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사립학교법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가 파견한 임시이사들이 학교가 정상화된 상황에서 학교 설립자측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식이사를 선임한 것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소의 이익'을 확대해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두텁게 보호하고 사학의 설립과 운영의 자유를 강조한 판결로 평가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17일 학내 분규가 일어났던 상지학원 전 이사장 김문기(75·전 국회의원)씨 등 5명이 "교육부가 파견한 임시 이사들이 일방적으로 정식 이사를 선임한 것은 무효"라며 학교재단을 상대로 낸 이사회결의무효확인청구소송 상고심(☞2006다19054)에서 대법관 8 대5의 의견으로 원고 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2003년 상지대 임시이사들이 선임한 9명의 정식이사는 이날 자격을 상실하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처럼 임시이사가 선임되기 전에 적법하게 선임됐다가 퇴임한 최후의 정식이사들은 학교법인의 자주성과 정체성을 대변할 지위에 기해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종료한 때에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을 구현하기에 적절한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문제와 관련해 법률상의 이해관계를 가진다"며 "따라서 원고들에게는 임시이사들이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내용의 이사회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선임한 임시이사는 이사의 결원으로 인해 학교법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에 임시적으로 그 운영을 담당하는 위기관리자로서, 민법상의 임시이사와는 달리 일반적인 학교법인의 운영에 관한 행위에 한해 정식이사와 동일한 권한을 가지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할 것이므로 정식이사를 선임할 권한은 없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구 사립학교법상의 임시이사에게 정식이사 선임권한이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70누116 판결은 변경됐다.
반면 김영란·박시환·김지형·이홍훈·전수안 대법관은 "퇴임이사들에게는 이사회결의의 효력 유무를 다툴 소의 이익이 없을 뿐만 아니라 법령상의 제한이 없는 한 학교법인의 임시이사들도 정식이사와 동일한 권한을 가지는 것이므로 임시이사들이 정식이사들을 선임한 이사회결의는 적법하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지난 93년 4월 김 이사장이 부정입학과 관련한 금품 수수와 횡령 혐의로 구속되는 등 학내분규가 발생하자 같은해 6월 교육부는 옛 이사들의 사표를 수리하고 임시이사를 선임했다. 원고들은 학교가 정상화 된 2003년 12월 임시이사들이 자신들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정식이사를 선임, 정부의 승인을 받자 소송을 내 1심에서 패소했으나, 2심에서는 승소했었다.
한편 2005년 개정된 현행 사립학교법은 제25조의3을 신설, 학교가 정상화된 경우 관할청이 출연자나 학교발전에 기여한 자 및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의 의견을 들어 정식이사를 선임하는 방식을 채택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조항은 현재 위헌성이 문제가 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2006헌바29 등)이 제기돼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