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입계약을 맺은 차주가 차량위탁관리비를 체납했더라도 회사와 별도로 화물자동차위수탁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면 회사는 관리비 체납을 이유로 지입차주에 대해 화물차 인도를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최근 화물차량업체 D운수가 화물차 소유자 박모(54)씨를 상대로 낸 자동차인도소송 상고심(☞2008다50448)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화물자동차운송사업면허를 가진 운송사업자와 실질적으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차주 사이에 외부적으로는 자동차를 운송사업자 명의로 등록해 운송사업자에게 귀속시키고 내부적으로는 차주가 독립적으로 영업을 하면서 운송사업자에게 지입료를 지불하는 운송사업형태(지입제)가 인정되더라도 명시적·묵시적 합의없이 운송사업자가 체납금의 청산을 위해 차주가 관리·운영하던 자동차를 임의로 운송사업자의 점유로 이전하는 것까지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박씨와 D운수가 구체적으로 화물자동차위수탁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박씨가 D운송에 차량을 인도하기로 약정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면서 "따라서 양 당사자 간에 화물자동차위수탁관계가 인정되더라도 일반적인 화물자동차위수탁관계에서 인정되는 권리의무관계에서 더 나아가 화물자동차위수탁계약서에 따른 체납금 청산을 위한 차량의 인도를 구할 권한까지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D운송과 지입계약을 맺고 화물차량을 운전해 온 박씨는 회사에 납부해야 할 위탁관리비 3개월치 1,050여만원을 체납했다.
그러자 D운송은 박씨에게 "체납액과 과태료를 납부하라"고 독촉했고, 박씨가 계속 돈을 내지 않자 자체적으로 만든 화물자동차위수탁계약을 근거로 "화물차를 내놔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박씨는 "지입계약은 맺었지만 화물자동차위수탁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D운송은 박씨를 상대로 자동차인도소송을 냈다.
1심은 "D운송이 박씨에 대해 차량의 인도를 구할 아무런 권원이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지입계약을 맺고 박씨가 독자적으로 D운송의 화물자동차운송사업 등록명의를 이용해 차량을 운행해 화물자동차운송사업을 영위해왔으므로 적어도 양 당사자 간에 화물자동차위수탁계약서와 같은 약정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1심을 뒤집고 원고승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