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의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의 성격은 '이자소득'이 아니라 위약금이나 배상금에 해당하는 '기타 소득'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지연손해금을 받은 미국 기업에 적용되는 세율은 한·미 조세조약에 따른 12%가 아닌 국내 법인세법에 따른 20%가 적용된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A사가 용산세무서장을 상대로 "지연손해금은 조약에 따라 이자소득으로 봐야하므로 9억5000만원을 돌려달라"며 낸 법인세 경정거부 취소소송(2014두39784)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소득에 관한 조세의 이중과세회피와 탈세방지 및 국제무역과 투자의 증진을 위한 협약(한·미 조세조약)' 제13조는 '이자라 함은 모든 종류의 채권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 및 그 소득의 원천이 있는 체약국의 세법에 따라 금전의 대부에서 발생한 소득을 의미하고, 그 세율은 그 이자 총액의 12%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사는 2008년 국내 B조합이 약속한 주식매매대금 328억원의 지급을 지체함에 따라 지연손해금으로 119억원을 받게 됐다. 용산세무서는 "주식매매대금의 지급 지체에 따른 지연손해금은 기타소득에 해당하고 한·미 조세조약은 기타소득에 관해 별도의 조문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국내 법인세법에 따라 과세할 수 있다"며 20%의 세율을 적용해 23억8000만원을 원천징수했다. A사는 "지연손해금은 이자소득에 해당돼 조약에 따라 12%의 세율이 적용돼야 한다"며 "9억5000만원을 환급하라"고 경정청구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그러나 대법원은 "'모든 채권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으므로 '해당 용어는 조세가 결정되는 체약국의 국내법에 따라 내포하는 의미를 갖는다'는 조약 제2조 2항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며 "채무의 이행지체로 인한 지연손해금은 법인세법 제93조 11호 나목의 '위약금 또는 배상금'에 해당하는 '기타 소득'으로 봐야 한다"면서 세무서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1,2심은 지연손해금을 이자소득으로 판단해 A사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