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이크로소프트사의 MS워드 등 프로그램의 한·일 자동전환 기능이 국내 대학교수가 보유한 특허를 침해했다는 중간판결이 나왔다.
법원에서 중간판결이 나온 경우는 극히 이례적으로 특허사건에서 중간판결을 한 것은 처음이다. 민사소송법 제201조제2항은 ‘청구의 원인’과 ‘액수’에 관해 다툼이 있는 때에는 종국판결에 앞서 ‘청구원인’에 관해 중간판결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4부(재판장 주기동 부장판사)는 19일 한·영 자동변환과 관련한 특허 2건을 갖고 있는 이긍해 한국항공대학교 교수와 (주)피앤아이비가 한국MS 유한회사를 상대로 낸 특허권침해금지등소송 항소심(2001나60578)에서 1심과 달리 “한국MS 측이 이 교수 등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내용의 중간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프로그램에 내재된 한글과 영문 자동전환기능 발명 중 일부항이 원고측의 발명범위에 속한다”고 밝혔다.
이번 중간판결에서 한국MS사가 이 교수 등의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향후 재판에서는 한국MS사의 프로그램 제조 및 판매금지, 배상여부 등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허사건의 경우 손해배상액 산정에도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중간판결로 특허침해 여부에 대해 먼저 판단을 받고나면 변론이 손해배상액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는 등 무익한 소송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재판을 맡은 주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도 워낙 오래 계류됐던 사건이었고 당사자에게 일단 결과를 알려줘서 손해배상액 산정을 할 때 무익한 계산은 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며 “중간판결을 내리게 되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독립상고를 하지 못하는 등 다소 부담은 있지만 합의를 빨리 이끌어 낼 수 있고 판사들로서도 한번 정리를 하고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영 자동전환방법은 입력되는 글자들이 한글의 필요조건을 위배하거나 영문단어의 가능성이 검출되면 영어알파벳으로 전환해주고 그 반대일 경우 한글의 자모로 전환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교수는 ‘한·영 자동전환방법’ ‘한·영 혼용입력장치에 적용되는 한·영 자동전환방법’이라는 2건의 발명에 대해 각각 1997년과 1998년 특허등록을 마쳤다. 이에 한국MS는 이들 특허발명이 일본 공개특허공보 등의 내용과 동일하다는 등의 이유로 무효심판청구를 내 특허심판원에서 ‘특허등록은 무효’라는 취지의 심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에 불복한는 소송을 내 특허법원과 대법원에서 “특허등록이 유지돼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2000년에 제기된 이번 민사소송은 1심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받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