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대상자가 징계위원들을 무더기로 기피(忌避)한 경우 명백하게 징계절차를 지연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면 기피 대상이 된 징계위원들이 서로의 기피신청을 기각했더라도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신광렬 부장판사)는 전남 S대에서 교직원으로 일하다 파면된 성모씨가 "징계위원 7명 중 6명을 같은 사유로 기피신청을 했는데도 징계위원들이 기피의결에 참여해 신청을 기각했으므로 파면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이 대학 재단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 항소심(2014나53259)에서 최근 원고승소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징계대상자의 기피신청이 실질적으로 징계절차를 지연시키려는 목적이 명백하다면 기피제도를 남용하는 경우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기각했다고 해서 애초 성씨에 대한 파면처분이 절차상 위법해 무효가 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피징계자가 징계위원 전원 또는 대부분에 대해 동시에 제척 또는 기피신청을 하고 그로 인해 징계위원회를 구성할 수 없거나 기피신청이 징계절차 지연을 목적으로 하는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기피신청의 대상이 된 징계위원이 기피 결정에 관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여러명의 징계위원에 대해 같은 사유에 의한 기피신청이 이뤄진 경우에는 대상자 각자에 대한 기피의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기피의결에도 참여할 수 없다고 봐야 하지만, 이번 경우는 예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성씨는 무단결근과 근무지 이탈 등으로 징계위에 회부되자 "징계위원 7명 중 6명이 나의 노조원 자격 박탈하는데 앞장선 인물들"이라고 주장하며 이들에 대한 기피 신청을 냈다. 징계위원들은 자신을 제외한 다른 위원들의 기피신청을 기각하는 방식으로 성씨의 기피신청을 모두 기각한 뒤 파면 결정을 했다.
1심은 "원고가 징계위원 중 6명에 대해 공통의 원인으로 기피신청을 했는데, 해당 6명은 서로의 기피의결에 참여했으므로 절차적 하자가 있어 파면처분은 효력이 없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