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에 달하는 복채를 주고 무속인에게 굿을 의뢰했으나 결과가 뜻대로 되지않았다면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을까?
노모씨는 사업을 번창하게 해준다는 광고에 무속인 전모씨를 찾았다. 마침 노씨가 운영하는 모텔이 영업정지를 당하고, 자신의 아들이 갑자기 아파 병원에 입원하는 등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씨는 "조금만 빨리 왔어도 이렇게까지는 안 됐는데, 잘못하면 아들이 죽을 수 있어 하루빨리 굿을 해야한다"는 전씨의 권유에 따라 2003년6월부터 2004년8월까지 무려 22차례에 걸쳐 굿을 받았고, 그 대가로 자그마치 1억2,400여만원을 지불했다. 게다가 노씨는 전씨에게 3억1,100여만원을 빌려주기까지 했다. 노씨는 뒤늦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전씨가 이에 응할리 없었다.
노씨는 결국 소송을 냈고, 사건을 담당한 서울동부지법 민사13부(재판장 이은애 부장판사)는 "굿값을 배제한 대여금만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2007가합7018).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굿과 같은 무속행위는 정신적이고 신비적인 세계를 전제로 해서 마음의 위안과 평정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무속업계에서 이뤄지는 일반적인 굿을 한 이상 기망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무속인이 자신의 직업으로써 행해지는 일반적인 굿을 했다면, 효과가 없더라도 속였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노씨는 전씨에게 빌려준 3억1,100여만원 중 전씨가 도중에 갚은 1억5,000만원을 뺀 나머지 1억6,100여만원의 대여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