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장 주인이 채무보증을 위해 닭들에 대한 소유권을 채권자에게 이전해주는 양도담보계약을 설정했다면 나중에 다른 품종의 닭을 들여왔더라도 여전히 양도담보의 효력이 미친다는 판결이 나왔다. 양도담보는 담보로 하려는 물건의 소유권을 채권자에게 옮겨주고 일정한 기간 내에 돈을 갚으면 소유권을 다시 되돌려 받는 방법이다.
양계장을 운영하던 A씨는 계속되는 경영난으로 사룟값 지급에 어려움을 겪다가 사료회사 B사에 양계장에 있는 닭 전부에 대한 양도담보를 설정해줬다. 3년 뒤에는 새로운 품종의 병아리를 외상으로 들여오고 나서 병아리 업자 C씨에게도 양도담보를 설정해줬다. 1년 뒤 A씨가 병아리 값을 갚지 못해 C씨가 양계장에 있는 닭을 팔아 3000만원을 확보하자 B사가 들고 일어났다. B사는 "우리가 먼저 양도담보를 설정했으니 닭 값은 우리가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C씨는 "B사가 양도담보계약을 맺은 닭과 내가 양도담보를 설정한 닭은 품종이 다르다"며 "B사가 양도담보계약을 설정한 닭은 모두 처분했으므로 B사의 양도담보는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먼저 양도담보를 설정한 B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구지법 민사1부(재판장 이영화 부장판사)는 지난달 23일 B사료회사가 병아리 제공업자 C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의 항소심(2011나26962)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닭에 양도담보를 설정하면서 계약 당시에 존재하던 닭에만 한정한다고 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의 닭은 팔리고 새로 들여온 닭이나 태어난 닭으로 대체돼 담보권을 상실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생긴다"며 "개체의 번식, 사망, 판매, 구매 등의 요인에 의해 양도담보권의 효력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계장의 특성상 병아리로 들여와 닭으로 자라면 식용으로 처분한 뒤 다시 병아리를 들여올 때까지 청소와 소독 등을 위해 양계장을 비워두기도 한다"며 "닭의 품종이 양도담보계약 당시의 품종과 달라졌다거나 양계장이 몇 달씩 비워져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B사의 양도담보계약의 목적물과 동일성을 잃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