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북한노동당 비서 황장엽씨가 재독학자 송두율 교수를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고 지목한 것은 진실로 보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6부(재판장 하광호·河光鎬 부장판사)는 23일 독일 뮌스터대 교수 송두율씨가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를 상대로 "'북한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지목,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황씨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98가합86702)에서 "송 교수가 '김철수'라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어도 황씨로서는 그렇게 믿을만한 이유가 있었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송 교수가 사망한 김일성을 면담했고 수차례 북한을 방문하는 등 친북 성향을 가진 사람은 맞더라도 '김철수'라고 입증할만한 증거는 없다"며 명예훼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황씨의 주장은 북한의 실정이나 모순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려는 과정에서 예를 들려는 의도로 송 교수를 지목한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황씨가 북한 대남담당 비서인 김용순에게 송 교수가 김철수라는 말을 전해 들은 점 등을 감안할 때 이를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는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지난 97년 귀순한 황씨가 이사장으로 재직한 국정원 산하 통일정책연구소에서 발간한 '북한의 진실과 허위'라는 책에서 자신을 '김철수라는 가명의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주장하자 "허위주장으로 인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98년 10월 소송을 냈었다.
한편, 지난 4월 임동원 통일부 장관도 국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송 교수가 김철수인 것으로 믿고 있다"고 답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