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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판결] 부처 소속 무기계약직, 일반 공무원과의 수당 차등은 ‘정당’
정부 부처에 소속돼 근무하고 있는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 일반 공무원보다 적게 명절 휴가비와 가족수당 등 각종 수당을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 대우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1호 공약인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통해 무기계약직이 많이 증가했던 만큼 관련 소송이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기계약직은 고용 기간은 정규직과 동일하지만 임금 등 처우는 일반 정규직에 미치지 못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2년 대한민국 공공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기관 369곳(부설기관 포함)의 무기계약직 정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2만8640명에서 2021년 6만6709명으로 132.9%(3만8070명) 늘어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김도균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A 씨 등 98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임금 등 청구 소송(2020가합537058)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 씨 등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등 국가 산하 중앙행정기관에서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2020년 4월 국가가 일반 공무원과 달리 명절휴가비,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금, 맞춤형 복지포인트 등의 수당을 적게 지급했다며 미지급 수당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무기계약직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가가 수당을 차등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등대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수당에 복리후생적 성격이 있다는 점만으로는 중앙행정기관의 재직자라는 이유만으로 직종이나 업무가 서로 달라도 모두 동일한 기준에 따라 수당이 지급돼야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최근 대구지법 등 유사 사건에서 대체로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김도균 부장판사)는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에 대한 각종 수당의 차등 지급을 놓고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등대우인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적 처우인지 △(정부의 추진계획에 대한)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하는지 등을 심리했다. 재판부는 "무기계약직은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가가 수당을 차등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등대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무기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자유의사가 합치돼야 성립할 수 있는데, 이는 근로자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강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A 씨 등에게는 공채시험 등 공무원 임용절차를 거치는 등 고용형태를 변경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또 "헌법 제11조 평등원칙은 일체의 차등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함을 금지하는 상대적 평등을 뜻한다"며 "수당에 복리후생적 성격이 있다는 점만으로는 중앙행정기관의 재직자라는 이유만으로 직종이나 업무가 서로 달라도 모두 동일한 기준에 따라 수당이 지급돼야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정부의 2017년 7월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처우개선 추진 계획에서는 무기계약직에 대한 처우개선을 '충분한 노사협의를 바탕으로 한 자율적 추진사항'으로 명시하고 있고 관련 보도자료에도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기관 단위의 자율적 추진'과 '직종별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취지가 반영되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며 "정부의 추진계획을 확약이나 공적인 견해표명으로 보기 어렵고 신뢰보호원칙에 반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 대 "무기계약직은 사회적 신분 아냐" 앞서 A 씨 등은 "각종 수당은 담당 업무의 내용이나 직급에 관계없이 일률적·보편적으로 지급되는 복리후생·실비변상적 급여로, 중앙행정기관 근로자라면 누구나 지급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수당을 차등 지급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금지하는 '무기계약직'이라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헌법 제11조에 반하는 위법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국가는 "무기계약직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 씨 등은 일반 공무원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이 아니고, 동일한 가치가 있는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당을 차등 지급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정부는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을 관계부처합동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무기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계 개편과 복리후생적 금품을 차별 없이 지급한다는 내용 등이 처우개선 사항으로 포함됐다. 법원, 유사 사건에서 대부분 원고패소 판단 법원은 최근 유사 사건에서 대체로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의 재판부는 3월 23일에도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이 소속 공단 등 공공기관과 국가를 상대로 낸 임금 등 청구소송(2020가합590813)에서 이번 판결과 같은 취지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지난 2월 선고된 대구지법 민사11부 판결(2020가합210864)과 지난해 12월 말 선고된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 판결(2020가합562672)에서도 마찬가지로 원고인 무기계약직들이 패소했다. 노동법 전공인 이정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무기계약직은 소위 노동법에서 말하는 '비정규직'이 아니다"라며 "노동법 등에서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 조항이 있는데, 무기계약직은 나름대로 정년이 보장돼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에 적용되는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차별 금지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근거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이 기존 근로 조건을 알면서도 정규직 또는 일반 공무원과 동일한 복리후생 대우를 해달라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했다. 송강직 동아대 로스쿨 교수도 "무기계약직은 보통 기간제로 있다가 무기로 전환된 케이스가 많은데 일반 공무원들과 그 업무 특성이 다르다"며 "법리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무기계약직
임금차별
공무원
이용경 기자
2023-05-18
민사일반
소비자·제조물
[판결] 대법원 "건강보조식품 판매업자도 고객 보호의무"
건강보조식품 판매업자도 소비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진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A씨의 유족이 건강보조식품 제조업체인 B사와 판매자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2022다211089)에서 "피고들은 공동해 A씨 부인에게 8239만여원, 자녀에게 5493만여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고혈압과 뇌졸중, 심근경색, 갑상선기능항진증 등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아온 A씨는 2018년 3월 B사가 핵산을 가공해 만든 건강보조식품을 구입해 먹은 뒤 각종 부작용이 발생했다. A씨의 통증 호소에도 판매자인 C씨는 "호전(명현) 반응의 시작"이라며 "몸에 잘 듣고 있다는 뜻이니 걱정 말고 잘 견뎌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병원을 찾지 않고 더 많은 용량을 먹고 견디던 A씨는 같은 해 4월 사망했다. 이 사건에서는 △건강보조식품 판매업자에게 소비자에 대한 보호의무가 인정되는지 △인정된다면 판매업자의 보호의무 위반과 소비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제품 섭취와 A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고패소 판결했다. 2심은 "건강보조식품 판매자의 보호의무위반이 인정되고, 인과관계도 인정된다"면서 "C씨의 보호의무 위반과 진단·치료 지연에 따른 A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C씨와 사용자인 B사는 연대해 A씨 측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의학지식이 없는 건강보조식품 판매자가 난치병이나 만성 지병을 앓고 있는 고객에게 건강보조식품의 치료 효과를 맹신해 진료를 중단하는 행위의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거나 고객의 상황에 비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 의학적 조언을 지속함으로써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경우 건강보조식품 판매자는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괴사성근막염 등의 증상이 발생한 후 지체 없이 치료를 받았다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B씨의 보호의무 위반과 진단·치료 지연에 따른 A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보호의무
건강보조식품
박수연 기자
2022-06-17
민사일반
[판결](단독) CJ대한통운, 일방적 운임단가 인상 요구했다가
택배사의 일방적인 운임 단가 인상 요구와 배송거부로 피해를 본 식품유통업체가 택배사로부터 5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A사가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1가단5173916)에서 최근 "CJ대한통운은 5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각종 식품을 온라인 등을 통해 판매하는 A사는 CJ대한통운과 2019년 7월부터 계약기간 1년의 택배운송계약을 맺었다. 계약상 최저운임단가는 월 발송 수량에 따라 분류된 구간 중 가장 높은 월 5만7000개(기준 물량) 이상의 물량을 운송하는 것을 조건으로 1650원으로 정했다. CJ대한통운은 A사의 운송 물량이 월 8~9만건에 이르는 등 기준 물량을 크게 초과하자 최저운임단가를 인하하기도 했다. 이후 택배운송계약은 자동갱신됐고, A사와 CJ대한통운은 2020년 8월 최저운임단가를 1700원으로 정하는 데 합의했다. 그런데 이후 CJ대한통운은 같은 달 사전협의도 없이 '운송비 제값받기 정책'을 실시하면서 식품 운임단가를 인상·적용한다는 통지를 보냈다. A사는 "운임단가 합의가 있은 지 1개월도 되지 않아 운임을 인상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운임단가 인상을 거절했다. 그러자 CJ대한통운은 차량 부족 등의 이유를 대며 배송을 거부했다. A사는 직접 차량을 이용해 운송품을 센터에 입고하겠다고 했지만, CJ대한통운은 이에 대한 수령마저 거절했다. 이 같은 사태로 배송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A사는 소비자들로부터 계약 취소를 당하거나 홈쇼핑 등으로부터 배송 지연 패널티를 받는 등 어려움에 봉착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히 최저운임단가가 1900원인 대체 택배운송업체 B사에 3개월간 택배운송을 맡겼다. 이후 A사는 최저운임단가가 200원가량 저렴한 C사와 계약을 맺고 택배배송을 시작한 뒤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김 판사는 "대한통운은 운송계약에 따른 택배운송의무를 부당하게 거절해 계약을 위반했다"며 "따라서 이 같은 채무불이행으로 A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사가 입은 손해는 대체 택배운송업체를 이용하면서 추가로 들어가게 된 택배운송비 상당액, 고객들에게 주문 취소를 당해 입게 된 손해, 홈쇼핑 업체 등에서 패널티 부과 또는 거래중단을 당해 입게 된 손해 등이지만, A사는 입증곤란을 고려해 추가로 들어가게 된 택배운송비 상당의 손해만을 청구하면서 손해액을 최저운임단가의 차액을 기준으로 산정했다"면서 "대한통운은 A사에 3개월간 손해액인 5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대한통운
배송거부
택배
이용경 기자
2022-03-17
민사일반
[판결](단독) 집배점 화재로 물품소실…택배회사가 배상해야
택배회사가 판매회사로부터 받은 판매물품을 집배점에서 보관하도록 했는데 집배점 보관 창고에서 화재가 났다면 택배회사가 사용자책임을 지고 물품 소실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7부(재판장 김종호 부장판사)는 최근 종근당건강이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1나2022426)에서 "CJ대한통운은 13억여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홈쇼핑과 온라인을 통해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종근당건강은 여러 홈쇼핑 업체들과 위탁판매계약을 맺고 방송 채널별로 방송일과 판매상품, 수량 등을 정해 판매했다. CJ대한통운은 홈쇼핑 업체와 계약을 맺고 판매물품에 대한 택배운송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기로 했는데, CJ대한통운은 A집배점을 운영하는 B씨와 택배업무의 위·수탁을 위한 택배집배점 계약을 체결했다. 택배집배점 계약에 따른 업무수행에 사용자 책임 부담 A집배점은 2017년 4~8월 종근당건강으로부터 홈쇼핑 방송이 예정된 상품을 미리 인도받아 CJ대한통운 C지점 창고에 보관했는데, 이후 CJ대한통운이 창고를 비워달라고 해 같은 해 9월 B씨는 자신의 비용으로 다른 곳에 있는 창고를 임차해 판매물품들을 보관했다. 그런데 2019년 7월 이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이 화재로 보관돼 있던 판매물품들이 모두 멸실됐다. 이에 종근당건강은 "CJ대한통운은 택배 집배점 계약에 의해 A집배점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휘·감독했으므로 판매물품 멸실로 인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B씨는 CJ대한통운이 사전에 마련한 업무절차에 따라 택배집화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며 "개별적으로 고객과 택배운송계약을 체결하기도 하나 그 계약의 주요 내용을 CJ대한통운에 통지해야 하고, 계약에 따른 대금도 CJ대한통운 명의 계좌에 입금될 뿐만 아니라 세금계산서도 CJ대한통운 명의로 발급된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CJ대한통운은 택배 집배점 계약에 따른 업무수행에 관해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어 "CJ대한통운은 택배 집배점 위탁계약을 통해 업무영역을 확장하는 한편, 실질적으로는 택배 집배점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통제를 통해 직접 채용한 직원이 집화업무를 하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게 관리하고 있다"며 "CJ대한통운은 홈쇼핑 업체가 지정한 택배회사이고 B씨는 그 인수 업무를 담당하는 CJ대한통운의 피용자라고 볼 수 있어 종근당으로부터 B씨가 상품을 인수한 행위는 외형상 CJ대한통운의 사무집행을 위한 행위임에 분명하므로, 화재로 인해 종근당건강이 입은 손해에 대해 CJ대한통운은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CJ대한통운이 물건 인수일로부터 홈쇼핑 방송일까지 물건을 보관하게 됨으로써 그 손상과 멸실 등에 대한 위험을 떠안게 된 점 등을 종합해 책임을 70%로 제한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상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손해배상
화재
물품소실
집배점
택배회사
한수현 기자
2022-02-10
민사일반
[판결](단독) ‘유명 베이커리 식자재 운송’ 지입차량 매매 알선해놓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명 베이커리에 고정적으로 식자재 운송을 할 수 있다며 지입차량 매매를 알선했지만 실제 업무나 급여가 계약조건과 크게 달랐다면 지입차량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최근 A씨가 지입차량 알선업자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단5104382)에서 "B씨는 2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3월 B씨로부터 "대기업 식품업체인 C사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매장에 식자재를 운반하는 업무를 고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2.5톤 트럭을 매입했다. 하지만 A씨는 실제 베이커리 매장이 아닌 C사 소속 다른 브랜드 매장에 식자재를 운송하게 됐고, 근무시간과 급여 등도 B씨가 제시한 광고 조건과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됐다. A씨는 B씨에게 매매계약 조건대로 베이커리 매장에 식자재 운송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B씨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자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원고일부승소 판결 김 판사는 "A씨가 매매계약을 맺은 실질적 이유는 B씨가 소개하는 중고 차량을 매입해 지입차량 운수회사에 지입하면 유명 베이커리 매장에 식자재 운송을 하는 고정적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며 "차량을 매입해도 베이커리 매장에 식자재를 운송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A씨가 알았다면 매매계약을 맺지 않았거나 다른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B씨가 유명 베이커리 매장에 식자재 운송 일자리를 확보하고 제공할 의무는 매매계약의 목적 달성에 있어 필요불가결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매매계약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아 A씨가 매매계약을 맺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주된 채무"라며 "B씨는 매매계약 내용에 부합하는 주된 채무 중 하나인 일자리 확보·제공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지난 4월 B씨에게 계약해제 의사를 표시해 매매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돼 소급적으로 효력을 잃었다"며 "B씨는 원상회복의무의 이행으로 매매대금으로 지급받은 5800여만원을 A씨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고, A씨는 이미 차량과 사업용 차량번호를 매도해 2800여만원을 회수한 상태이므로, B씨는 그 차액인 2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대기업
식자재
베이커리
알선
이용경
2021-09-23
민사일반
[판결](단독) 돌려막기로 투자금 유치… 피해 투자자에 배상판결
정부로부터 친환경 농축산물 인증을 받고 특허까지 낸 사업가가 돌려막기 방식으로 투자금을 유치하다 피해 투자자에게 손해배상금을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단독 정도영 부장판사는 투자자 A씨가 축산가공업체 B사와 이 회사 대표였던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가단5104449)에서 최근 "B사와 C씨는 공동으로 A씨에게 3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10월 지인 소개로 B사를 알게 됐다. 이후 A씨는 지인으로부터 "특허를 갖고 있는 건실한 사업가인 C씨가 회사를 운영하고, 충북에 대규모 공장을 지어 '빙온숙성 기술'로 고기를 숙성·판매해 수익률이 매우 좋다"며 투자 권유를 받고 C씨 명의의 차용금 지불 각서를 받은 다음 B사에 총 3900여만원을 투자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이 회사 대표이사로 일했던 C씨는 2018년 8월 회사 명의로 '육류의 빙온숙성 방법'이라는 특허를 내고 정부로부터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과 친환경 기술 인증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는 "C씨가 나를 비롯해 총 1000여명의 투자자로부터 1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 받았지만, 신규 투자자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하다가 더 이상 지급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B사 측은 "A씨에게 투자를 받은 것은 C씨가 개인적으로 개인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투자를 받은 것이고, 투자금에 관한 차용금 지불각서도 C씨 개인 명의로 작성돼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판사는 "C씨는 B사 대표이사로서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투자받더라도 약속한 대로 배당금을 지급하거나 원금을 반환할 수 없다는 점을 알면서 A씨를 기망하고 유인해 투자금 명목으로 금원을 편취하는 불법행위를 했다"며 "A씨는 투자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어 C씨와 B사는 공동으로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C씨는 회사 대표이사로서 B사의 특허권을 내세우며 투자를 유치했고, 투자금 중 상당 부분은 B사의 건물 신축, 부동산 구입 등에 사용됐다"며 "이는 C씨가 B사 업무집행 중에 불법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어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진다"고 판시했다.
투자금
친환경
사업
돌려막기
치환경농축산물인증
이용경 기자
2021-08-09
민사일반
[판결](단독) 청소용역업체 직원 절도사건으로 용역계약 해지 했더라도
유통회사가 청소 용역업체 직원의 절도사건을 이유로 용역계약을 해지했더라도 해당 직원이 관련 소송에서 승소해 계약해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면 용역업체에 계약해지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는 청소 용역업체인 A사가 홈플러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20나2005912)에서 최근 "홈플러스는 A사에 1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사는 2014년 홈플러스 지점 8곳에 대한 매장 내 미화 및 주차·카트 관리 용역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에는 A사 직원이 홈플러스 매장 안에서 현금 10만원 이상 또는 그에 상당한 상품 등을 훔친 경우 계약해지 등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다 같은 해 10월 홈플러스는 경기도의 한 지점에서 근무하던 A사 직원 B씨가 매장에서 여러 차례 식품 등을 훔쳤다며 해당 지점에 관한 용역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A사는 B씨에게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B씨가 훔친 물품 가액이 10만원 이상이라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이에 A사는 "B씨가 절취한 물건 가액이 10만원이 안 돼 계약해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부당하게 계약해지를 당했다"며 홈플러스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행거절로 인한 채무불이행 구성 손배 책임 부담 재판부는 "홈플러스가 전소 판결의 항소심에서 A사를 위해 보조참가했으나, 당시 B씨가 훔친 물품가액이 10만원 이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이 확정됐다"며 "홈플러스가 이번 사건에서 B씨가 훔친 물품가액이 10만원 이상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은 보조참가에 따른 참가적 효력에 저촉돼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홈플러스는 용역계약상 계약해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매장 내 상품 절취'를 사유로 계약해지를 했다"며 "이러한 홈플러스의 부당한 계약해지는 A사에 대해 이행거절로 인한 채무불이행을 구성하므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청소용역업체 승소판결 다만 "A사도 계약해지가 적법함을 전제로 과거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고, 홈플러스도 B씨에 대한 조사와 피해변제를 받는 과정에서 A사에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사정이 많이 있었다"며 "계약해지와 전소판결의 경위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은 용역계약이 유지됐더라면 A사가 얻었을 3100여만원에서 60%인 1900여만원으로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손해배상
절도
계약해지
청소용역업체
이용경 기자
2021-06-14
민사일반
[판결] 회사에 손해 입히면 직원 가족까지 책임… '인보증' 관행 여전
최근 한 제과업체가 소속 영업사원이 이른바 '덤핑판매'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영업사원의 신원보증인인 어머니까지 피고로 삼아 소송을 제기해 수천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아내는 등 '인보증(人保證)' 관련 사건이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점차 보증보험으로 대체되거나 폐지되는 추세였던 인보증 관행이 아직까지 일부 기업에 남아 있어 신원보증을 섰던 친·인척 등 직원 가족들까지 피해를 떠안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매출실적을 올리기 위해 사측이 직원들에게 변칙판매를 조장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책임을 해당 직원이나 인보증을 섰던 직원 가족들에게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관련 제도 개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이보람 판사는 제과업체 H사가 영업사원 A씨와 A씨의 어머니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단5202033)에서 최근 "A씨 등은 79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8년 회사 제품을 회사가 정한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임의로 덤핑판매하고, 이 같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실제 판매가격과의 차액을 전산상 미수금으로 허위 보고했다. 하지만 감사 결과, A씨가 허위로 보고한 미수금이 7900만원에 달하는 사실이 드러나자, H사는 A씨와 A씨의 신용보증인인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과정에서 A씨는 "사측이 이미 이런 영업행태를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B씨도 "회사가 신원보증법상 통지의무를 게을리 해 책임이 면제된다"고 맞섰다. 하지만 법적 책임을 피할 순 없었다. 이 판사는 "A씨는 영업사원으로서 덤핑 등 변칙판매를 하지 않을 직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며 "H사로 하여금 부족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게 했으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사용자는 피용자의 업무수행으로 직접 손해를 입게 된 경우 피용자의 업무내용과 근로조건, 가해행위의 발생원인 등에 비춰 신의칙상 인정되는 한도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H사가 영업사원들의 영업경쟁 및 그에 따른 변칙 할인판매 등을 현실적으로 관리·감독해 적절한 목표량과 할인율을 책정하는 등의 예방조치를 취하지 못한 과실 등을 종합해 A씨의 책임을 손해액의 7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 판사는 B씨에 대해서는 "신용보증법 제4조에서 사용자는 피용자가 업무상 부적격자이거나 불성실한 행적이 있어 신원보증인의 책임을 야기할 우려가 있음을 안 때에는 지체없이 통지해야 하고, 신원보증인은 통지를 받은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비록 사용자가 그 통지를 하지 않았더라도 곧바로 신원보증인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원보증계약을 체결한 경위, 계약 체결 당시에는 A씨의 배임행위 등이 확인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B씨는 A씨의 어머니로서 H사로부터 신원보증책임 발생 가능성을 통지받았더라도 계약을 해지했을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B씨는 A씨와 연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인보증으로 직원 가족들이 거액의 배상책임을 '연좌제' 형태로 떠안는 사례는 여전하다. 지난해 6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제과업체 L사의 영업사원인 C씨가 회사에 손해를 입힌 점을 인정해 C씨와 그의 신용보증인인 아버지 D씨가 연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했다(2019가단204356). 2018년 L사는 C씨가 근무하는 영업소에 대한 정기감사를 진행하던 중 전산상 외상매출금 채권과 재고가 실제와 4400여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점을 확인하고 C씨와 D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성남지원은 "C씨가 거래처들로부터 제품을 판매한 대금을 수금하고도 일부를 L사에 입금하지 않거나, 실제 판매 없이 전산상 매출만 기표하는 등의 행위로 손해를 입힌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L사는 영업사원들의 영업경쟁으로 인한 변칙 할인판매 등을 방지하는 등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되고, 유사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 비춰 시스템 개선 노력의 정도가 낮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C씨의 손해배상책임을 50%로 제한해 2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아들의 부탁으로 신원보증인이 된 아버지 D씨에게도 배상액 가운데 절반인 1100만원을 연대해 배상하도록 했다. 기업들은 IMF 직후 보증보험사들이 출범하면서 인보증 대신 보증보험사에서 손해액을 보상 받는 신용보증보험으로 대체하거나 아예 인보증 제도를 폐지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부 식품·제과업체, 보험사, 제약회사 등에서는 인보증 방식을 고집하며 고용계약을 앞둔 신규 입사자들에게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구시대적인 인보증의 폐해를 막는 한편, 영업직원들에게 덤핑 등 변칙판매를 하도록 조장하는 기업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허윤(45·변호사시험 1회)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보증보험은 회사의 손해를 보증보험사가 물게 돼 최소한 직원 가족은 못 건드린다"면서 "인보증은 가족을 볼모로 잡는다는 점에서 굉장히 나쁜 수단이고, 근절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인보증 방식이 손해에 대한 회수가 쉬워 아직까지 이런 구태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적으로 취약한 영업사원들은 회사에 갚아야 할 돈만 수천만원에서 억원대 단위에 이르러 항소심을 진행할 여력이 없어 통상 1심에서 확정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벌써 30년도 넘은 (인보증)소송이 지금도 1년에 수백건씩 반복된다는 것은 법원이 이러한 기업들의 부당한 관행을 감안해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인보증 문제 이전에 일부 기업에서 유지되고 있는 '밀어내기'라는 뿌리 깊은 관행을 없애는 것이 선결 조건이기 때문에 소송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이러한 관행을 강요하는 회사에 대해 엄한 처벌을 내리는 입법적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신용 문제로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인보증마저 없으면 일을 구할 수조차 없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면서 "인보증 자체의 폐해라고 일반화하기 보다는 덤핑판매에 따라 사고가 연이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입법적으로 해결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자유시장 경제질서에 개입하는 것이 되므로 판단하기가 애매한 것 같다"며 "개별적인 사안별로 따져봤을 때 불법적 관행이 만연된 업계 또는 상황이 있을 수 있고, 회사와 영업사원 양측의 필요에 따라 인보증을 맺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정말로 문제가 있는지는 보다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덤핑판매
영업사원
영업
인보증
이용경 기자
2021-03-01
민사일반
[판결](단독) 다단계 하위 판매원에게 연간 5만원 초과 물품구입 부담 지게 했더라도
다단계판매업자가 하위 판매원에게 자격 유지나 유리한 수당 지급을 조건으로 방문판매법이 금지하는 연간 5만원을 초과하는 물품 구입 등의 부담을 지게했더라도 피해 판매원이 사측에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측의 이 같은 방문판매법 위반 행위가 곧바로 피해 판매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정선재 부장판사)는 A씨 등 9명이 I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나2056082)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A씨 등은 다단계판매업체인 I사에 2014~2016년 판매원으로 가입했다. A씨 등은 I사의 지역센터장 B씨로부터 "상위 직급으로 승급해야 더 많은 후원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권유를 받고 승급을 위해 I사가 판매하는 건강식품을 구입했다. 그런데 2018년 B씨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방문판매법 제22조 1항 등은 '다단계판매업자는 다단계판매원이 되려는 사람 또는 다단계판매원에게 등록, 자격 유지 또는 유리한 후원수당 지급기준의 적용을 조건으로 연간 5만원을 초과한 부담을 지게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B씨는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A씨 등은 "B씨 등의 방문판매법 위반 행위로 총 13억원가량의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했다"며 I사와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관련법상 판매원에 일정수준 넘는 부담행위 금지는 판매원 모집으로 수익 얻는 사행적 조직 방지 취지 재판부는 "다단계판매업자의 방문판매법 제22조 1항 위반 행위가 다단계판매원에 대한 어떤 주의의무에 위반한 불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으려면, 방문판매법 제22조 1항이 다단계판매원 개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하거나 손실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방문판매법이 다단계판매원에게 일정 수준을 넘는 부담을 지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상품의 판매와 무관한 다단계판매원의 지위 그 자체와 관련해 대가가 지급됨으로써 다단계판매 조직이 상품의 판매가 아니라 판매원 모집으로 수익을 얻는 사행적 조직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방지하려는 취지일 뿐"이라며 "다단계판매원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하거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판매원의 재산상 이익보호·손실방지 규정으로 못 봐 또 "만약 A씨 등의 주장과 같이 다단계판매업자가 방문판매법 제22조 1항을 위반한 경우 판매원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본다면, 판매원으로서는 더 많은 후원수당을 지급받는 등의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스스로 한도를 초과한 부담을 진 다음, 기대와 달리 이익을 얻지 못하고 손실을 입은 경우에는 판매업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고법, 원고패소 판결 그러면서 "지역센터장 등이 방문판매법을 위반했더라도 I사는 행정적 제재를 받거나, 센터장 등이 형사적 제재를 받을 뿐"이라며 "다단계판매원인 A씨 등에 대해 어떤 주의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센터장인 B씨 등의 방문판매법 위반 행위는 A씨 등 일부 판매원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I사는 B씨와 함께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
다단계
방문판매법
다단계판매
박미영 기자
2020-11-16
민사일반
[판결] 직원이 예상수량 오인… 대량 발주로 업체 큰 피해 입었다면
직원이 상품발주 계획에 나와있는 예상수량을 확정사항으로 오인해 한꺼번에 많은 양의 상품을 주문, 상대 업체에 피해를 입히는 발주 사고를 냈다면 주문업체 측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직원에게 발주 권한이 없었더라도 상대 업체 측이 권한이 있다고 믿었다면 민법상 '표현대리'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민법 제126조는 '대리인이 그 권한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제3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심재남 부장판사)는 동원홈푸드가 농협식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합40824)에서 "농협식품은 3억8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농식품 제조유통 회사인 농협식품은 2017년 조미료 제조업체인 동원홈푸드와 자기상표부착상품(일명 PNB)거래 계약을 체결했다. PNB는 식품제조업체가 유통채널의 특성에 맞게 생산해 해당 업체에서만 독점판매하는 새로운 제품마케팅 방식이다. 서울중앙지법, 표현대리 법리적용 농협식품 마케팅부장인 A씨는 상품개발 업무를 총괄하며 동원홈푸드가 OEM 방식으로 농협식품만의 '양념소스 상품'을 생산하는 계획을 수립했고, 계약서 표지에도 '바이어'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 계획에 따라 계약이 체결된 뒤 A씨가 해당 상품을 발주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계약에 따르면 '개별계약은 농협식품이 날짜와 수량, 단가 등을 기재한 발주서를 교부한 뒤 동원홈푸드가 이를 수락함으로써 성립한다'고 정해 전체 기본계획 틀 안에서 개별적으로 상품을 발주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그러나 A씨는 기본계획에 기재된 예상수량을 확정된 것으로 오해해 매입단가를 낮추기 위해 한꺼번에 많은 양의 상품을 발주했다. 그 결과 농협식품은 3억8000여만원에 상당하는 14만1200여개의 상품을 모두 인수하지 못했다. 이에 동원홈푸드는 "미인수 상품대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농협식품의 내부규정에 의하면 상품구매에 관한 계약과 판매가격의 전결권자는 본부장이라 A씨에게는 전결권이 없고, 농협식품이 A씨에게 별도로 발주권한을 수여했음을 객관적으로 인정할 자료가 없다"며 "계약서 표지 '바이어'란에 A씨의 이름이 기재돼 있다는 사정이나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A씨가 농협식품을 대리해 이 상품을 발주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원고 일부승소 판결 그러나 "A씨는 마케팅부장으로서 회사를 대리해 일정한 사항을 처리할 수 있는 기본대리권이 있고, 동원홈푸드는 A씨로부터 농협식품 대표이사가 결재한 기본계획서를 전달받고 예상사업량을 한꺼번에 생산·납품하는 것을 전제로 A씨와 단가를 협의했다"면서 "A씨의 생산의뢰에 따라 동원홈푸드가 생산한 상품 중 6억2000여만원에 상당하는 23만8000여개의 상품에 대해서는 농협식품이 사후적으로 발주서를 발행해 상품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원홈푸드는 농협식품 직원 A씨가 회사를 대리할 기본적 대리권을 가지고 있어 생산의뢰를 할 권한까지 있다고 믿었고, 그러한 믿음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며 "농협식품은 민법 제126조 소정의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의 법리에 따라 직원 A씨가 한 생산의뢰에 따른 계약상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민법
발주사고
배상책임
대리인
표현대리
이용경 기자
202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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