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협의 없이 오랫동안 한 업무에 종사해오던 근로자를 전보조치해 다른 업무에 배치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위법한 인사권 행사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이모씨 등 5명이 "열차 차장을 역무원으로 발령낸 것은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전직무효확인소송 상고심(2013다9475)에서 원고패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고,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며, 전보처분에 따른 근로자의 불이익이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히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권리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보처분 등을 할 때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를 거쳤는지가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일반열차 차장을 역무원으로 전보발령한 한국철도의 인사로 인해 이씨 등은 수당이 감소하고 수십년 동안 맡았던 업무에서 배제되는 불이익이 발생하며, 인사명령을 할 때 사전 협의절차가 미흡했던 사정은 인정되지만 한국철도의 인사운용 체제의 문제점과 경영환경의 변화 등으로 인해 전보발령의 필요성이 있는 점, 역무원과 일반열차 차장은 동일한 사무영업 직렬인 데다 이씨 등은 과거에 역무원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인사명령에 따른 이씨 등의 불이익이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히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철도청 소속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1998년 차장 등용시험에 합격해 일반열차 차장으로 근무하던 이씨 등은 2005년 1월 철도구조개혁으로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가 설립되자 공사 직원으로 임용돼 익산열차승무사업소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 2010년 철도공사가 직제규정을 개정하면서 일반열차 차장의 직명을 폐지하면서 여객전무만 열차 승무를 하도록 하고 이씨 등을 역무원으로 전보발령하자 이씨 등은 소송을 냈다.
1심은 "이씨 등이 갑자기 역무원으로 근무하게 돼 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되고 근무환경이 바뀌는 등 불이익이 큰 데 반해 공사 측이 원고는 물론이고 노조와의 협의도 없이 인사조치를 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했으나 2심은 원고패소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