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관청이 토지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면서 법령상의 간단한 기본조사(현황조사)도 하지 않은 채 이전년도 과세자료만을 기초로 고율의 재산세를 적용해 세금을 부과했다면 이는 중대한 하자로 과세처분 자체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는 A사가 제주특별자치도 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소송(2020나2024319)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A사는 제주시 애월읍에 목장용지인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가 2013년 1월경 축사동 등을 신축한 후 실제 말을 사육해왔다. 제주시장은 이 토지에 대해 지방세법 제106조 1항 1호의 종합합산과세대상 및 2호의 별도합산과세대상으로 보고, 2014~2018년 귀속 재산세 및 지방교육세를 부과했고, A사는 이를 전액 납부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과세 대상 토지가 실제로 목장용지로 사용되고 있다면 지방세법 제106조 1항 3호 가목, 지방세법 시행령 제102조 1항 3호의 목장용지에 해당해 분리과세대상 토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A사는 2013년부터 토지를 실제 목장용지로 사용했으므로 분리과세대상 토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주시장은 A사에 지방세 및 지방교육세를 부과하면서 분리과세대상토지에 적용되는 세율인 0.07%보다 높은 별도합산과세대상토지에 적용되는 세율인 0.5%를 적용했다. A사는 "제주시의 과세처분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당연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사 토지의 지목이 목장용지로 돼있고 실제 현황 또한 목장으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제주도 등은 2014년 내지 2018년 귀속연도에서 토지의 현황에 대해 법령이 정하고 있는 현황조사를 전혀 하지 않은 채 단지 이전 귀속연도의 과세자료에만 의존해 이 사건 토지를 종합합산과세대상 및 별도합산과세대상 토지로 보아 과세처분을 했다"며 "이 과세처분에는 과세법규의 과세대상과 과세절차에 관한 본질적인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A사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이 토지를 목장용지로 사용한 것은 외관상 명백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주도가 이 토지에 대해 재산세 및 지방교육세를 부과하기 전 관계 법령에 따라 그 현황을 조사했더라면 토지가 분리과세대상 토지에 해당됨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산세 등의 부과방식과 법령이 과세관청에 부과한 의무의 내용에 비춰보면, 제주도가 법령에 위반해 아무런 현황 조사를 하지 않은 이상, A사가 이전 귀속연도에 실제 목장용지로 사용하지 않았다거나 과세관청이 재산세 부과 대상 토지에 대해 직접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실무상 어렵다는 사정만으로는 제주도 등이 이 사건 과세처분을 함에 있어 과세대상이 되는 것으로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이 사건 과세처분에는 사실관계를 오인해 세목을 잘못 적용한 하자가 있다"면서도 "과세처분이 당연 무효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 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는데, '명백'한 하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제주도 등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