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서 무조건 횡령한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정종관 부장판사)는 건국대가 김진규 전 총장을 상대로 "횡령한 1억3300만원을 돌려달라"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5나2036387)에서 1심과 같이 "김 전 총장은 2000만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업무추진비나 판공비 등을 사용한 임직원이 그 행방이나 사용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사후적으로 그 사용에 관한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함부로 불법영득의사를 갖고 횡령했다고 추단해서는 안 된다"며 "김 전 총장이 2000만원을 개인적 용도로 횡령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나머지 1억1300만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 전 총장이 1억3100만원을 업무상 횡령했다는 혐의로 고발됐지만 검찰은 2000만원 부분만 기소했고 법원도 이 부분만 유죄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2010년 건국대 총장으로 취임한 김 전 총장은 업무추진비 횡령, 전임 총장보다 2배 높은 연봉, 실적 부풀리기 등의 의혹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총장직에서 사퇴했다. 2012년 5월 건국대 교수협의회는 김 전 총장을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김 전 총장은 2013년 6월 지인인 건설사 대표에게서 16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김 전 총장은 서울고법에서 징역 4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