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지 않기 위해 채권자를 살해한 경우 강도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고 살인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채권자를 살해해 암매장한 혐의(강도살인죄 등)으로 기소된 주모(41)씨에 대한 상고심(☞2010도7405)에서 살인죄를 인정해 피고인에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강도살인죄가 성립하려면 먼저 강도죄의 성립이 인정돼야 하고 강도죄가 성립하려면 불법영득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채무의 존재가 명백할 뿐만 아니라 채권자의 상속인이 존재하고 그 상속인에게 채권의 존재를 확인할 방법이 확보돼 있는 경우, 채무를 면탈할 의사로 채권자를 살해하더라도 일시적으로 채권자 측의 추급을 면한 것에 불과해 재산상 이익의 지배가 채권자 측으로부터 범인 앞으로 이전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경우 강도살인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피고인 주씨의 피해자에 대한 채무존재가 명백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상속인이 존재하고 상속인에게 채권의 존재를 확인할 방법이 확보돼 있어 범행으로 인해 재산상 이익이 피고인 앞으로 이전됐다고 볼 수 없어 강도살인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은 옳다"고 판단했다.
주씨는 피해자 조모(사망 당시 48세)에게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총 16억여원의 빚을 지고 자신의 명의 등으로 돼 있던 전북 무주군 토지소유권을 이전하고 일부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다. 이후 주씨는 빚을 갚기 어려워지자 돈을 되돌려 줄 것처럼 조씨를 유인해 토지소유권 등을 다시 돌려받고 망치 등으로 조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모두 주씨에게 살인죄만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