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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국가, '영덕 국민보도연맹 사건' 유족에 위자료 지급하라"
국민보도연맹 사건 등 6·25 전쟁 전후로 발생한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의 희생자 유족들에게 법원이 또 한번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재판장 이원석 부장판사)는 A씨 등 6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합579551)에서 최근 "국가는 원고들에게 위자료 합계 11억53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6·25 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국군과 경북 영덕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영덕 지역에 있는 국민보도연맹원들을 구금한 뒤 이들의 상당수가 장차 북한 인민군에 동조할 우려가 있다며 울진 앞바다 등지에서 집단 학살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9월 영덕 보도연맹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하고, 당시 120명이 희생됐다고 확정했다. 과거사정리위는 이외에도 경북 영덕 지품면 민간인 희생 사건에서 34명이, 안동 부역혐의 희생 사건에서 64명이 희생됐다고 밝혔다. 이에 A씨 등 희생자 유족들은 2019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과거사정리위는 진실규명 결정을 하면서 신청인들과 유족들, 피해 상황을 목격한 참고인들의 진술, 국회 양민학살보고서 등 자료와 현장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며 "희생자들은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 없이 단순히 국민보도연맹원이라거나 빨치산·인민군에 협조했다는 의심만으로 경찰·군인들에 의해 아무런 법적절차 없이 살해됐다"고 밝혔다. 이어 "참고인들의 진술 내용이 일관되고 과거사정리위의 진실규명결정 내용과 모순이 없어 신빙성이 있다"며 "사건의 특수성에 비춰 참고인들 진술 외에 희생자들이 군경에 의해 희생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 직접적 증거를 기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 공무원들의 이러한 행위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한 행위이자 헌법상 신체의 자유, 생명권, 적법절차에 따라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국가는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사건의 희생자들과 그 유족인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과거사 사건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에 민법상 소멸시효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2018년 헌법재판소 위헌결정(2014헌바148)과 대법원 판례(2018다233686) 등을 참조해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들은 모두 한국전쟁 전후로 발생해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국가에 의한 집단살해라는 특성상 관련 자료가 많지 않아 진실규명 결정의 내용을 확인하기 전에는 정확한 실체나 사실관계를 알 수 없었을 것"이라며 "원고들은 진상규명 결정을 알게 된 날로부터 3년의 단기소멸시효 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소를 제기해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희생자들과 유족들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과 사회적 편견 및 어려움, 전쟁이라는 국가 존망의 위급 시기에 발생한 민간인 희생사건이라는 점 등을 종합했다"며 "각 사건 희생자들에게 8000만원, 그 배우자에게 4000만원, 부모·자녀에게 800만원, 형제자매에게 400만원을 위자료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국민보도연맹
625전쟁
국가배상
희생자
유족
이용경 기자
2021-07-01
민사일반
[판결] '삼성합병 자료 조작 의혹' 국민연금공단 채준규 前 실장 해임은 "무효"
2015년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하는데 근거가 된 보고서를 조작해 만들었다는 이유를 들어 당시 채준규 공단 기금운용본부 주식운용실장을 해임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박성인 부장판사)는 채 전 실장이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소송(2018가합559994)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채 전 실장은 2015년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 리서치팀장으로 일할 당시 홍완선 전 본부장의 지시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효과 수치를 조작한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공단의 감사결과에 따라 2018년 7월 해임됐다. 공단은 채 전 실장이 부적정한 합병 시너지 산출을 지시하고 산출 경위를 은폐했으며, 중간자료 삭제 지시 등을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채 전 실장은 "보고서에 일부 오류가 있다해도 이는 사소한 실수였고, 의도적으로 수치를 왜곡하거나 증거를 인멸한 적은 없다"며 "징계사유 또한 2년이 경과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채 전 실장에 대한 징계시효가 쟁점이 됐다. 공단 측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공단 운영본부장이 채 전 실장 등을 동원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아직 상고심에서 계속 중이므로 채 전 실장에 대한 징계시효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채 전 실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으로서 조사를 받고 증인으로서 법정 증언을 했을 뿐"이라며 "채 전 실장이 피의자로 입건됐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 및 기소 대상이 되지 않은 참고인에 대해서도 관련된 비위행위자의 수사기간 및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징계시효 기간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면, 사용자 징계권 행사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징계대상자에게 예측가능성을 부여하려는 징계시효 규정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채 전 실장의 행위는 2015년 7월에 있었고 이로부터 2년이 경과한 때에 징계시효가 만료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2018년 6월 30일자로 이뤄진 이 사건 해고는 징계시효가 경과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채 전 실장이 이른바 국정농단 특별검사의 사실상 지시에 따라 자신을 공단에서 몰아내기 위해 위법한 해고가 이뤄졌다며 위자료 1억원 배상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공단의 해고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임
제일모직
삼성물산
삼성합병
박미영 기자
2020-08-03
민사일반
[판결] "내부 제보자 아니라면 사표로 증명하라" 압박에 사직서 제출했다면
임원으로부터 "수사기관에 나와 관련된 비리 혐의를 제보한 것이 당신이 아니라면 사표를 써서 그 점을 증명하라"는 취지의 종용을 받은 직원이 어쩔 수 없이 낸 사직서는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8부(재판장 박영재 부장판사)는 A씨가 I재단법인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2019나2029189)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2017년 5월 I법인 직원이던 A씨는 법인 임원인 B씨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자 참고인으로 불려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B씨는 A씨를 불러 참고인 조사에서 어떤 내용을 진술했는지 등을 물었다. 이 자리에서 A씨는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수기로 작성해 B씨에게 제출했다. A씨의 사표는 그대로 수리됐고 퇴사 처리됐다. 이후 A씨는 "'경찰조사에서 B씨에 대한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았고, B씨의 범죄혐의 제보를 주동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증명해보이기 위해 B씨의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라면서 "해고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 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해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다고 하더라도 사직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사직서를 낸 직후 경찰 조사에서 사직서를 작성하던 당시의 상황을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며 "이어 B씨가 사직서를 수리하자, 그 다음달 A씨는 서울중앙지법에 직원지위확인가처분을 신청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는 등 사직서 수리를 다투는 법적 조치를 지체없이 취했는데 이는 진정한 사직의 의사로 사직서를 제출한 사람의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사직서를 작성하기 전 사직을 고려한 적이 있었다거나 사직을 고려할 만한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다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사직과 관련한 어떠한 표현을 했다는 등의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전혀 없다"며 "B씨가 A씨의 사직서를 수리한 행위는 해고에 해당하며, 거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해고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앞서 1심은 "A씨의 사직서 제출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리
사표
사직서
박미영 기자
2020-03-30
민사일반
[판결](단독) 수사기관 의견, 민사재판서 ‘무조건 수용’은 안돼
동일한 사건에 대한 형사재판의 판결 내용은 민사재판에서도 유력한 증거가 되지만,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단순한 의견표시는 이 같은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의견 표시 내용대로 요증사실(소송에서 당사자의 입증을 필요로 하는 사실)이 증명됐는지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부(재판장 송인권 부장판사)는 흥국화재해상보험이 서초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장모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청구소송(2017나82293)에서 "장씨는 흥국화재에 1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한 1심을 최근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2015년 서울 서초구의 A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인근에 있던 B건물 뒤편 천막에서 발생한 불이 번져 건물 일부가 타는 피해를 입은 것이었다. A건물에 대한 화재보험사인 흥국화재는 보험금 100여만원을 지급한 뒤 인근에 있는 C건물 1층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장씨를 지목해 구상금청구소송을 냈다. 화재원인을 조사한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장씨가 들고 있던 물건에 불을 붙여 B건물 뒤편 천막으로 던지는 장면 등이 사건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에 찍혀 있어 범인으로 추정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장씨는 "나는 화재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맞섰다.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재판에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는 것과 달리, 형사재판 시작 전 수사기관이 표시한 의견은 형사판결과 같은 정도의 높은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수사기관의 의견 근거를 살펴 요증사실이 증명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초경찰서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의하면 경찰은 화재 원인을 조사하던 중 CCTV 영상을 통해 방화범이 소지한 물건에 불을 붙여 천막에 던지는 방법으로 화재 장면을 확인했지만, 화질이 선명하지 않아 영상만으로 신원을 특정하지는 못했다"며 "다만 이후 여러 정황을 토대로 장씨를 방화범으로 판단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경찰 의견서에 따르면 장씨를 방화범으로 의심할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화재 당시 장씨가 운영하는 카페에 2명 이상의 손님이 있던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장씨가 CCTV 영상에 나오는 옷으로 갈아입고 범행 후 다시 돌아온 수법이 명확하게 밝혀졌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장씨가 운영하는 카페가 입주한 건물과 분리돼 별다른 관계가 없는 B건물에 방화를 한 동기도 분명치 않고 △검찰도 장씨의 카페가 입주해있는 C건물 소유주에 대한 추가 조사 없이는 장씨에 대한 혐의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데다 소유주가 미국으로 출국해 소재불명을 이유로 참고인중지의 불기소결정을 했기 때문에 경찰 의견서에 기재된 사정만으로 장씨를 방화범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구상금청구소송
보험금
화재
박수연 기자
2018-08-16
국가배상
민사일반
[판결] "경찰 대질조사 과정서 갑자기 일어난 폭행사건… 국가에 책임 못 물어"
참고인이 경찰 대질조사 과정에서 상대방의 갑작스런 폭행으로 부상을 입었더라도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전주지법 민사6단독 임경옥 판사는 경찰 대질신문과정에서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은 A씨가 "치료비 등 1억2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자신을 폭행한 B씨와 이를 막지 못한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5가단6717)에서 "B씨는 A씨에게 47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최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국가의 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는 대질조사 중 책상 맞은 편에 있는 A씨를 덮쳐 바닥에 넘어지게 해 상해를 입혔으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며 "다만 A씨가 B씨의 말에 먼저 욕설을 시작했고 경찰관이 제지하는데도 비꼬는 어투로 A씨에게 말을 해 폭행을 유발한 잘못이 있으므로 B씨의 책임을 5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내가 B씨에게 불리한 내용을 진술할 것을 알면서도 경찰이 대질신문시 격리 등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아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A씨가 대질조사를 요구하면서 B씨를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고 B씨가 교도소가 정하는 엄중관리대상자로 분류되어 있지도 않아 경찰이 폭행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럽다"며 "경찰관들은 대질조사 시작전 A씨와 B씨가 실갱이를 할 때부터 두 사람을 진정시켰을뿐만 아니라 B씨가 책상을 넘어 A씨를 덮친 것은 순간적으로 발생한 일이어서 경찰관들이 B씨의 움직임을 미리 알고 제지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14년 10월 횡령 사건의 참고인으로 대질신문을 받기 위해 경찰관 2명과 함께 다른 사건으로 수감중인 B씨가 있는 전주교도소를 찾았다. 이어진 대질신문 과정에서 A씨와 B씨는 정반대의 진술을 하면서 감정이 격해졌고 욕설을 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경찰관들이 제지했지만 싸움은 진정되지 않았고 A씨가 B씨에게 욕설을 하며 "넘어오려면 넘어오던가"라고 말하자 B씨가 책상을 밟고 넘어가 A씨를 덮쳐 같이 바닥에 쓰러졌다. 교도관 2명이 더 들어와 두 사람을 말리면서 조사는 종료되었지만 A씨는 이 일로 허리등뼈가 골절되는 등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었다.
참고인폭행
대질조사폭행
손해배상청구
참고인
대질신문
이세현 기자
2016-10-21
민사일반
'남의 땅에 설치한 묘 토지 사용권' 관습법상 권리 인정 놓고 법정 공방
남의 땅에 묘지를 설치했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났다면 제사 등을 위해 땅을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할 것인가. 관습법상 인정돼 온 이른바 '분묘기지권'을 법적 권리로 계속 인정할 것인가를 놓고 열띤 공방이 펼쳐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2일 강원도 원주의 한 임야 소유자 A씨가 자신의 땅에 묘를 설치한 B씨 등을 상대로 낸 분묘철거소송(2013다17292)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A씨는 B씨 등이 자신의 땅에 허락없이 분묘 6기를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면서 지난 2011년 철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앞서 1,2심은 6기의 분묘 가운데 5기는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며 나머지 1기만 철거하라고 판결했다. 철거 청구가 기각된 분묘 5기 가운데 1기는 1733년 안치된 것이고, 나머지 4기는 1987년에서 1990년 사이에 다른 곳에서 이장했거나 새로 설치한 분묘였다. ◇분묘기지권이란= 분묘기지권은 분묘가 비록 다른 사람의 토지 위에 설치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 분묘와 주변의 일정면적의 땅에 대해서는 사용권을 인정해주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땅 주인이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분묘를 철거하거나 철거를 요구할 수 없다. 통상 분묘기지권은 △땅 소유자의 허락을 받아 묘지를 설치한 경우나 △자신의 땅에 묘지를 설치한 후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면서 묘지 이전에 대해서는 별다른 약정을 하지 않은 경우 △남의 땅에 묘지를 설치하고 20년 동안 평온·공연하게 점유해 사용한 경우에 인정된다. 이번 재판에서는 세번째 유형인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문제가 됐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남의 땅에 허락없이 묘지를 설치했다고 해도 20년 동안 평온하고 공연하게 묘지를 관리·점유했다면 사용 권한을 인정해왔다. 토지 사용료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판례다. 대다수의 서민들이 분묘를 설치할 땅을 소유하지 못한 경제상황과 장묘시설이 부족해 남의 땅에 매장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 등을 감안한 것이었다. 그러나 화장 비율이 이미 80%에 육박하고 있을 정도로 장묘 문화가 변화하고 있고 제사 등에 대한 국민 의식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1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대법원의 입장도 수정돼야 하는지가 문제가 됐다. 장사법은 묘지의 설치기간을 기본 15년으로 규정하고 3번에 걸쳐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 최장 60년간 분묘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허락 없이 묘지를 설치한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의 사용권이나 묘지 보존을 위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이후 장사법은 한차례 개정을 통해 묘지의 기본 설치기간을 30년으로 정하고 1회에 한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재산권 침해 소지 크고 일제가 만든 작위적 권리"= 이날 공개변론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원고인 A씨 측 참고인으로 나온 오시영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는 분묘기지권의 폐지를 주장했다. 오 교수는 "관습상의 분묘기지권은 일본인 판사들로 구성된 조선고등법원이 1927년 판례로 인정한 후 우리 대법원이 이를 그대로 답습해 90년 정도 유지돼 왔다"며 "조선고등법원이 이를 인정한 것은 1920년대 소작쟁의와 3·1독립운동을 주도한 지배층을 약화시키려는 정책적 의도에서였을뿐만 아니라 성문법에도 없는 관습상의 제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려면 두 가지 조건, 즉 실제로 그러한 '관습이 존재'하고, 그러한 관습을 성문법을 준수하듯이 지켜야겠다는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이 있어야 한다"며 "재산권을 지키려는 국민의식이 높아지고, 장사법 등 제도적 정비를 통한 화장 문화의 발달 등으로 분묘에 대한 선호도가 예전보다 많이 약화됐고 호주제도, 동성동본금혼제도, 종중제도 등이 시대정신에 맞게 개선된 것에 맞춰 분묘기지권도 이제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개정 장사법은 '분묘의 연고자는 당해 토지 소유자, 묘지 설치자, 또는 연고자에 대하여 토지 사용권 기타 분묘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해 명문으로 분묘기지권의 성립을 부정하고 있다"며 "이 조항에 의해 개정 장사법 시행일 이후부터는 관습상의 법정지상권에 해당하는 분묘기지권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오 교수는 "분묘기지권자의 분묘 이굴에 따른 정서적·심리적 충격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대법원이 그와 같은 관습법이 존재하지 않음을 선언해 기존 판례를 변경하더라도 이미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 분묘에 대해서는 소급효를 배제하고 아직 분묘기지권이 성립되지 않은 분묘는 즉시 이굴해야 한다"고 했다. A씨의 대리인인 최문수(52·사법연수원 34기) 법무법인 율곡 변호사도 "분묘기지권이라는 관습법이 존재한다는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은 사라졌다"며 "장묘 문화 및 인식 변화에 따라 토지소유권 보호를 위해 전향적인 판단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폐지땐 사회적 혼란 커"= 피고인 B씨 측 참고인으로 나선 이진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분묘기지권은 필요 불가결한 법률제도"라고 맞섰다. 이 교수는 "조선시대에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산림공유 이념에 따라 분묘를 설치한 경우 분묘 점유권을 인정한 것으로 시효취득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1927년 조선고등법원의 판결로 분묘기지권에 관한 시효취득이 인정됐고 대법원은 이를 승계해 현재까지 인정해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법원 판례를 믿고 따라 온 국민들의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장사법은 단순히 분묘의 설치 제한, 설치기간의 제한을 목적으로 한다"며 "개인 묘지의 법률문제를 느슨하게 규율한 입법태도에서 사설묘지에 해당하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적극적으로 배제하지 않으려는 입법자의 의사가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분묘기지권의 정리·해결을 위해서는 조급증을 버리고 시간을 두고 장묘 문화의 변화를 지켜보는 인내가 필요하다"며 "분묘기지권을 없애는 최선의 방법은 개인 묘지의 폐지와 묘지 설치 허가제를 도입하는 것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입법론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B씨의 대리인인 조홍준(54·20기)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도 "국민 대부분은 여전히 분묘에 대한 전통적 인식을 갖고 있다"며 "국민의 인식과 동떨어진 관습법 폐지는 경계해야 한다"고 맞섰다.
관습법
분묘철거
분묘기지권
장사등에관한법률
재산권
시효취득
신지민 기자
2016-09-22
민사일반
언론사건
[판결] 경찰이 혐의사실 언론에 잘못 알려 피해줬다면…
경찰이 공개 브리핑을 통해 피의자의 혐의를 언론에 알렸더라도 혐의가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이후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했더라도 경찰은 피의사실 공표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4단독 김예영 판사는 외국인 불법입국 사건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은 손모씨가 "경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해 사업을 그만두게 됐고, 주범으로 긴급체포까지 당했으니 위자료로 1억원을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4가단223900)에서 14일 원고패소 판결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수사기관의 발표는 원칙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해 객관적이고도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 발표에 한정돼야 한다"며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지 여부는 공표 목적의 공익성, 공공성과 공표 절차와 형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씨를 통해 입국한 베트남 사람 모두가 부정 입국을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동업을 하기로 한 김모씨가 '손씨가 이를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가 경찰의 언론브리핑 다음 날에야 번복했다"며 "경찰로서는 브리핑을 통해 공표한 손씨의 피의사실이 진실이라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고, 또 유사 범죄 방지를 위해 보도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어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는 위법성이 조각되므로 국가에 배상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2007년부터 직업소개소를 운영해온 손씨는 2010년 5월 베트남에 있는 김씨와 인력수급사업을 하기로 했다. 손씨와 김씨는 2011년 4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베트남 국적의 주방장과 조리사 69명을 입국시켰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경력이 없어 비자 발급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손씨는 2011년 12월 경남지방경찰청으로부터 "요리사 자격을 위조해 입국한 베트남인들이 있으니 수사에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듬해 5월초까지 세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경찰은 더 조사할 게 있다며 출두를 요청했고, 같은 달 9일 베트남인들의 자격증을 위조하도록 했다며 손씨를 긴급체포한 뒤 구속했다. 경찰은 같은 달 15일 '브로커 낀 신분 자격 위조 불법입국자 무더기 적발'이란 제목으로 손씨의 성과 손씨가 운영하는 직업소개소의 상호 일부가 포함된 내용의 언론브리핑을 했다. 손씨는 검찰로 송치된 뒤에도 조사를 받았지만 뚜렷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같은해 6월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고, 결국 2014년 3월 증거불충분으로 최종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이에 손씨는 소송을 냈다.
공개브리핑
피의사실
공익성
공공성
언론브리핑
위법성조각
공표
불법입국
긴급체포
안대용 기자
2015-09-24
민사일반
[단독][판결] 채무자의 공탁금 받았다고 소멸시효 중단 안 돼
사기 사건의 피고소인이 편취금액의 일부를 변제공탁했더라도 이는 채무의 승인으로 볼 수 없으므로 사기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다면 소멸시효가 완성됐기 때문에 고소인은 피고소인에게 준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김모씨가 공인중개사 박모씨를 상대로 "2003년 속아서 준 돈에 대한 소멸시효가 2007년 검찰 수사 중 공탁금 수령으로 중단돼 여전히 채무가 남아있으니 돈을 갚으라"며 낸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 상고심(2014다85216)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최근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2007년에 형사 고소를 당한 박씨가 김씨를 상대로 합의금으로 5000만원을 공탁했지만, 이는 채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해 다투는 상황에서 일단 형사처벌을 면하거나 경감할 목적으로 합의금 일부를 공탁한 것으로 봐야할 뿐, 공탁에 의해 당시 그 공탁금을 초과하는 채무가 존재하는 것을 김씨에게 표시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박씨가 2003년 빌린 7600만원에 대한 소멸시효는 이 사건 소 제기 시점인 2013년 11월 29일 이미 소멸됐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소멸시효의 중단으로서 채무의 승인은 그 표시가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와 액수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채권자에게 표시했을 때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민법 제162조1항은 10년간 빚을 갚을 것을 청구하지 않았을 때는 그 빚이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168조는 채무자가 빚이 있음을 승인했을 때 소멸시효가 중단돼 그때부터 다시 10년을 계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김씨는 2003년 6월 박씨로부터 아파트 분양권을 싼값에 사라는 제의를 받고 7600만원을 건낸 뒤 분양계약서 등을 받았지만 실제로 분양은 받지 못했다. 김씨는 박씨를 사기분양 혐의로 고소했고, 혐의를 부인하던 박씨는 2007년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중에 5000만원을 박씨 앞으로 공탁했다. 이후 검찰은 중요 참고인의 행방을 찾지 못해 참고인중지처분을 내렸다. 김씨는 2013년 11월 "잔금과 이자 등 4500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고, 박씨는 "애초에 돈을 받은 2003년 6월로부터 10년이 지나 시효 도과로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항변했다. 1·2심은 "형사합의금으로 채무의 일부를 공탁한 이상 채무 전액에 대해 승인의 효력이 발생해 소멸시효가 중단됐다"는 이유로 원고승소 판결했다.
형사합의금
채무의승인
변제공탁
소멸시효의중단
사기사건소멸시효
홍세미 기자
2015-05-28
민사일반
형사일반
"검사가 조사과정서 받은 '피해변제 각서' 효력없어"
검사가 수사과정에서 피의자나 참고인에게 '피해 변제' 각서를 받았더라도 검사가 피해자에게서 위임을 받지 않았거나 참고인이 단순히 형사책임을 면하기 위해 다짐한 것에 불과하다면 법적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2일 부산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가 저축은행에 명의를 빌려주는 대가로 급여를 받은 주모씨를 상대로 낸 각서금 청구소송 상고심(2013다203369)에서 원고패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예금보험공사의 요청으로 대검 중수부가 관련자들로부터 각서를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것만으로 부산저축은행이 검사 등에게 대리권을 수여했거나 검사 등이 은행의 사자(使者: 민법상 완성된 본인의 의사표시를 그대로 전달하는 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권력기관으로서 수사기관인 대검 중수부가 고소인이나 피해자의 위임에 따라 수사 대상인 피의자 또는 참고인으로부터 변제각서를 받아 넘겨준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고, 수사기관이 사인 간의 민사 분쟁에 개입하는 데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어 이를 쉽사리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주씨로서는 수사기관을 상대방으로 인식한 채 단순히 부당 수령 급여를 부산저축은행에 반환할 것을 다짐한다는 의미로 각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보일 뿐, 검사 등이 부산저축은행을 대리해 각서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부산저축은행은 시행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한 상호저축은행법상 규제를 피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주씨의 명의를 빌렸고, 그 대가로 주씨는 급여 명목으로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받았다.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대검 중수부는 2011년 6월 주씨의 명의대여 경위, 부당급여 수령 등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주씨로부터 "부당하게 수령한 1억5000만원을 부산저축은행에 반환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았고, 예금보험공사는 이를 근거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승소 판결했으나, 2심은 "대검 중수부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는 주씨로서는 처벌받을지도 모른다는 점에 대해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어 검사 등의 각서 작성 요구를 거부하는 게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주씨는 각서 제출을 통해 수사기관에 부당 수령 급여를 반환할 것을 다짐함으로써 형사책임을 묻지 않을 것을 기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원고패소판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검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나 참고인은 심리적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피해자 없이 임의로 작성된 각서의 효력이 있는지의 여부는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게 이번 판결의 취지"라며 "다만 피해자가 검찰에 출석해 구체적인 의사협의가 된 경우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서금
예금보험공사
부산저축은행
피해변제
대리권
피해변제각서
좌영길 기자
2013-08-23
금융·보험
민사일반
'키코'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서 공방
환헤지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로 손해를 본 기업들과 키코를 판매한 은행들이 대법원에서 날선 공방을 벌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인복·박병대 대법관)는 18일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키코 피해 당사자 중 수산중공업과 세신정밀, 모나미 등이 우리은행과 씨티은행, 신한은행, SC은행을 상대로 낸 3건의 소송(2011다53683 등)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변론은 인터넷과 한국정책방송(KTV)을 통해 중계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세계적 금융위기 속에서 우리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던 사건이기 때문에 공개변론을 결정했고, 40여건의 키코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돼 있지만 그 중 키코계약을 무효로 보고 이를 취소할 수 있는지, 은행에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등 쟁점을 두루 갖춘 3건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18일 공개변론에서 다룰 '키코' 사건 3건을 방청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이날 공개변론은 한국정책방송(KTV)과 네이버, 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됐다. ◇키코(KIKO, Knock in Knock out)란= 키코는 기업들이 수출대금의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은행에서 만든 파생상품의 일종이다. 기업과 은행은 풋옵션과 콜옵션 권리를 각각 갖는다. 풋옵션은 환율이 일정 범위 이하로 내려가면 기업 측이 달러를 시장환율보다 높은 환율로 은행에 팔 수 있는 권리이다. 환율이 예상외로 내려가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기업들은 풋옵션을 행사해 수출대금이 낮아지는 위험을 상쇄할 수 있다. 반면 콜옵션은 환율이 일정 범위를 넘어 상승하면 은행이 달러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만기 환율이 약정환율보다 낮으면 기업이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약정환율보다 높으면 손실을 보게 되는 구조다. 2006~2008년 많은 수출 중소기업들은 환율이 지속적으로 내려가자 저환율에 대비해 이 상품에 가입했는데, 2008년 미국의 리먼브라더스 은행이 파산하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900원 후반대였던 환율이 1400원대까지 올라 기업들이 큰 손실을 입는 바람에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2010년 정부가 추산한 키코 피해 규모는 3조1000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중소기업의 피해액은 2조3000억원 가량이다. ◇'불공정 거래' 여부 놓고 설전= 수산중공업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케이씨엘은 키코상품을 만든 은행 측이 애초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품을 설계했음에도 이 부분을 숨겼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이 풋옵션을 행사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적은 반면, 은행이 콜옵션을 행사했을 때 기업이 입는 손해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김용직(58·사법연수원 12기) 변호사는 "키코를 만든 은행은 전문가이고 기업은 금융소비자이면서 비전문가인데, 은행은 자신들의 콜옵션이 기업측의 풋옵션의 2~7배가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여기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대량으로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기 때문에 환율변동 폭이 클 수 밖에 없는데, 환율이 당시 900원대였더라고 하더라도 전문가인 은행은 1100원 이상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은행들이 환율이 오르는 것이 확실시 되는 장기간인 1년에서 3년을 키코계약기간으로 했고, 이 때문에 기업측으로서는 매우 위험한 상품이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SC은행과 시티은행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기업의 풋옵션과 은행의 콜옵션 사이에 불균형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백창훈(56·13기) 변호사는 "은행이 콜옵션을 행사해도 이것을 이익으로 볼 수 없고, 수수료를 받는 것인데 하급심 재판에서 이뤄진 감정에 따르면 키코의 수수료 마진은 0.3~0.8%이며, 이것은 다른 금융상품인 ELS나 펀드에 비해 결코 과다하지 않다는 게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기업들이 수출실적을 부풀리고, 여러 은행을 번갈아가며 환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거래의 의도를 가지고 키코에 가입했다"며 "이같은 투기적 계약에 대해 은행에 책임이 없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며, 자기책임의 원칙에 따라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설명의무 위반인가, 자기책임 원칙인가= 원고 측 참고인으로 나온 김용재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은행은 콜옵션 매도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는데,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업자가 일반투자자에게 장외파생상품을 판매하는 업무를 가장 위험한 업무로 취급하고 있다"며 "이럴 때는 최고로 가중된 고객보호의무가 부과되는 것이고, 은행도 여기에 맞는 설명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계약기간에 대해서도 "키코는 단기는 몰라도 장기로 가면 위험할 수 밖에 없는 상품"이라며 "은행들이 판매한 상품은 모두 1년 이상의 장기로 모두 고위험 상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피고 측 참고인으로 나선 이연갑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를 따질 때에는 고객이 위험을 감수할 의사가 있었는지도 고려돼야 한다"며 "고객은 자력이 충분하지 않은데도 이익을 꾀하려고 위험을 무릅쓰기도 하는데, 투자자에 대한 후견적 역할을 바라는 것은 입법론적으로는 어쩔지 모르겠지만 해석론적으로 봤을 때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대법관들 송곳 질문 이어져= 양 대법원장은 "선물환 계약에서도 기업이 손실을 입는 경우가 생기고, 환변동 보험에서도 상승이익은 수출보험공사가 차지할 때가 있는데, 왜 키코계약에서는 손실을 입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세신정밀을 대리한 김성묵(55·19기) 대륙아주 변호사는 "선물환은 키코처럼 1, 2년씩 묶여있지 않고 3~6개월간 계약하고 환변동 보험도 마찬가지로 몇개월 단위로 설정되기 때문에 큰 피해가 나지 않는다"며 "키코의 경우 은행들이 1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하는 바람에 큰 손실이 났다"고 답변했다. 김신(56·12기) 대법관은 "키코상품이 지금은 없어졌는데, 이것은 기업체들이 도산할 만큼 상품의 위험성이 알려졌기 때문이 아니냐"며 "이 위험을 기업들이 계약체결시부터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했을지, 그리고 이런 위험을 몰랐다면 그것대로 정보 비대칭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백 변호사는 "키코 때문에 도산했다고 주장하는 기업체들을 보면 최대주주들이 회사자금을 빼돌린 게 원인인 회사도 있고, 시장변화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해 도산한 회사도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고 답했다. 양 대법원장은 "법원은 키코사건과 관련해 손해를 입은 사람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결론을 내는 데 있어서서는 순전히 법적인 관점에 따라야 할 것이고, 그 판단에 승복하면서 새로운 질서가 확립되길 바란다"며 마무리했다. 5년 동안 이어진 키코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이르면 9월 늦어도 10월에는 내려질 전망이다.
키코소송
환헤지금융상품
부당이득금
키코판매은행
설명의무위반
자기책임원칙
키코
좌영길 기자
201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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