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가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특별사면을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반발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이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번 판결이 일부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피의사실 노출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창원지법 민사1단독 허성희 부장판사는 노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5가단79600)에서 "국가는 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허 부장판사는 "헌법은 형사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형법 제126조는 검찰·경찰이 수사과정 중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며 "사건을 수사했던 당시 검찰 특별수사팀은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를 통해 알게 된 노씨의 피의사실을 기재한 수사결과를 공소제기 전에 기자들에게 발표해 노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는 공권력에 의한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강한 신뢰를 부여하고 이로 인해 피의자나 피해자, 주변 인물들에 대해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며 "수사기관의 발표는 원칙적으로 국민들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해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 발표에 한정되야 한다"며 검찰의 위법성 조각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허 부장판사는 또 "노씨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노씨가 피의사실을 범했다고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이나 단정적인 표현은 피했어야 함에도 피의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까지 나열함으로써 이를 듣는 언론이나 국민들이 노씨가 피의사실을 저질렀으나 (단지) 공소시효가 도과해 처벌할 수 없다고 믿게 했다"면서 "국가는 특별수사팀의 수사결과 발표로 인해 노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2015년 4월 검찰은 성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로비 의혹 메모를 토대로 '경남기업 관련 의혹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같은 해 7월 특별수사팀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노씨가 성 회장으로부터 특별사면을 대가로 3000만원 등을 받았으나 공소시효가 만료돼 불기소처분한다"고 밝혔다. 이에 노씨는 성 회장에게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수사기관이 허위의 피의사실을 공표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