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서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숲, 대체 불가능한 숲과 집의 가치 - 르엘 어퍼하우스
logo
2024년 4월 30일(화)
지면보기
구독
한국법조인대관
판결 큐레이션
매일 쏟아지는 판결정보, 법률신문이 엄선된 양질의 정보를 골라 드립니다.
민사일반
미수
검색한 결과
27
판결기사
판결요지
판례해설
판례평석
판결전문
국가배상
민사일반
[판결] “사법경찰관 위법 없다면 영장발부나 체포·구속 자체는 위법 아니다”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영장 청구, 판사의 영장 발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하고도 일부러 누락하는 등의 독자적 위법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판사의 영장 발부에 따른 피의자 체포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A 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2020다290569)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 가운데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사법경찰관이)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으로 피의자를 체포, 구속하는 것은 체포영장, 구속영장을 집행한 결과일 뿐”이라며 “사법경찰관이 증거나 자료를 일부라도 누락하거나 조작하는 경우와 같이 사법경찰관의 독자적인 위법행위가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판사의 영장 발부에 관한 결정’이나 ‘영장의 집행 결과에 따른 피의자의 체포 내지 구속 그 자체’에 관련해서는 원칙적으로 사법경찰관의 수사활동이나 판단, 처분 등이 위법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사법경찰관의 독자적인 위법행위가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심이 그에 관한 심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심은 원고 패소, 2심은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A 씨 등은 2011년 2월 경주 건천읍 한 포도밭에 매설된 송유관에 구멍을 뚫고 호스를 연결해 기름을 빼내려고 모의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행 중 한 명이 몸에 기름이 튀었다는 것을 잊고 담배를 피우려고 라이터를 켰다가 온몸에 화상을 입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체포
구속
사법경찰관
국가배상
박수연 기자
2024-04-07
금융·보험
민사일반
[판결] “금투협 표준약관 근거한 해외파생상품 반대매매는 위법”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증시가 급락하던 2020년 초 발생한 800억 원대 해외파생상품 투자손실과 관련해 KB증권이 실행한 반대매매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반대매매의 근거였던 금융투자협회의 ‘해외파생상품 계좌설정 표준약관’(해외파생상품약관) 역시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법원, 항소심서 KB증권 측 미수금 지급 청구 기각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 민달기·김용민 고법판사)는 지난 26일 KB증권이 ‘일본 니케이225 지수 옵션투자 사모펀드’ 반대매매와 관련해 위너스자산운용(위너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KB증권 측 청구를 기각하고 “위너스 측 투자자가 손실 입은 금액의 30%를 배상하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2023나2008554). 지난해 1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1심을 뒤집은 결과였다. 2020년 2월 29일, KB증권은 증시 급락으로 옵션가격이 떨어지자 일본 오사카 증권거래소에서 위너스가 운용 중인 니케이225 주가지수 풋옵션 전부를 반대매매했다. 증권계좌에 평가손실이 생기자 ‘증거금 추가 납부요청’(마진콜) 없이 미결제약정을 모두 청산한 것이다. 해외파생상품약관 제14조 제2항은 장중 시세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해 고객의 평가위탁 총액이 증거금의 20%보다 낮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증거금 추가예탁을 요구하지 않고 필요한 수량만큼 미결제약정을 반대매매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KB증권은 반대매매 과정에서 발생한 미수금을 부담하고, 이후 위너스에 미수금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하지만 위너스는 “반대매매를 하면 안 되는 상황에 KB증권이 마진콜도 하지 않은 채 임의로 반대매매를 실행해 손실을 입었으니 투자자가 손해 본 금액을 배상하라”며 KB증권을 상대로 반소했다. 위너스가 운용하던 사모펀드와 개인투자자 등은 KB증권의 반대매매에 따라 옵션계약 전부가 청산되며 투자원금 전액과 미수금 채무를 합쳐 약 800억 원의 손해를 입었다. “마진콜 없는 반대매매 허용한 해외파생상품약관 규정은 무효” 1심 재판부는 “KB증권의 반대매매는 금융투자협회의 해외파생상품약관 제14조 제2항을 충족해 적법하므로 위너스 등에게 미수금 지급 책임이 있고, KB증권은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며 KB증권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반대매매를 실행할지 판단하는 것은 KB증권의 권한”이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금투협 표준약관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 약관에 근거한 KB증권의 반대매매가 적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약관 제14조 제2항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투자자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따른 결제나 증거금의 추가 예탁을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투자자가 위탁증거금 또는 결제대금의 추가예탁 요구를 통보받고 시한 내에 추가예탁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약관에 따라 반대매매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자본시장법 제71조 제6호 단서 등에 해당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평가손실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KB증권은 위너스에 마진콜을 하는 것이 적절하고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해외파생상품약관 제14조 제2항이 ‘유럽형 옵션’인 니케이 옵션에 대해 적용될 수 없으므로 반대매매가 적법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반대매매는 적법한 법률적 근거 없이 실행됐거나, 원고는 약관 제14조 제2항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이 사건 반대매매를 실행해 자본시장법상 신의성실의 의무,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법원이 금융투자협회의 표준약관에 근거한 반대매매가 위법하다고 판결함에 따라 약관 개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손익구조와 위험성이 제각각인 다른 종류의 파생상품들에 모두 동일한 약관을 적용해 동일하게 취급해온 증권사들의 해외파생상품 중개업무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에서 위너스 측을 대리한 김광중(47·사법연수원 36기)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기존 판결들과 달리 금투협 표준약관과 그에 근거한 반대매매의 위법성을 인정함으로써 국내 증권회사들의 잘못된 업무 관행을 바로잡고, 이후 유사 피해자의 발생을 막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너스 운용 펀드들을 2심에서 대리한 이동재(51·31기) 린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금융투자업자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해 투자자들이 서명하는 약관들에 대해 보다 치밀한 법률 검토가 이뤄지도록 주의를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
해외파생상품
반대매매
홍윤지 기자
2024-01-31
민사일반
[판결](단독) 보이스피싱 범죄 연루 의심 고객의 계정 가상화폐 임의처분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해 고객 계정에 대해 거래정지를 한 뒤 임의로 가상화폐를 처분한 가상화폐 거래소가 고객에게 수천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김대원 판사는 A씨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비트베이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1가단5026638)에서 최근 "비트베이는 A씨에게 4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비트베이는 2020년 5월 금융기관의 연락을 받고 거래소 사이트 안에서 1950만원 가량의 가상화폐를 구매한 A씨가 보이스피싱 사기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해 A씨 계정에 거래정지 조치를 취했다. 비트베이는 곧바로 A씨가 구매한 코인 1.61367784개를 전부 처분해 현금 1930여만원으로 전환했지만, A씨에게 따로 알리지는 않았다. 검찰은 같은 해 10월 사기미수 방조 혐의를 받던 A씨에게 "가상화폐 구매 대행에 필요하다는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말을 듣고 은행 계좌번호만을 알려줬을 뿐 직접적으로 보이스피싱 사기에 가담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해금도 피해자에게 전액 반환됐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후 A씨는 2021년 2월 비트베이에 자신의 계정에 대한 거래정지 조치를 해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비트베이가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A씨가 소송을 내기 이틀 전 비트베이에 보낸 출금요청 내용증명에 따르면, 당시 코인 1.61367784개는 거래종가 기준 6430여만원이었다. 서울중앙지법 “4500만원 지급하라” 김 판사는 "고객이 비트베이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개설된 자신의 계정에 가상화폐를 입고하면 가상화폐에 대한 소유권 내지 처분권은 비트베이에게 이전되고, 고객은 비트베이에 대해 가상화폐 출고청구권을 취득하게 된다"면서 "비트베이는 가상화폐 매매를 중개, 청산, 출금해줘야 하므로 고객의 가상화폐 매매에 대한 중개 등의 요청이 있을 경우 언제든지 이에 따를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비트베이는 A씨의 계정에 입금된 돈이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의한 피해금으로 의심된다는 이유로 거래정지 조치를 취했고, 이후 A씨로부터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이유로 거래정지 조치 해제 요청을 받고도 응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비트베이는 A씨가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관련돼 있다는 이유로 A씨의 계정에 대해 거래정지 조치를 취한 당일 A씨 계정에 있던 가상화폐를 임의로 처분해 현금으로 전환한 채 A씨에게 그 사실조차 통지해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트베이는 임의로 A씨 계정에 있는 가상화폐를 처분하는 등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했다"며 "비트베이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A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비트베이는 A씨 계정에 입금된 돈이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으로 인한 피해금이라 생각하고 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를 매도, 현금으로 전환한 것이라 볼 수 있다"며 "실제 A씨의 계정이 거래정지된 이후 가상화폐 가격이 급상승해 손해분담의 공평 이념에 비춰 비트베이가 배상할 금액을 손해액의 7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보이스피싱
가상화폐
거래정지
이용경 기자
2021-11-18
민사일반
[판결] 회사에 손해 입히면 직원 가족까지 책임… '인보증' 관행 여전
최근 한 제과업체가 소속 영업사원이 이른바 '덤핑판매'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영업사원의 신원보증인인 어머니까지 피고로 삼아 소송을 제기해 수천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내는 등 '인보증(人保證)' 관련 사건이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점차 보증보험으로 대체되거나 폐지되는 추세였던 인보증 관행이 아직까지 일부 기업에 남아 있어 신원보증을 섰던 친·인척 등 직원 가족들까지 피해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매출실적을 올리기 위해 사측이 직원들에게 변칙판매를 조장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책임을 해당 직원이나 인보증을 섰던 직원 가족들에게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관련 제도 개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이보람 판사는 제과업체 H사가 영업사원 A씨와 A씨의 어머니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단5202033)에서 최근 "A씨 등은 79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회사 제품을 회사가 정한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임의로 덤핑판매하고, 이 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실제 판매가격과의 차액을 전산상 미수금으로 허위 보고했다. 하지만 감사 결과, A씨가 허위로 보고한 미수금이 7900만원에 달하는 사실이 드러나자, H사는 A씨와 A씨의 신용보증인인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과정에서 A씨는 "사측이 이미 이런 영업행태를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B씨도 "회사가 신원보증법상 통지의무를 게을리 해 책임이 면제된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적 책임을 피할 순 없었다. 이 판사는 "A씨는 영업사원으로서 덤핑 등 변칙판매를 하지 않을 직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며 "H사로 하여금 부족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게 했으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사용자는 피용자의 업무수행으로 직접 손해를 입게 된 경우 피용자의 업무내용과 근로조건, 가해행위의 발생원인 등에 비춰 신의칙상 인정되는 한도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H사가 영업사원들의 영업경쟁 및 그에 따른 변칙 할인판매 등을 현실적으로 관리·감독해 적절한 목표량과 할인율을 책정하는 등의 예방조치를 취하지 못한 과실 등을 종합해 A씨의 책임을 손해액의 7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 판사는 B씨에 대해서는 "신용보증법 제4조에서 사용자는 피용자가 업무상 부적격자이거나 불성실한 행적이 있어 신원보증인의 책임을 야기할 우려가 있음을 안 때에는 지체없이 통지해야 하고, 신원보증인은 통지를 받은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비록 사용자가 그 통지를 하지 않았더라도 곧바로 신원보증인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원보증계약을 체결한 경위, 계약 체결 당시에는 A씨의 배임행위 등이 확인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B씨는 A씨의 어머니로서 H사로부터 신원보증책임 발생 가능성을 통지받았더라도 계약을 해지했을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B씨는 A씨와 연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인보증으로 직원 가족들이 거액의 배상책임을 '연좌제' 형태로 떠안는 사례는 여전하다. 지난해 6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제과업체 L사의 영업사원인 C씨가 회사에 손해를 입힌 점을 인정해 C씨와 그의 신용보증인인 아버지 D씨가 연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했다(2019가단204356). 2018년 L사는 C씨가 근무하는 영업소에 대한 정기감사를 진행하던 중 전산상 외상매출금 채권과 재고가 실제와 4400여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점을 확인하고 C씨와 D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성남지원은 "C씨가 거래처들로부터 제품을 판매한 대금을 수금하고도 일부를 L사에 입금하지 않거나, 실제 판매 없이 전산상 매출만 기표하는 등의 행위로 손해를 입힌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L사는 영업사원들의 영업경쟁으로 인한 변칙 할인판매 등을 방지하는 등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되고, 유사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 비춰 시스템 개선 노력의 정도가 낮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C씨의 손해배상책임을 50%로 제한해 2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아들의 부탁으로 신원보증인이 된 아버지 D씨에게도 배상액 가운데 절반인 1100만원을 연대해 배상하도록 했다. 기업들은 IMF 직후 보증보험사들이 출범하면서 인보증 대신 보증보험사에서 손해액을 보상 받는 신용보증보험으로 대체하거나 아예 인보증 제도를 폐지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부 식품·제과업체, 보험사, 제약회사 등에서는 인보증 방식을 고집하며 고용계약을 앞둔 신규 입사자들에게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구시대적인 인보증의 폐해를 막는 한편, 영업직원들에게 덤핑 등 변칙판매를 하도록 조장하는 기업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허윤(45·변호사시험 1회)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보증보험은 회사의 손해를 보증보험사가 물게 돼 최소한 직원 가족은 못 건드린다"면서 "인보증은 가족을 볼모로 잡는다는 점에서 굉장히 나쁜 수단이고, 근절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인보증 방식이 손해에 대한 회수가 쉬워 아직까지 이런 구태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적으로 취약한 영업사원들은 회사에 갚아야 할 돈만 수천만원에서 억원대 단위에 이르러 항소심을 진행할 여력이 없어 통상 1심에서 확정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벌써 30년도 넘은 (인보증)소송이 지금도 1년에 수백건씩 반복된다는 것은 법원이 이러한 기업들의 부당한 관행을 감안해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인보증 문제 이전에 일부 기업에서 유지되고 있는 '밀어내기'라는 뿌리 깊은 관행을 없애는 것이 선결 조건이기 때문에 소송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이러한 관행을 강요하는 회사에 대해 엄한 처벌을 내리는 입법적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신용 문제로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인보증마저 없으면 일을 구할 수조차 없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면서 "인보증 자체의 폐해라고 일반화하기 보다는 덤핑판매에 따라 사고가 연이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입법적으로 해결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자유시장 경제질서에 개입하는 것이 되므로 판단하기가 애매한 것 같다"며 "개별적인 사안별로 따져봤을 때 불법적 관행이 만연된 업계 또는 상황이 있을 수 있고, 회사와 영업사원 양측의 필요에 따라 인보증을 맺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정말로 문제가 있는지는 보다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덤핑판매
영업사원
영업
인보증
이용경 기자
2021-03-01
민사일반
[판결] '前 여친과 민·형사 공방' 김현중, 모두 승소 확정… "1억 배상" "벌금 500만원"
그룹 'SS501' 출신 배우 김현중씨가 폭행·유산 의혹을 둘러싸고 전 여자친구인 최모씨와 5년간 벌인 민·형사 소송에서 모두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민사 판결에서는 '김씨의 폭행으로 최씨가 유산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형사 판결에서는 '폭행으로 인한 유산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민·형사소송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와 요건 차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12일 김씨가 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8다284295)에서 "최씨는 김씨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는 지난 2012년 지인 소개로 최씨를 알게 돼 2년간 교제했다. 그러다 2014년 최씨는 김씨를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최씨는 김씨로부터 6억원의 합의금을 받고 '비밀 유지', '형사 고소 취하'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최씨는 2015년 4월 "김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유산했고, 임신중절도 강요당했다"며 16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김씨는 최씨가 합의금 6억원을 받고 비밀유지, 형사 고소 취하를 약속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며 맞소송을 냈다. 1,2심은 "최씨가 김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유산하고, 김씨가 임신중절수술을 강요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최씨가 김씨에 대해 연예인으로서 활동하는 것이 곤란할 정도로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최씨는 김씨에게 1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최씨는 김씨의 폭행으로 유산한 사실이 없다"며 최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대법원 형사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사기 미수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2018도17586). 최씨는 김씨로부터 임신중절을 강요당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허위임을 인식하면서도 민사소송을 제기한 혐의를 받았다. 또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일부 삭제하는 등 민사소송 관련 증거를 조작한 혐의와 조작된 증거를 기자들에게 제공하며 허위사실로 인터뷰하는 등 김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았다. 1,2심은 최씨가 허위주장을 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혐의는 유죄로, 메신저 대화내용 등 증거를 조작한 혐의와 이를 토대로 허위 인터뷰를 해 명예훼손한 혐의는 무죄로 각각 판단했다. 1,2심은 "소송사기 범행이 미수에 그쳤고, 범행에 이른 경위에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는 점, 김씨와 사이에 낳은 어린 아이를 홀로 양육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며 최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최씨의 2차 임신과 김씨의 폭행으로 인한 유산 부분 주장이 명백히 허위인 것을 인식했거나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명예훼손 등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민·형사 판결에서 '폭행으로 인한 유산' 사실에 대해 각각 다른 판단을 내놓았다. 민사 판결에서는 "폭행으로 유산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형사 판결에선 "폭행으로 인한 유산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형사와 민사 판단이 사뭇 다르다고 보이지만, 이는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에서 각기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와 요건의 차이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법리적으로는 두 사건 사이에 아무런 모순·저촉이 없다"고 설명했다.
손해배상
김현중
폭행
유산
여자친구
손현수 기자
2020-11-12
민사일반
[판결](단독) 공익채권 인정기준 ‘회생절차개시신청 전 20일 이내’ 역산(逆算) 시작일은
채무자회생법상 공익채권을 인정하는 기준인 '회생절차개시신청 전 20일 이내'의 역산 시작일은 회생절차신청일 전날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민법이 정한 '초일불산입원칙'이 채무자회생법에도 준용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최근 A사가 B사를 상대로 낸 물품대금청구소송(2019다243420)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B사와 건설자재 공급계약을 맺은 A사는 2017년 4월부터 같은해 6월 15일까지 1300여만원 상당의 건설자재를 공급하고 980여만원을 받았다. 그런데 B사는 그 해 6월 15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이듬해 8월 회생절차가 종결됐다. 한편 A사는 B사가 회생절차 중이던 2017년 7월 25일 미수금 390여만원을 신고했고, B사는 회생절차 계속 중 200여만원을 변제했다. 이후 A사는 미수금 채권 190여만원을 추가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회생절차에 관해 법에 규정 없으면 민사소송법·민사집행법 준용해야 재판에서는 A사가 2017년 5월 26일 공급한 물품에 대한 대금채권 150여만원이 '회생채권'인지 '공익채권'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회생채권은 회생절차에 의해서만 변제받을 수 있는 반면,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에 의하지 않고 수시로 변제받을 수 있다. 채무자회생법 제179조는 '회생절차개시신청 전 20일 이내에 채무자가 계속적이고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공급받은 물건에 대한 대금청구권은 공익채권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채무자회생법은 회생절차에 관해 법에 규정이 없을 때 민사소송법과 민사집행법을 준용하도록 하고, 민사소송법은 기간의 계산을 민법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며 "채무자회생법은 '회생절차개시신청 전 20일 이내'라는 기간을 정하며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원심일부 파기 이어 "따라서 이에 대한 기간을 계산할 때에는 민법 제156조가 준용되므로, 회생절차개시신청일인 초일은 산입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민법 제156조는 '기간을 일, 주, 월 또는 연으로 정한 때에는 기간의 초일은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원심은 B사 회생개시신청일부터 20일을 역산해, A사가 5월 26일 공급한 물품의 대금채권 150여만원이 회생채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면서 "하지만 (민법 초일불산입원칙을 적용해) 회생절차개시신청일 전날부터 20일을 역산하면 5월 26일이 포함되므로, A사가 구하는 150여만원의 물품대금채권은 공익채권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1,2심은 "A사가 회생절차에 의하지 않고 회생채권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것은 부적법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채무자회생법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
회생절차
손현수 기자
2020-04-02
민사일반
[판결] 국가계약법상 물품대금 지연이자 규정은 효력규정
국가나 공기업 등이 물품구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내용이나 조건에 개정된 물품대금 지연이자율에 관한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반영하지 않았더라도 계약 내용은 개정 시행령 내용에 따라 해석 적용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규정이 효력규정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현대로템이 "847여억원을 지급하라"며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물품대금 청구 소송(2015다256794)에서 "233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국가계약의 물품구매계약일반조건은 따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등이 정하는 대로 따르고, 대가지급지연에 대한 이자에 관해서는 '금융기관의 일반자금 대출시 적용되는 연체이자율'을 적용한 금액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일반조건은 당사자 사이의 합의를 반영하기 위해 적용된 것이 아니라, 공기업 등이 체결하는 계약이 국가계약법의 관련 규정에 따라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채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대로템과 철도공사 사이의 계약은 공공계약으로서 물품대금에 대한 지연이자에 관해서는 국가계약법령의 규정이 적용되고,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의 해석에 따르면 이 사건 계약에는 체결 당시 시행중이던 개정 시행령이 적용된다"며 "계약조건에 시행령과 다르게 기재되어 있는 것은 철도공사가 이 계약 체결 직전에 국가계약법 시행령이 개정된 것을 간과한 채 종전의 서식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이지, 당사자가 물품대금에 대한 지연이자의 비율에 관해 개정 시행령과 달리 정하려 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심이 개정 시행령에 따른 지연이자 비율을 적용해 지급액을 계산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현대로템은 2006년 6월 철도공사와 새로 개통되는 전라선과 경부선에 투입할 KTX 동력차 및 객차 100량을 3470억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후 철도노조 파업과 설계변경 등으로 사업이 지연됐다. 철도공사는 이후 물품대금에서 지체비용과 선지급금이자, 미수금이자를 공제한 나머지 대금만 지급했다. 현대로템은 이에 반발해 2012년 5월 나머지 대금을 모두 지급하라며 847억여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코레일은 116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2심은 설계변경 요구 등으로 공정 지연이 초래된 점을 인정해 지급액을 233억원으로 증액했다.
국가계약법
물품대금청구소송
물품구매계약
이세현 기자
2018-11-14
민사일반
[판결] 대법원 전합,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승소' 최종 확정(종합)
1941년~1943년 일본 제철소 강제노역에 동원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이 재상고심을 접수한지 5년만, 2005년 처음 1심 법원에 소송이 접수된지 13년만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30일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2013다61381)에서 신일철주금의 상고를 기각하고 "신일철주금은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신일철주금에 책임이 없다고 한 일본 법원의 판결은 우리나라에서 기속력이 없고, 신일철주금이 구 일본제철의 손해배상 채무를 승계한다고 판단했다. 또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었으므로, 신일철주금 측이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봤다. 특히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별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고 최종 결론냈다. 재판부는 "원심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청구를 기각한 일본 법원 판결은 우리나라의 선량한 풍속에 어긋나 효력이 없다고 보고 구 일본제철에 대한 손배청구권이 신일철주금에 승계됐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타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에서도 이번 소송과 같은 취지의 소송을 냈지만 2003년 10월 일본 최고재판소는 "구 일본제철의 채무를 신일철주금이 승계했다고 볼 수 없다"는 원고패소 취지의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소 제기 당시까지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가해자인)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대한민국에서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신일철주금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판단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 등 전원합의체 구성원 전원 일치 의견으로 내려졌다. 핵심 쟁점이었던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대법관들의 의견이 갈렸지만, 다수 대법관들의 의견에 따라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는 최종 결론이 나왔다. 재판부는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해여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해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따라 개최된 제1차 한일회담에서 이른바 '8개 항목'이 제시되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무관계에 관한 것이고, 이 8개 항목 중 제5항에 '피징용한국인의 미수금,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의 변제청구'라는 문구가 있긴 하지만, 이 또한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 청구권협정의 협상과정에서 일본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고, 이에 따라 한·일 양국 정부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관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근거로 한)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한·일 청구권협정 제1조에 따라 일본정부가 대한민국정부에 지급한 경제협력자금(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이 제2조의 양국 및 양국 국민간 청구권 등 권리문제의 해결과 법적인 대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며 "2005년 민관공동위원회의 발표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대한민국정부의 입장도, 정부가 수령한 무상자금 중 상당금액을 강제동원 피해자의 구제에 사용하여야 할 책임은 '도의적 책임'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전원합의체 구성원 과반수 이상인 7명이 한·일 청구권 협정 관련 쟁점에 대해 이같은 의견을 밝혀 이 의견이 대법원의 최종 결론이 됐다. 이같은 다수의견에 대해 김재형·김선수 대법관은 한발 더 나아가 "한·일 청구권협정의 문맥, 청구권협정의 목적 등에 비추어 청구권협정의 문언에 나타난 통상적인 의미에 따라 해석할 경우, 청구권협정에서 말하는 '청구권'에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까지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청구권협정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의 위자료청구권과 그 포기에 관하여 명확하게 정하고 있지 않은데도 명시적 근거 없이 이를 박탈하는 방식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이기택 대법관은 "2012년 5월 24일 선고된 환송판결에서 대법원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므로, 그 환송판결의 기속력에 의하여 재상고심인 이 사건에서도 같은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다수의견과 상고 기각이라는 결론은 같으나 이유를 달리하는 의견이다. 김소영·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도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는 포함되지만,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이 포기된 것에 불과하므로 피해자들은 피고(신일철주금)를 상대로 우리나라에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별개의견을 냈다. 역시 다수의견과 상고 기각이라는 결론은 같지만 이유를 달리하는 의견이다. 반면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을 밝혔다. 피해자들에게는 우리 정부가 보상을 하는 방법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대법관은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도 포함된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 또는 일본 국민에 대해 가지는 개인청구권이 청구권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되거나 포기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되게 되었으므로, 피해자들이 피고를 상대로 국내에서 강제동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소로써 행사하는 것 역시 제한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일 청구권협정이 헌법이나 국제법에 위반해 무효라고 볼 것이 아니라면 그 내용이 좋든 싫든 그 문언과 내용에 따라 지켜야 한다"며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게 됨으로써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는 지금이라도 국가가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은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피고의 다른 상고이유 주장도 배척함으로써, 피고가 원고들에게 1억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한 원심 판결을 최종적으로 확정시켰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문은 대법원 홈페이지(http://www.scourt.go.kr/sjudge/1540892085928_183445.pdf)에서도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법정에는 이 사건 소송을 낸 원고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94)옹이 참석했다. 그는 판결 이후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혼자 남아 선고를 듣게 돼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 사건은 2005년 2월 서울중앙지법에 처음 제기됐다. 1,2심 법원이 한·일 청구권협정을 이유로 원고패소판결을 했지만, 사건은 2012년 대법원에서 승소취지로 파기환송되며 전환점을 맞았다. 대법원 민사1부(당시 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2012년 5월 24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철주금 등 일본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 판결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판결의 국내 기판력을 우리 법원이 명시적으로 부인하고, 일제의 식민지배로 인해 피해를 입은 우리나라 국민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을 인정한 첫 사례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재판부는 일본에서 패소판결이 확정된 이들 사건에 대해 "헌법 규정에 비춰볼 때 일제강점기는 규범적 관점에서 불법적인 강점에 지나지 않고, 일본의 불법적인 지배로 인한 법률관계 중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양립할 수 없는 것은 그 효력이 배제된다"고 천명했다. 이어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은 양국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 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해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협정에 의해 일본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에 지급한 경제협력자금은 권리문제의 해결과 법적 대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했고,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가 일본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 등을 비춰보면 이씨 등의 손해배상청구권 등 개인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않았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그동안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면책 근거로 들었던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성격도 명확히 하기도 했다.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서울고법은 피해자 1인당 1억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일본 기업이 재상고해 사건이 대법원으로 다시 올라왔다. 판결문 다운로드 그런데 이 판결이 나오기 불과 2주전 대법원 다른 소부 재판부는 같은 사안에 대해 정반대의 판결을 내린 사실이 최근 뒤늦게 확인됐다. 2주 상간에 대법원에서 엇갈린 판결이 선고됐던 것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한 판결이다. 2012년 5월 10일 대법원 민사2부(당시 주심 이상훈 전 대법관)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의 상고심에서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됐다"며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2012다12863). 법원은 김능환 전 대법관이 주심을 맡아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던 판결 이전에는 한·일 청구권협정을 이유로 피해자들의 개별적인 배상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일 청구권협정과 같은 일괄처리협정(lump sum agreements)은 국제분쟁의 해결·예방을 위하여 국제적으로 흔히 채택되는 방식이며, 한일협정은 한·일 양국의 과거사에서 비롯된 미해결 문제를 일괄타결의 방법으로 청산하고,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통한 외교행위였으므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한편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과 관련된 국내에서의 법리적 논란을 모두 일단락되게 됐지만, 이번 판결 선고 결과가 한·일 외교문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일본정부는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자 "매우 유감"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이날 항의 담화를 발표한데 이어 이수훈 주일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강하게 항의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의연한 대응'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이번 판결은 국제법에 비춰볼 때 있을 수 없는 판단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노 외무상도 담화에서 이번 판결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면서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판결은 한일 우호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부터 뒤엎는 것"이라며 "한국에 국제법 위반상태를 시정하는 것을 포함해 적절한 조치를 즉시 강구하길 강하게 요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노 외무상은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ICJ 제소 등을 포함한 여러 선택지를 시야에 두고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강제징용 피해자 측의 승소가 확정됐지만 갈 길은 멀다는 지적이다. 집행의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다른 피해자들의 줄소송도 예상되지만, 피고인 일본기업들이 배상금 지급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일본기업이 배상금 지급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강제집행이 불가피한데 사실상 집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 문제가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데다 일본 법원에서 이미 피해자들에게 패소 확정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결국 강제집행을 하더라도 피고인 일본기업들이 우리나라에 보유하고 있는 재산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인 강제집행만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전범기업
손해배상청구소송
일제강제징용피해자
전원합의체
이세현 기자
2018-10-30
금융·보험
민사일반
[판결](단독) 필리핀 어학연수생 사인 싸고 유가족-보험사 줄다리기
해외 어학연수 중 사망한 유학생의 사망원인과 관련해 현지 법의학담당관이 작성한 사망증명서와 유학생이 가입한 국내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의뢰해 받은 부검보고서의 내용이 다를 경우에는 사망증명서에 적힌 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오상용 부장판사)는 사망한 서모씨의 어머니인 김모씨가 서씨가 상해사망보험 등을 가입했던 케이비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각각 2억4000만원과 1억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보험금청구소송(2015가합582115)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서씨는 2014년 필리핀으로 3개월간 어학연수를 떠났다가 술을 마시고 숙소에서 잠을 자다 같은해 3월 1일 사망했다. 사망 당일 오전 숙소에서 서씨를 발견한 동료는 침대에 구토물이 널려있었고 서씨가 얼굴을 얼굴을 침대에 묻은 채 엎드려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진술 등을 근거로 현지 법의학담당관은 서씨의 사망증명서에 사인을 '구토물에 의한 질식사'라고 기재했다. 김씨는 이후 이를 근거로 보험사에 아들의 상해사망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서씨의 사인을 다시 조사했고, 필리핀 현지 부검의는 같은 해 5월 서씨의 사망원인을 '뇌졸중에 의한 뇌출혈'로 작성한 부검보고서를 작성해 보험사에 제출했다. 두 보험사는 각종 보험상품을 위탁 판매하는 회사에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는 서씨의 형이 현지 관계자에게 서씨의 사인을 '구토물에 의한 질식사'로 기재해 달라고 부정 청탁해 허위 사망증명서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근거로 서씨 측이 보험금을 편취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이라며 서씨의 형을 고소했다. 서씨의 형은 1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고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현지 법의학 담당관 "구토 인한 질식사"… 보험금청구 재판부는 "최초 작성된 사망증명서는 필리핀 부검의 뿐만 아니라 장의사, 필리핀 현지 시등기관, 행정관 등의 서명이 되어있는 공적인 문서인데다 사망원인은 사망증명서가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보험사 측이 제출한) 필리핀 부검의의 진술이 기재된 서류 외에 '뇌출혈에 의한 사망'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기에 부검보고서와 사건 확인서 내용만으로 당초 사망증명서가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험사, 재조사해 부검결과 '뇌출혈'로… 형사고소까지 이어 "서씨의 형과 관련해 항소심 법원은 사후적으로 작성된 부검보고서의 내용에 믿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하고, 부검 당시 상황에 비춰 봤을 때 서씨의 사인으로 뇌줄중에 의한 뇌출혈, 구토물에 의한 질식사가 모두 고려되는 상황에서 필리핀 부검의가 여러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적으로 '구토물에 의한 질식사'로 확정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며 "이는 '사인은 사망증명서로 판단한다'는 원칙에 충실해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부검보고서는 부검 후 2개월이 지난 후에 작성된 것이고, 부검보고서 진단을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도 첨부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구토로 인한 구토물이 기도를 막아 사망한 경우 보험약관상의 급격성과 우연성은 충족되고, '외래의 사고'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것을 의미하기에 이 사고에서 서씨가 술에 만취된 상황은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신 외부 행위에 의해 초래된 것으로 약관에 따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해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사고
상해사망
보험금
필리핀
어학연수
박수연 기자
2018-07-19
민사일반
[판결] 반려견에 물렸다고 주인 살인미수 혐의 이웃… 국민참여재판 "무죄"
반려견에 물렸다는 이유로 개 주인인 이웃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배심원단과 법원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최병철 부장판사)는 9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4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17고합441). 재판부는 배심원 9명 중 8명의 무죄 권고 의견을 받아들여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정에 나온 피해자와 목격자, 경찰의 진술 등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로 복도 난간 쪽으로 끌어올린 사실 자체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지난해 11월 이웃인 B씨의 집으로 찾아가 A씨를 15층 복도 난간 밖으로 떨어뜨려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B씨가 발버둥 치는 바람에 범행에 실패한 A씨가 다시 피해자를 들어 올리려 했으나 때마침 이를 목격한 다른 이웃에게 제지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B씨의 반려견에 정강이를 물려 다쳤는데도 B씨가 발뺌하자 괘씸하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본 검찰은 "아파트 주민 사이의 다툼으로 인한 일종의 보복 범죄"라며 징역 5년을 구형했었다.
반려견
이웃
살인미수
보복범죄
이순규 기자
2017-08-10
1
2
3
banner
주목 받은 판결큐레이션
1
[판결] 법률자문료 34억 원 요구한 변호사 항소심 패소
판결기사
2024-04-18 05:05
태그 클라우드
공직선거법명예훼손공정거래손해배상중국업무상재해횡령조세노동사기
달리(Dali)호 볼티모어 다리 파손 사고의 원인, 손해배상책임과 책임제한
김인현 교수(선장, 고려대 해상법 연구센터 소장)
footer-logo
1950년 창간 법조 유일의 정론지
논단·칼럼
지면보기
굿모닝LAW747
LawTop
법신서점
footer-logo
법인명
(주)법률신문사
대표
이수형
사업자등록번호
214-81-99775
등록번호
서울 아00027
등록연월일
2005년 8월 24일
제호
법률신문
발행인
이수형
편집인
차병직 , 이수형
편집국장
신동진
발행소(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396, 14층
발행일자
1999년 12월 1일
전화번호
02-3472-0601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순신
개인정보보호책임자
김순신
인터넷 법률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인터넷 법률신문은 인터넷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