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로 인해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하락하면서 회원들이 입회금을 돌려달라고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입회금의 납입과 반환에 관한 사항은 골프장 운영회사의 약관으로 정해지는 게 보통이다. 입회금과 관련한 분쟁이 증가하면서 관련 소송도 늘어날 조짐이다.
법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골프장 회원권이 고가에 거래돼 분쟁이 많지 않았다"며 "경제 사정은 어려워지는데 골프장 수는 늘어나고 있어 입회금 반환과 관련한 법적 다툼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입회금 반환 청구기간 제한 약관은 유효=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법 민사35부(재판장 한영환 부장판사)는 골프장 회원 이모씨가 경기도 안성시에서 에덴블루CC를 운영하는 (주)죽산개발을 상대로 낸 입회금 반환 청구소송(2011가합63951)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씨는 '입회금은 회원자격 보증금으로서 개장일로부터 5년간 회사에 무이자로 예치하며 탈퇴요청이 있을 때는 회사가 정한 소정의 약정에 따라 원금만 반환한다'는 골프장 이용 약관에 대해 "고객에 유리한 쪽으로 약관을 해석하도록 한 약관규제법에 따라 이 약관은 고객의 입회금 반환요청 시기를 제한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골프장과 같은 체육시설을 설치하려면 적지 않은 자본이 투하돼야 하는데, 체육 시설업자가 그 자본을 회수함에는 모집회원의 입회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입회금을 회원들의 청구에 따라 곧바로 반환한다면 골프장 완공시까지의 자금 조달이 곤란하므로 곧바로 반환한다는 내용의 회칙을 마련할 것이라고는 쉽사리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이 골프장 개장일인 2010년 6월부터 5년이 지난 2015년 6월부터 입회금 반환 청구가 가능하다고 판결함에 따라 이씨는 입회금을 반환받지 못했다.
◇탈회신청서 제출하거나 승인절차 필요없어= 그러나 고객이 입회금 반환청구를 하면서 따로 탈회의사를 밝힐 의무는 없다. 서산지원 민사부(재판장 안상원 부장판사)는 2011년 10월 에머슨내셔날CC 회원 전모씨가 골프장 운영사인 (주)대명개발을 상대로 낸 입회금 반환 청구소송(2011가합886)에서 원고승소판결했다.
대명개발은 입회금 거치기간을 10년으로 정했고, 전씨는 골프장 개장일인 2001년 4월로부터 10년이 지난 2011년 4월 입회금을 반환하라고 청구했다. 대명개발은 "전씨가 탈회신청서를 제출한 사실이 없고, 전씨의 탈회를 승인한 사실도 없어 입회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탈회신청서 제출과 골프장의 승인은 입회금을 반환받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고 입회기간이 만료하는 경우 골프장 측은 탈회 승인을 거부할 수도 없으므로 전씨가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입회금 반환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회원권 양수인도 원 권리자 가입일로부터 제한 기간 지나면 청구 가능= 골프장 회원권이 양도됐을 경우 입회금 반환 제한기간 시점을 언제부터 계산할 지도 문제가 된다. 법원은 양도시점부터 제한기간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원 회원권자가 가입한 시점부터 제한기간이 지나면 입회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정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안상원 부장판사)는 지난달 15일 더 아난티 클럽 회원 오모씨 등 3명이 골프장 운영사 (주)청송을 상대로 낸 입회금 반환 청구소송(☞ 2012가합8908)에서 원고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골프클럽의 회원권을 취득하는 방법은 직접 입회금을 내고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과 기존 회원의 권리를 양수하는 두가지 방법이 있고, 입회금을 회원자격 보증금으로써 아난티 클럽에 5년 또는 10년간 거치하고 탈회시 입회금을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입회금 반환청구권은 탈회를 정지조건으로 하는 채권으로 골프클럽 가입계약에서 주요한 내용이므로 비록 아난티 클럽 회칙에 회원자격 존속기간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 할지라도 5년 또는 10년이라는 기간은 입회금의 거치기간임과 동시에 회원자격 존속기간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존 회원들이 아난티 클럽의 회원자격을 취득한 2001년 9월부터 5년이 경과한 이후에 회원권을 양수한 오씨 등이 입회금 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 아난티 클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씨 등의 청구에 응해야 할 것"이라며 입회금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재경 법원의 한 판사는 "입회금 반환에 관한 판결은 각 골프장 운영회사의 약관을 해석한 것이므로 구체적 사안에 따라 판결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골프장들이 대체적으로 비슷한 내용의 약관으로 회원을 모집한 점을 감안하면 골프장 입회금에 관한 판결을 다른 유사사건 당사자가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