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은 헌법이 규정하는 '재판청구권'을 절차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권리로 해석해 재산을 배분해준 이례적인 판결이다.
종중과 종원간의 재산다툼은 종종 있었지만 대부분 종원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에서만 다투고, 직접적인 금액까지 거론돼 판결이 나온것은 처음이다.
쟁점은 크게 두가지다.
원칙적으로 종중에게 재량이 있는 재산분배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와, 법원이 나서서 재산을 분배해줌에 있어 이론적 근거와 분배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다.
사건을 맡은 김창석 부장판사는 "보통 법원에서 종중원 인지를 인정해주는 것까지만 하고 배분문제는 원칙적으로 종중에게 재량이 있다"면서도 "행정청에서 한 행정처분도 법원이 가급적이면 그 재량을 인정해 주지만 재량권을 일탈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 것처럼 종중의 재산 분배는 사적자치의 영역에 속하지만 법원이 분배가 비합리적 이라면 재량을 제한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 "민사소송에서 무효판결을 받아도 중종이 실행하지 않거나 또다시 비합리적인 처분을 내린다면 당사자들은 계속해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등 실질적으로 구제받기 어렵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법원이 실질적인 구제를 할 수 있는지 법적 근거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헌법 제27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재판 받을 권리"라는 것은 권리를 침해받았을 때 사법기관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권리라고 해석해야 한다"며 "법관의 재판을 요구할 수 있는 재판청구권이 실체적 청구권을 얘기한다고 해석한다면 헌법은 모든 법의 기본이 되는 것이니 법원이 소송당사자가 제대로 구제 받을 수 있도록 나서는 것도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어느 기준으로 금액을 나눠야 하는지도 선례가 없어 힘든 고민이었다.
김 부장판사는 "종중재산을 종원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기로 한 이상 종원이라면 최소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기준으로 해야한다"며 "대다수의 종중원들이 7,000만원 이상을 받았고 일부 종중에 기여가 큰 종원들은 그보다 더 받으므로써 충분한 우대가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 종중에 남아있는 분배대상 금액, 종원 혹은 후손 가운데 현실적으로 분배를 할수 있는 사람 등을 참작해 본 결과 7,000만원은 기본적으로 배분되어야 할 최소한의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
법원이 소송당사자 구제받을 수 있게 해줘야
담당재판부 밝혀,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는 '구제받을 수 있는 권리'로 해석
종중(宗中) 재산이 합리적으로 분배되지 못했다면 이는 무효이고 이에 따라 법원이 종원에게 돌아갈 재산 분배액을 판단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8부(재판장 김창석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해외로 이민간 종원들에게 재산을 분배하지 않는것은 불합리하다"며 종원 12명이 종중을 상대로 제기한 보상금 청구소송 항소심(2005나104735)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종중 재산을 처분할 때 후손 전원에게 합리적 기준을 따라 배분해야 한다"며 "종중은 재산 분배에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합리적인 근거 없이 소재가 파악되는 종원임에도 해외 이민자라는 이유만으로 재산분배에서 배제한 것은 부당한 배분이라고 인정돼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법원이 종중을 대신해 구체적인 재량을 행사해 합리적 이라고 판단되는 분배를 직접 명할 수 없다면 무효확인에도 불구하고 종중이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당사자는 실질적으로 법적 구제를 받을수 없게된다"며 "법원이 직접 다툼에 개입해 해결하는것만이 실효적인 법적 구제를 가능케 해 헌법상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종중에 의해 설정된 분배기준과 그 기준을 통해 나타난 종중의 의사, 종원의 수, 종원 등이 장래 추가적인 분배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등을 참작해 분배를 결정해야 한다"며 "대부분의 종원들이 7,000만원 이상을 배분받았고, 이는 분배대상자의 범위에 들어온다고 인정되는 이상 기본적으로 배분되어야 할 최소한의 금액이라고 판단되므로 7,000만원이 원고들에게도 지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종중은 2004년 경기 고양시의 종토를 매각하면서 128억여원을 받았고 이를 배분하면서 해외 이민자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연락 가능한 종원 180명 정도가 7,000만원씩 받았지만 이를 받지 못한 해외 거주 종원 12명은 소송을 내 1심에서 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