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취임식을 방해했더라도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14일 신임 구청장 출근저지투쟁을 벌인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업무방해 등)로 기소된 손영태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등 4명에 대한 상고심(2009도1065)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법이 업무방해죄와 별도로 공무집행방해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사적업무와 공무를 구별해 공무에 관해서는 공무원에 대한 폭행, 협박 또는 위계의 방법으로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한해 처벌하겠다는 취지"라며 "따라서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로 의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업무방해죄의 보호법익이 되는 '업무'에 공무가 포함됨을 전제로 피고인들이 공모해 위력으로 공무원인 신임 구청장의 출근을 저지해 취임식 진행업무를 방해한 점을 업무방해로 판단해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신임 동안구청장 등에 대한 신변요청을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구청을 점거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불법행위를 중지할 것을 경고하고 신임 구청장의 신변을 보호하면서 동안구청에 진입한 사실 등이 인정되므로 경찰관들의 직무집행은 적법하다"며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인정했다.
손 전 위원장 등 노조원 4명은 지난 2007년11월 경기도가 전임 구청장의 명예퇴직으로 공석이 된 안양시 동안구청장 자리에 경기도 행정관리담당관을 임명하자 "광역지자체가 기초지자체 인사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며 신임 동안구청장의 취임식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벌금 200~500만원을 선고받았다.