용역업체에 계약해지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는 청소 용역업체인 A사가 홈플러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나2005912)에서 최근 "홈플러스는 A사에 1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사는 2014년 홈플러스 지점 8곳에 대한 매장 내 미화 및 주차·카트 관리 용역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에는 A사 직원이 홈플러스 매장 안에서 현금 10만원 이상 또는 그에 상당한 상품 등을 훔친 경우 계약해지 등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다 같은 해 10월 홈플러스는 경기도의 한 지점에서 근무하던 A사 직원 B씨가 매장에서 여러 차례 식품 등을 훔쳤다며 해당 지점에 관한 용역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A사는 B씨에게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B씨가 훔친 물품 가액이 10만원 이상이라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이에 A사는 "B씨가 절취한 물건 가액이 10만원이 안 돼 계약해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부당하게 계약해지를 당했다"며 홈플러스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행거절로 인한 채무불이행 구성 손배 책임 부담 재판부는 "홈플러스가 전소 판결의 항소심에서 A사를 위해 보조참가했으나, 당시 B씨가 훔친 물품가액이 10만원 이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이 확정됐다"며 "홈플러스가 이번 사건에서 B씨가 훔친 물품가액이 10만원 이상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은 보조참가에 따른 참가적 효력에 저촉돼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홈플러스는 용역계약상 계약해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매장 내 상품 절취'를 사유로 계약해지를 했다"며 "이러한 홈플러스의 부당한 계약해지는 A사에 대해 이행거절로 인한 채무불이행을 구성하므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청소용역업체 승소판결 다만 "A사도 계약해지가 적법함을 전제로 과거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고, 홈플러스도 B씨에 대한 조사와 피해변제를 받는 과정에서 A사에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사정이 많이 있었다"며 "계약해지와 전소판결의 경위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은 용역계약이 유지됐더라면 A사가 얻었을 3100여만원에서 60%인 1900여만원으로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손해배상
절도
계약해지
청소용역업체
이용경 기자
2021-06-14
민사일반
[판결](단독) "코로나로 매출 급감… 상가 임대차 계약 해지 가능"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가게 매출이 90%이상 급감했다면 사정변경 원칙을 적용, 상가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전염병 확산으로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은 상인들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거나 임대료 감액 청구 등을 통해 월세 부담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2011년부터 악세사리 도·소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오던 A사는 2019년 5월 B사로부터 서울 명동에 있는 상가건물 1층 점포(20평 규모)를 임대해 직영점을 운영했다. 임대기간 3년에 보증금 2억3000만원, 월세 2200만원을 주는 조건이었다. 손님들은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많았는데,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7월부터 같은해 12월까지 5700여만원~8900여만원에 이르던 월 매출이 2020년 1월 3000만원대로, 한달 뒤인 2월에는 2000만원대로 추락하더니 같은해 3~5월에는 100~200만원대로 곤두박질쳤다. 결국 A사는 지난해 5월 중순 점포를 휴점했다. A사는 더 이상 가게 운영이 어렵다고 보고, 지난해 6월 임대인인 B사에 내용증명우편을 3차례 보내 '코로나19 사태라는 불가항력적인 외부사유가 발생해 임대차계약 제13조 4항에 따라 2020년 7월 2일자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양사가 체결한 임대차계약서 제13조 4항에는 '당사자 중 일방이 법령의 개폐, 도시계획, 화재, 홍수, 폭동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90일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 상대방에 대해 30일 전에 서면통지를 한 후 본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B사는 "홍수나 태풍, 화재 등 천재지변으로 건물이 망가진 게 아니라 영업장에서 영업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라며 "코로나19는 임대차계약서 제13조 4항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임대차계약 13조 4항 “불가항력적인 사유 해당” 이에 A사는 "임대차계약이 1차 해지통보서의 수령일로부터 30일이 경과한 2020년 7월 4일자로 해지되었음을 확인해달라"며 B사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냈다. A사는 "설령 임대차계약 해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90% 이상 급감한 것은 민법 제628조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1조가 규정하고 있는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차임이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 해당한다"며 "차임감액청구 의사표시가 B사에 송달된 날의 다음날인 2020년 10월 8일부터는 종전 임대료보다 90% 감액된 월 220만원으로 인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A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인화 김민주·한정현 변호사)가 B사를 상대로 낸 임대차보증금소송(2020가단5261441)에서 최근 "양측이 2019년 5월 체결한 임대차계약은 2020년 7월 4자로 해지됐음을 확인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김 판사는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해제 또는 계약해지는 물론 민법 제628조 또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차임증감청구권은 민법의 일반원칙인 계약준수 원칙에서 벗어나 계약의 내용을 바꿀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라며 "이는 구체적 타당성을 위해 법적 안정성을 일부 훼손하는 것이므로, 그 해석과 적용을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계약해제·해지 또는 차임증감청구권은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객관적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하지 않았고 예견할 수도 없었으며 △그 사정변경이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것으로서 △당초의 계약 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공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부당한 결과가 생기거나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는 경우에, 비로소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사정변경 원칙’ 적용… 임차인 승소판결 김 판사는 "(이 사건에서 보면) A사가 임차한 점포는 명동에 위치한 매장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통한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인데, 코로나19로 외국인들의 입국이 제한되고 모든 해외입국자들에게 2주간 격리를 의무화하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해외여행객의 국내 입국자 수가 99% 이상 감소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 장기화됨에 따라 매출이 90% 이상 감소해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가 발생되고 장기적으로 지속하며 매출이 90% 이상 감소될 것이라는 사정은 원고(A사)와 피고(B사)는 물론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며 "그와 같은 현저한 사정변경의 발생과 관련해 원고(A사)에게 어떠한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이 제한되면서 점포의 매출이 90% 이상 감소한 것은 임대차계약 제13조 4항에서 정한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90일 이상 자신의 영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에 해당한다"며 "설령 이러한 계약해지 조항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은 계약 성립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의 변경이 발생했고 그러한 사정의 변경이 해제권을 취득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것으로서 계약 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는 경우로서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권영준(51·사법연수원 25기)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그동안 사정변경 원칙에 따른 해지를 거의 인정하지 않는 추세였는데, 이번 판결은 코로나19로 생긴 여러 사정변경으로 인해 계약해지를 인정한 하급심 판단"이라며 "이러한 경우도 인정되지 않는다면 사정변경 원칙에 의한 계약해지는 무의미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 개정 하지 않고도 피해 입은 상인 구제 길 열어 특히 이번 판결은 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코로나19로 영업에 피해를 입은 상인들을 구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24일 코로나19로 3개월 이상 집합금지 또는 집합제한 조치를 받고 폐업한 상가임차인에게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 해지권을 인정하는 내용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코로나19 등 제1급 감염병으로 3개월 이상 집합 금지나 제한조치를 받은 상가 세입자가 폐업을 신고한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계약 해지 효력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해지권을 행사하겠다고 통고한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발생하도록 했다. 현재 원론적으로만 인정되고 있는 사정변경에 의한 해지권을 코로나19로 인해 집합금지 조치 등을 당한 상가임차인이 폐업한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임차인이 차임 지급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계약해지
건물
임대차계약
매출
코로나
이용경 기자
2021-06-02
민사일반
[판결](단독) 매출부진에 가맹본사에 매장운영 맡겼다면
가맹점이 매출 부진 탓에 가맹본사에 매장 운영을 맡겼다면 본사는 위탁운영계약에 따라 매장을 인수할 사람을 찾고 매각대금까지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한성수 부장판사)는 A사가 프랑스 유명 베이커리업체의 한국지사인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합593892)에서 최근 "B사는 2억5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A사는 2017년 8월 B사와 가맹계약을 맺고 서울 용산에 지점을 운영했다. 그러나 A사는 매장 수익이 예상보다 저조하자, 이듬해 2월 B사에 매장 운영을 맡기는 위탁운영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A사는 베이커리 매장과 관련된 모든 수익과 지출을 B사에 귀속시키고, B사는 '가능한 조속한 시일 안에' 자산과 운영을 인수할 인수자를 찾아 베이커리의 자산과 운영권리를 4억원에 매각해 A사에 귀속시키도록 했다. 그러나 B사는 2019년 3월 이후 매장의 월 차임과 관리비를 연체했고, A사가 예금계좌의 지급을 정지하자 그 무렵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이에 A사는 "위탁운영계약에 따라 본사(B사)는 매장 인수자를 물색해 매장을 4억원에 매각한 뒤 그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매장 운영을 중단해 손해를 입혔다"며 "이미 반환받은 보증금 등을 공제한 2억5500만원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B사는 "계약상 4억원의 매각대금을 주기로 한 것은 도의적 책임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운영 중 영업중단… 계약상 의무위반” 재판부는 "(양측이 맺은) 위탁운영계약에는 B사가 매장을 운영하다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권을 포함한 영업권 일체를 제3자에게 4억원에 매각해 그 대금을 A사에 지급하고, 매장의 매출 극대화에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이는 매장을 약정한 4억원에 매각될 수 있도록 영업권의 가치를 유지시킬 것을 전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B사는 연체 차임 등을 지급하지 않은 채 영업을 중단함으로써 이 매장을 4억원에 매각하기로 한 의무 이행이 불가능하게 돼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또 "계약상 '가능한'이라는 문구는 문언상 그 후에 이어지는 '조속한 시일'을 수식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고, 최대한 조속하게 매장을 매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됐다고 할 것"이라며 "이러한 문구를 사용했다는 사정만으로는 B사가 매장을 4억원에 매각해 그 이득을 A사에 귀속시키도록 한 계약조항이 단순히 도의적 책임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매출
가맹본사
매각
매장
가맹점
이용경 기자
2021-05-17
민사일반
[판결] "분묘기지권 시효취득했더라도 토지사용료 내야"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했더라도 땅 주인이 토지 사용료를 청구하면 청구한 날부터 이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에는 지료(地料)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관습법상 물권인 분묘기지권의 유효성은 계속 인정하면서도 토지 소유자의 권리도 일정부분 인정하는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9일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지료청구소송(2017다228007)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4년 경기도의 한 임야를 사들였다. 이 땅에는 1940년 사망한 B씨의 조부와 1961년 사망한 B씨 부친의 분묘가 있었는데 B씨는 이 분묘들을 계속해서 관리해왔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내가 토지 소유권을 취득한 날 이후부터 지금까지 토지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했고, B씨는 자신에게 분묘기지권이 있으므로 낼 수 없다고 맞섰다. 분묘기지권은 분묘가 비록 다른 사람의 토지 위에 설치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분묘와 주변의 일정면적의 땅에 대해서는 사용권을 인정해주는 관습법상의 물권을 말한다. 따라서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면 땅 주인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분묘를 철거하거나 철거를 요구할 수 없다. 통상 분묘기지권은 △땅 소유자의 허락을 받아 묘지를 설치한 경우(승낙형 분묘기지권)나 △자신의 땅에 묘지를 설치한 후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면서 묘지 이전에 대해서는 별다른 약정을 하지 않은 경우(양도형 분묘기지권) △남의 땅에 묘지를 설치하고 20년 동안 평온·공연하게 점유해 사용한 경우(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에 인정된다. 대다수의 서민들이 분묘를 설치할 땅을 소유하지 못한 경제상황과 장묘시설이 부족해 남의 땅에 매장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 등을 감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화장 비율이 크게 높아지는 등 장묘 문화가 변하고 있고 제사 등에 대한 국민 의식도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습법상 권리인 분묘기지권을 계속 인정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졌다. 특히 지난 2001년 1월 13일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대법원의 입장도 수정돼야 하는지가 문제가 됐다. 장사법은 묘지의 설치기간을 기본 15년으로 규정하고 3번에 걸쳐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 최장 60년간 분묘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허락 없이 묘지를 설치한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의 사용권이나 묘지 보존을 위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이후 장사법은 한차례 개정을 통해 묘지의 기본 설치기간을 30년으로 정하고 1회에 한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7년 1월 전원합의체 판결(2013다17292) 등을 통해 장사법 시행 이전에 남의 땅에 설치된 분묘에 대해서도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이 계속 인정된다고 판시하는 등 분묘기지권의 유효성을 유지해왔다. 헌법재판소도 2020년 11월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합헌이라고 판단해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토지 소유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은 계속돼왔다. 특히 이 사건처럼 분묘기지권자에게 토지 사용료라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토지소유자는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불이익 감수 당사자의 이해관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 있어 사용료는 소유자가 청구 시점부터 지급의무 부담 결국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기존 판례를 변경해 토지 소유자가 분묘기지권자에게 지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청구할 수 있는 지료의 범위를 토지 소유자가 토지 사용료를 청구한 날로부터 계산하도록 제한해 이전의 사용료까지 무한정 소급해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재판부는 "분묘기지권과 같이 관습법으로 인정된 권리의 내용을 확정함에 있어서는, 관습법상 권리의 법적 성질과 이를 인정한 취지, 당사자 사이의 이익형량과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립한 분묘기지권으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토지 소유자로 하여금 일정한 범위에서 토지 사용의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분묘기지권자로 하여금 오래 전 분묘를 설치한 시점까지 소급해 그 이후의 지료를 모두 지급하도록 하면, 분묘기지권자는 장기간의 지료를 일시에 지급해야 하고 이를 지체하면 분묘기지권 자체가 소멸할 수 있다"며 "이는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해 온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묘기지권의 특수성, 조리와 신의성실의 원칙, 지료증감청구권 등 관련 규정의 근본적인 취지를 종합하면,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 경우 토지 소유자가 토지 사용의 대가를 청구하면, 그때부터 지료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며 "이와 달리, 분묘기지권자의 지료 지급의무가 분묘기지권이 성립함과 동시에 발생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1992. 6. 26. 선고 92다13936)과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1995. 2. 28. 선고 94다37912)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가 재판상 또는 재판 외에서 지료를 청구하면 그때부터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게 된다. △지료의 구체적 액수는 당사자의 협의로 정하거나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정할 수 있고(민법 제366조 단서), 정해진 지료가 지가 상승 등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상당하지 않게 되면 당사자는 지료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286조). △지료 채권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민법 제162조 제1항) △지료를 2년분 이상 지급하지 않으면 토지 소유자는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지만(민법 제287조), 당사자의 협의나 법원의 판결에 의해 분묘기지권에 관한 지료의 액수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지료 지급을 지체한 것으로 볼 수는 없어 분묘기지권 소멸 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93다52297 판결 등 참조). 이에 대해 이기택·김재형·이흥구 대법관은 "시효로 취득하는 분묘기지권에 대해서는 그와 가장 유사한 법정지상권에 관한 민법 규정을 유추적용해 지료 지급 의무의 발생시점을 판단해야 하고, 추상적인 조리나 신의칙을 근거로 이와 달리 판단해서는 안된다"며 "다른 사람의 토지에 분묘를 무단으로 설치하면 분묘기지의 점유·사용 기간 동안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진다.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가 완성돼도 그와 같이 대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상태에서 시효취득이 이뤄지고, 시효취득의 효력이 점유를 개시한 시점으로 소급하기 때문에, 분묘 설치 시부터 지료가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한편 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관습법으로 인정해 온 배경과 취지에 비춰, 지료의 수수나 청구조차 없이 20년 이상의 장기간 평온·공연하게 분묘기지의 점유가 계속됐다면, 토지 소유자가 묵시적으로 무상의 토지 사용을 용인했거나, 적어도 분묘기지권자는 그와 같이 알고 분묘기지를 점유해 왔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그에 따라 분묘기지권자는 시효 기간 동안 계속된 사실관계와 동일한 내용의 권리, 즉 지료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분묘기지권을 취득한다고 봐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앞서 1심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경우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경우에도 적어도 토지 소유자가 지료 지급을 청구한 때부터는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과 관련된 지료에 대한 상충되는 판례들이 모두 정리됐다"며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해 온 관습법의 취지를 존중하고 분묘의 존속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면서도, 토지 소유자의 일방적 희생을 막고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는 해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묘기지권
토지사용료
시효취등
토지
지료
관습법
박미영 기자
20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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