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당했다"며 애인을 무고한 양딸과 이를 믿고 양딸의 애인을 때려 상해를 입힌 양아버지가 1000만원이 넘는 위자료를 물게 됐다.
육류 도소매업체 영업부장인 김모(33)씨는 회사 동료인 최모(22·여)씨와 2012년 5월 성관계를 맺은 뒤 연인이 됐다. 하지만 5개월뒤 최씨의 양아버지이자 회사 사장인 이모(56)씨가 두 사람의 관계를 알면서 급변했다. 두 사람이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을 양딸인 최씨로부터 들은 이씨가 격분해 회사 근처에서 술을 마시던 김씨를 불러 폭행한 것이다. 김씨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이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폭행당해 겁을 먹은 김씨에게 '사장님 앞에 다시 나타나지 않겠다. 먼저 800만원을 지급하고 아버지께 말씀드려 추가로 보상해드리겠다'는 내용의 각서도 쓰게 했다.
폭행을 당하고 각서까지 쓴 김씨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이씨를 상해·공갈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이씨의 양딸인 최씨가 "김씨가 나를 강간했다"며 맞고소했다. 검찰 수사 끝에 김씨는 2013년 4월 강간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반면 이씨는 상해·공갈 혐의로 기소돼 같은해 6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김씨는 최씨와 이씨를 상대로 치료비와 소송으로 인한 변호사 비용 등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달라며 최씨를 상대로 2200만원, 이씨를 상대로 32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 한대균 판사는 15일 김씨가 두 사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3가단270923)에서 "최씨는 1100만원, 이씨는 290만원을 김씨에게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한 판사는 판결문에서 "최씨는 애인관계로 지낸 김씨를 무고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위자료 500만원 등 모두 1100만원을 김씨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부인 이씨에 대해서는 "피해자인 김씨는 이씨가 양딸인 최씨의 무고를 교사했다고 주장하지만 최씨가 성관계 사실을 이씨에게 털어놓을 때 강간을 당했다고 이야기했을 가능성이 충분하고 이씨가 폭행 직후 김씨로부터 최씨에 대한 강간을 인정하는 취지의 각서를 받으려 한 점 등을 볼 때 강간 무고를 교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씨는 폭행 등으로 인한 위자료 200만원을 비롯해 290만원만 지급하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