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관련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인 울산 보도연맹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국가에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시한은 '과거사정리위원회 진실규명결정통지서 송달일로부터 3년'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과거사 사건의 피해자가 갖는 국가배상청구권에 민법상 소멸시효제도 등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2018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판결이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권모씨 등 울산 보도연맹사건 희생자 유족 4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2018다265768)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경남 울산군 소속 군인·경찰은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8월 이 지역 국민보도연맹원들을 구금했다. 당시 경찰 등은 이들 중 상당수가 향후 북한 인민군에 동조할 우려가 있다며 10차례에 걸쳐 집단 총살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11월 울산 보도연맹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하고, 당시 407명이 희생됐다고 확정했다. 이에 희생자 유족들은 2016년 "경찰과 군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희생자들을 살해했다"며 "총 12억6200만원의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1심은 "유족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사건이 일어난 날로부터 5년이 지나 장기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2017년 12월 원고패소 판결했다. 2심 역시 2018년 8월 유족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1,2심이 근거로 든 민법과 국가배상법은 '국가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단기소멸시효) 또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장기소멸시효)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18년 8월 30일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 사건의 피해자가 갖는 국가배상청구권에 민법상 소멸시효제도 등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2014헌바148).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 등의 경우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의 소멸시효가 아닌,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헌재는 "민간인 집단희생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 사건은 국가기관이 국민에게 누명을 씌워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사후에도 조작·은폐함으로써 오랜 기간 진실규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일반적인 소멸시효의 법리로 타당한 결론을 도출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법원은 "울산 보도연맹사건 희생자의 유족들이 갖는 손해배상청구권은 과거사정리법에서 말하는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에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하여 입은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로서 2018년 헌재 위헌 결정에 따라 민법에 따른 장기소멸시효(울산 보도연맹사건이 발생한 날로부터 5년)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 경우 단기소멸시효(희생자 유족들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만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과거사정리법에 따라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에 대한 진실규명결정을 한 경우, 피해자 및 유족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 기산점인 '손해 발생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진실규명결정일이 아닌 '진실규명결정통지서가 송달된 날'"이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